“장기투쟁하고 싶지 않다. 다음방법을 생각할 뿐”

[인터뷰] 김세영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조합원

  유인물을 뿌릴 때 '친절한' 그녀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니 "병원에서 친절하고 상냥하라고 요구했는데, 몸에 베어버린 것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이 쉬어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설립이 한 달 정도밖에 안된 신생노조에, 강남성모병원지부가 02년 217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던 강남성모병원이 이들의 투쟁 상대이다. 그리고 이들의 해고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힘이 빠질 것을 알면서도 한 조합원에게 좋지 않은 조건에서 왜 투쟁을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같은 행동을 하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나서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동시에 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것과 같다. 투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가 투쟁을 안 할 수는 없다”

김세영 보건의료노조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조합원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파견직 65명 중 28명이 오는 30일 해고가 예정돼 있지만, 모두가 노동조합을 가입한 것도 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18일 우리가 일하던 파트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건이 좋지 않다.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확신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부담스럽지만 방법이 있는 이상 해보자는 거다”

투쟁이 시작되자 근무기간 2년이 안 된 파견직 노동자들의 재계약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도 근무기간 만 2년이 한도일 뿐이다. 지금처럼 이라면 해고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오는 30일 해고가 예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투쟁에 같은 처지인 파견직 노동자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다.



“02년 파업을 열심히 했던 정규직 언니가 ‘217일 파업을 마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현장에 돌아가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들이 너무 미웠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들에게서 너무 미안하고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말이 돌아오더라. 어떤 선택을 하던 플러스 마이너스는 있기 마련이다’는 말을 해주었다. 종국에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분명 얻는 게 있을 것이다”

승리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투쟁을 시작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결코 쉽지 않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기륭전자분회는 94일의 단식을 했고 1,100일이 넘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승리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KTX승무지부, 이랜드일반노조 등의 끝나지 않은 투쟁들.

“기륭이나 이랜드처럼 오래 싸우고 쉽지 않다. 기간을 정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찾아 해보는 거다. 비정규직이라 속상하고 무시당한 일이 너무 많았다. 파견직 전환도 사실상 통보였고 이번 해고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었다. 해고소문이 돌기 시작해 면담을 요청했고, 사실이 확인되면서 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업체에서 노조 탈퇴 안하면 자르겠다고 협박을 해 선전전을 시작했다. 그다음 방법을 선택할 뿐이다”

김세영 조합원이 인터뷰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막에 용역직원들이 들이 닥쳤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노숙을 하며 첫 번째 철야농성을 진행했고, 일어나자마자 아침선전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투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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