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경제문제 다음으로 유권자의 주목을 받았던 문제는 이라크 전쟁이다. <시엔엔(CNN)>조사결과 응답자의 10퍼센트가 이라크 문제를 관심사로 꼽았다. 2001년 9월 11일 테러에 대한 응징이었던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은 부시 행정부와 여기에 이은 공화당 매케인 후보의 패배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수렁에 빠진 두 개의 전쟁, 즉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최근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함께 미국의 대외적 지도력과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관리 스타일만 바뀔 뿐" 냉소적 시각
<블랙아젠다리포트>는 5일 논설에서 오바마가 부시의 유산을 청산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관리스타일만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아젠다리포트>는 최근 진행된 시리아의 공격을 주목하며 "시리아와 미국은 전쟁상태에 있지 않았다. 의회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한 바가 없다. 공습은 이라크 쪽에서 시작되었으며, 공식적으로는 독립적인 국가이지만 미국의 점령아래 있다. 이라크의 모욕적인 상황에도 부시 행정부는 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합의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영토를 다른 국가에 대한 전진기지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2011년까지 모든 미군을 철수할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유엔(UN) 다국적군의 임무가 끝나는 12월 31일까지 그 답을 얻기 위해서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에서 전투병력은 철수되지만, 미군이 장기주둔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또, 영국 <타임>은 미국이 오바마의 철군 시간표에 따라 이라크에서 철군을 하겠지만, 2009년까지 이라크에 배치할 두 개 여단을 아프간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의 국가 재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 고위 관리는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테러전쟁을 주목하며 파키스탄을 '핵심 전선'으로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의 진보 저널 <카운터펀치>의 알렌산터 콕번 편집자는 "만약 그(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아프간에서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꼬집고,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해외에서 가장 즉각적인 결과는 아마도 무뚝뚝한 제국의 재확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테러전쟁의 전선이 파키스탄으로 확산되면서, 핵을 보유한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리스트 소탕 작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주권 침탈을 이유로 협력 중단을 결정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란 문제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3개월 동안 이란과 선의의 협상을 강도높게 펼치되 협상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정권교체나 군사공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주변에서도 이란에게 시간을 줄 경우 결국 이란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들고, 중동 지역의 핵확산 위협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 당선인에 경고하고 나섰다.
바이든의 '인도주의적 개입' 어떻게 나타날까
오바마 당선자는 최대 약점인 대외정책에 대한 경험부족이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지프 바이든을 파트너로 삼았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면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상당부문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은 2002년 이라크전 개전에 민주당 당론과 달리 찬성표를 던진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국제외교사안에 대해서는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을 주장해왔다. 국제문제에서 '인도주의적 개입'은 종종 특정 사안에 대한 '군사적 개입'으로 이해된다. 바이든은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의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했다. 당시 군사적 개입을 주저하고 있던 클린턴 행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 바로 바이든 당선자다. 현재 수단 다르푸르에 대해서도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강제하는 결의안을 추진중에 있는 민주당 그룹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 "오바마는 이스라엘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조치 철회 문제에 대해서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 민주당 당선인의 입장은 모호하다.
지난 6월 있었던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 연례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라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예루살렘은 분리되어서는 안되며, 이스라엘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는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로 정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오바마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아 보인다. 10월 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주민 1천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오바바에 대한 지지는 높았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누구에게도 기표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이 48%나 된다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봉쇄조치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기조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가밀 마타르 아랍미래센터 소장은 "오바마가 주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네오콘의 정책이 하룻밤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제 세월은 변했다"
월 스트리트에서 출발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4일 미국의 새 행정부와 유럽연합(EU)사이에 새로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6쪽 분량의 서한을 채택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은 "이제 세월은 변해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유럽연합(EU)은 더 이상 부수적인 역할에 그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가 유럽쪽에서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연합(EU)은 15일 열리는 G20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제 금융체제의 개편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달러 기축통화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15일 워싱턴에서 열릴 주요 신흥 20개국 정상회의에 오바마는 44대 미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참가할 수도 있다. 오바마 당선인의 참가 여부를 떠나 15일 열릴 주요 신흥 20개국 정상회의는 이미 세계질서 재편을 둘러싼 강대국간의 본격적 힘겨루기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대표적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토마스 클라우는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 이외 국가의 여론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리고 지구상 유일 수퍼파워인 미국의 정치적 목적과 이를 성취하는 수단을 결정하는 데 타국 주민의 우려가 변수가 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지도력과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유럽인은 기대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유럽인은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만 하더라도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미 미군이 탈레반과 싸우는 데 유럽이 (인적, 물적으로) 더 많이 지원하라고 압박을 가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이후 흐르고 있는 신냉전 기류에 대해서도 오바마 당선자는 9월 TV정책 토론회에서 "20세기 독재 방식의 그루지야 침공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 정책이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유럽내 미사일방어(MD)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의 시대에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가 '다자주의'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했던 제임스 린제이와 아이보 다들러 브루스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들은 다른 강대국들의 위상이 미국보다 처지는 상황에서 보다 협력적인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 처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힘의 우위를 유지하는 방법만 변하는 것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압승을 거두었지만, 독자법안 처리가 가능한 60석에는 미달해서, 오바마 당선자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초당적 협력과 합의'를 추구해야 하는 조건에 놓여있다는 점에서도 오바마가 부시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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