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선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이유

[울산노동뉴스]매암부두 파업 예인선 위에서 만난 예선 노동자들

"대부분 원양선 몇년씩 타다가 가족과 함께 살려고 들어온 사람들이예요. 어떻게든 육상에서 정착해볼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원양선 타면서 모아온 돈 예인선 타면서 까먹고 있어요. 생활이 안됩니다. 예선 타는 사람들 거의 다 맞벌이예요. 안하면 못삽니다. 다시 돈 벌러 처자식 놔두고 원양선 타러 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회사는 해마다 40~50억원씩 하는 예인선이 한 척씩 늘어나는데 우리는 원양선에서 번 돈 까먹고 있으니... 항해사나 갑판사나 다 국제 자격증이예요. 그런데 여기서 나가면 노가다 밖에 할 게 없어요. 회사는 그런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지금까지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온 겁니다."

파업 이틀째인 8일 매암부두에 정박해놓은 파업 예인선 26척 가운데 한 곳에 올라 노동자들을 만났다.

파업 노동자들은 예인선 노동자의 실상을 대부분 언론이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쌓여온 울분을 털어놨다.

  비좁은 휴게실에서 예인선 노동자들은 VHF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기하다가 작업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예인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밥 때가 따로 없고, 밥 먹는 시간도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VHF 소리 때문에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예요"

VHF(초단파 송.수신기)가 있는 좁다란 휴게실에서 VHF를 통해 작업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노동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36시간 연속 밤샘노동을 해야 하는 '당직'이 있는 날에는 VHF에 신경 쓰느라 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휴게실 탁자에 엎드려 잠깐씩 '조는' 게 전부다.

"VHF 소리 때문에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닙니다. 밤새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동이 틀 때쯤이면 사람이 멍해집니다. 몸도 지치고 정신도 지치고 녹초가 된다고 봐야죠."

예인선 두 대가 서로 평행을 맞춰야 하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이 안되는 예선작업 자체도 굉장히 '예민'한 작업이라 정신적.육체적 피로는 가중된다.

파도라도 치는 날이면 4~5미터씩 오르내리는 뱃머리에서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험수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선장, 1등 항해사, 기관장, 1등 기관사, 갑판장 등 5명의 노동자들은 오전 5시30분에 배에 올라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평일 근무는 오후 5시30분까지다.

한달에 7번 있는 당직에는 오전 5시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오후 5시30분까지 꼬박 36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 다음날 야간까지 걸리면 40시간 이상 연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

예선작업만 있는 게 아니다. 틈틈이 선박 곳곳을 수리해야 하고, 정비해야 한다. 예인색(TUG LINE)도 보강해야 한다.

예선 노동자들은 따로 명절이나 여름휴가가 없다. 한달에 5일 쉬는 게 전부다. 이러다 보니 퇴근해서 맘 놓고 동료들과 술 한잔 마시기가 어렵다.

"몇달 전에 방제선 근무자가 밤에 술을 먹다가 배에서 자려고 부두에 왔는데 바다에 빠져 죽은 일이 있었어요. 다음날 새벽 출근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집 놔두고 배에 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30년 경력 선장 연봉이 5000만원이 안됩니다"

이렇게 일을 해서 받는 예선 노동자들의 임금은 얼마나 될까?

원양선 경력이 있는 근속 4년의 1등 항해사 000씨의 기본급은 95만원, 여기에 시간외수당(시간외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정액 고정) 75만원과 승무수당 등을 합치면 205만원이다. 각종 세금과 보험료를 떼고나면 189만원이 손에 들어온다.

상여금은 기본급에 승무수당을 합친 통상임금의 600%다. 이 상여금도 1998년 IMF 때 300%로 삭감됐다가 최근에야 회복됐다. 그런데 조광선박의 경우에는 아직도 500%다.

"경력 30년 선장 연봉이 5000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하루 걸러 야간, 당직 하면서 시간외수당이라고 받는 게 75만원이 전부고, 부식비라고 나오는 게 1인당 하루 1만500원입니다."

오전 5시30분에 배에 오르는 노동자들은 밥 때가 따로 없다. 밥과 국은 휴게실 맞은 편에 있는 주방에서 청수 탱크 물로 해 먹는다. 반찬은 근처 식당에서 시켜 먹는다.

"반찬값 아낀다고 아침밥은 누룽지 끓여서 간장에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서 음식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선원들의 경우에 노동강도가 세서 하루 4000칼로리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데 택도 없죠."

"짐승보다 못한 생활이예요"

햇수로 34년 된 2000마력급 예인선 내부는 낡을대로 낡은 모습이었다.

  이 비좁은 공간에서 세수를 해야 한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배 밑쪽에 있는 침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한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화장실에 있는 물통. 녹물이 시커멓다. 파도가 치는 날이면 볼일 보기도 어렵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육지에서 물을 받아 보관하는 청수 탱크는 청소 안한지 3~4년이 됩니다. 이 물로 밥 하고 국 해먹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합니다. 5일만 지나면 녹물이 나와요. 화장실은 또 어떤데요. 파도 치면 볼일 볼 수도 없습니다. 회사에 뭘 수리해달라고 1년 이상 얘기해도 안들어줍니다. 배만 돌아가면 된다는 심보죠. 정말 짐승보다 못한 생활이예요."

휴게실을 나와 배 밑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침실이 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에서 노동자들은 피곤한 몸을 뉘어 쪽잠을 청한다.

경유값을 아끼려고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A유가 내는 엄청난 매연을 고스란히 마셔가며 청춘을 예인선에 바쳐온 노동자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에 들어갔다.

조광선박, 선진종합, 해강선박 등 3개사는 직장폐쇄와 불법쟁의행위중단가처분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자신을 믿고 동지를 믿고 노동조합을 믿고 이 싸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난생 처음 머리띠를 묶고 파업가를 부르는 예인선 노동자들의 팔뚝에 힘이 실린다.

  난생 처음 하는 파업. 파업가를 부르는 팔뚝질에 힘이 들어간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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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 예인선 , VHF ,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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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벤튜스

    울산항만 예인선 타고있는 기관사입니다.. 수산고를 나와 19살때 졸업도하기전 동원산업 참치배를 타고몇년에 한번씩와 한두달쉬고 몇년 바다 나가일하고 하루 잠 서너시간자며 고된일하며 5년을 보내고 한국에와서 처음일한곳이 예인선입니다 이곳에는 10년이상 원양에나가 일하다오신분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가족과 같이살고 싶은이유입니다 원양에 나가면 돈도 2배이상 벌수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육지에 일한다고
    무척좋아했습니다 가족들과 지내고 친구들 한번씩하는술자리 이게 너무나 좋았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지날수록 세상이보이기시작했습니다....저희는 항상 새벽4시50일어나서 출근해 빠르면 오후5시 퇴근고 야간에 당직에 다합치면 집에 못가는날이 일주일이넘습니다.. 그러게 일하고 가저가는돈은 평달월급 세금때고200만원 도안됨니다. 저도 예인선 타서 원양안가고 연애도하고결혼도해서 작년 아이도 태어 났지만 신혼에 떨어져있는날도 많고 아기얼굴 좀보다 피곤해골아 떨어집니다..항상 5시일어나 하루종일 일하고 당직서면 36시간 교대자 부재시에는 3일4일도 집에못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당직수당은없고 하루바다나가24시간배잡고있으면 수당 3만원받습니다 다른지역 포항 마산은 저희보다 더 못받습니다.... 저야 젊지만 나이50 60드신분들고 같이 똑같은조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래게신분들은 더많이 받으시지만 30년게속일하신분도연봉5000이
    조급넘습니다 지금파업2틀째 울산항에서 100명넘는분들이 집에도못가고 철야 농설을 벌이고있습니다
    많은거 바라는거 아님니다 근무조건 계선과 노조인정 다른거 없습니다 돈생각헀으면 원양 가서 벌어도 연봉팔 구천만원 정도는 그냥법니다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과 해여지기싫어 육지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돈이작아도 배를타는데.. 조금의 근무조건 개선 그뿐입니다.. 정치파업이니 이런거 모름니다..그냥 우리가족 행복하게 평범하게 살고싶어 이러는거 뿐입니다....색안경 끼고 바라보지말아주세요

  • 힘내세요!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의 생활은 뉴스를 통해서 알지만,
    정작 이 세상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삶은 정말 잘 몰랐구나 싶네요.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이 자본주의 땅에서 쉽지 않은 것이지만... 노동자의 마음과 생각으로 따뜻한 눈물 나눌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투쟁!!!

  • 이걸보실지

    예인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해양산업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힘내세요

    항상 저는 노동자 편입니뎌...꼭 끝까지 연대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납시다.

  • 꼭보세요

    노동자 여러분. 이 나라는 노동자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긍지를 갖고 자신감을 갖고 상식이 통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여러분들의 파업은 정당합니다.

  • 사실은

    사실은 진짜 힘든 직업을 갖고 있는 분들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언제 사고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앞장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러분의 희생으로 후배들이 더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힘내세요

    지역이 멀어 연대하러 가지는 못하지만
    예인선 노조의 이 싸움 반드시 승리하길 바라겠습니다!

  • 다함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민단체 회원입니다 자본은 언제나 사람사이를 편가리고 서로를 적대시하며 경쟁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좋은 자본 나쁜 자본이란 없습니다 좋은 자본가 나쁜 자본가는 있을 지언정 말이죠.. 사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무리일 지라도 김영삼 정부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를 뛰어넘어야 노동자들의 인간다움이 보장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농민,빈민,학생이 서로 한 몸으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피억압자들은 서로 떨어져서는 한 줌의 모래와도 같이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습니다
    저도 공고를 졸업해 범용선반을 거쳐 CNC 선반을 하고 있습니다
    12시간 맞교대를 해 180만 원을 월급여로 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처음 입학식 때 교장선생의 훈시 때 "기능인이 더 인정받는 세상이 시작됐다" 라고 하더군요 더 많은 급여 더 나은 대우를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현장실습을 나와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그런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회적인 편견은 고정관념을 낳게 했고 생산직이란 그저 사무직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단순한 일이란 관념이 고착화되었습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위험하고 더 고생을 하는데도 말이죠
    결국 고생하면 할 수록 힘들면 힘들 수록 사회적인 노동의 가치는 하락하는 역현상이 안타깝게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자신들이 생산직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거나 지잡대라는 사회적인 편견에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면서도 현장노동자들을 그저 단순무식으로 깍아내리는 경우와도 같은 맥락인 것이지요 기계부품의 공차 100분의 3 내에 깍아내며 부품설계까지도 직접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 보니 착잡하더군요
    그리고 단순작업이란 것도 결국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 난 것입니다
    자동차 한 대를 과거엔 수 십 명이 협업해 몇 달 걸려 만들었다면 작업공정을 단순화시켜 그만큼의 빠르기를 통해 하루 만에 만들 수 있게 한 것인 오느날 단순노동의 시초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미국의 GM사가 최초로 컨베어 벨트라인을 개발 도입해 종전에는 사람이 움직여 작업하던 것을 그 후에 사람은 그 자리에 있고 벨트라인이 움직이는 체계로 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GM사는 엄청난 빠르기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죠
    결국 단순노동 또한 처음부터 단순한 일 밖에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의 필요에 의해 단순노동이 생겼고 단순한 일 또한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단순노동이라고 해서 급여의 형평성을 부정하고 딱졸 운운한다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이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느 사람에겐 단 한 푼의 돈도 주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부정하니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지요

  • 인천예선

    전 인천예인선(주)흥해 승선중인 사람입니다 ... 저희 선장 년봉 3천 조금 넘습니다..기관사,항해사들 월 180 받습니다..퇴직금? 매년 명절에 성과금으로 나오던 돈 없어지고 퇴직금으로 돌려서 작년부터 받기 시작했습니다..쩝.. 수당,상여급 받아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할정도로 근무환경 최악인 회사임다.. 매년 노동자들의 피와땀이 석여있는 노동력으로 돈벌어서 배한척씩 신조로 만들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들가서 임금,수당 얘기하면 돈없다.. 기다려라.. 적자다..
    '내가 젊었음 이회사 안다닌다"라고 회장이 말하는 회사 그런 악덕회사가 저희회사입니다.. 지금도 4500마력 두척 신조중에 있음에도 .. 5년 10년..20년된 직원들에게 눈한번 돌릴줄 모르는.. 어찌 생활하는지 알려고도하지 안는 회사측.. 정말 화가 나고 울화가 치밀고.. 수년이란 시간을 이회사에 몸담고 있었다는게 한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좋은 날이 언제 올찌는 모르겠으나 .. 오는 그날 까지 옆에서 응원하고 또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울산 예인선 노동자 여러분!!

  • 킹콩

    뉴스에는 정작 '왜' 파업하는지는 하나도 안나오더군요..
    안타깝습니다

  • 퍼시픽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오래 참았네요 이제라도 일어섯으니 전국 예인선 직원들의 길잡이가 되도록 힘내시고 예선 사업주들 께서도 이제는 직원들과 소통 할수 있도록, 그리고 서로 나눔의 행복을 느끼시길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