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6.30공동행동 연속기고④] 공공운수노조 6.30. 공동행동, 24만의 기록

※ 공공운수노조는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 내용을 담은 10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6.30. 공동행동>을 진행한다. 이번 공동행동은 전국 곳곳에서 선전전-선언-집회-플래시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동행동이 향하는 공공성 강화-노동권 확대의 모습은 무엇일까. 공공성-노동권을 통해 바뀔 세상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실천을 들여다본다.

① <6.30. 공동행동, 이렇게 준비되고 이렇게 열립니다>
② <6.30 이후의 삶 ① : 공공 씨의 하루>
③ <6.30 이후의 삶 ② : 노동 씨의 꿈>
④ <6.30. 공동행동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연결되어 있다!>

3월 24일, 재확산의 재확산을 거듭하는 코로나19의 위세가 아직 당당하던 때, 광화문 앞에 한 무리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각각의 문구가 담긴 10장의 만장을 들고 선 이들은 대한민국을 ‘고장 난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 특히 청년, 비정규직,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고, 영세자영업은 붕괴했다. 재난 시기 국민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과로와 희생, 억울한 죽음도 계속되고 있다. 치솟는 주택 가격은 집 없는 서민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모든 국민을 투기판으로 내몰고 있다. 신자유주의 30년간 확대되어 온 불평등이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더욱 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한국은 단단히 고장 난 나라가 맞다. 이들이 손에 든 만장에 쓰인 문구들은 결국 고장 난 대한민국을 수리하고 사라진 국가와 정부를 다시 불러낼 제문이다.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10대요구 발표 기자회견 당시 모습 [출처: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교섭요구에 대한 정부의 답은 석 달의 침묵, 이제 일어설 수밖에

공공 운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제 삶과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한 10가지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진 후 3달이 지났다. 그간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와 기재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부처별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세종시 압박 투쟁과 지역별, 의제별 투쟁을 이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보장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재벌 특혜와 시장 질서 강화로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언제나 자기 몫을 해내며 우리 사회를 끝끝내 지탱해 온 노동자들은 결국 스스로 나서게 될 것이다. 24만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자가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전국 각지 자신의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에 나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일어설 수밖에.

  430 정부세종청사 포위의 날 [출처: 공공운수노조]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처음 시작은 어쩔 수 없이 코로나였다. 대규모 집회 등 기존 방식의 대정부 압박을 기획할 수 없는 지금, 묵묵부답의 정부를 돌려세워놓기 위한 조합원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기 시작했다. 24만이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반향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안됐다. 그리고 2021년 상반기의 끝자락에서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이자 공공부문 대표노조인 공공운수노조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한 걸음, 6.30 공동행동 계획이 결정됐다. 공공운수노조 24만 전 산하조직과 조합원은 1개 이상의 현장 실천에 참여하고 지역별 의제별 다양한 실천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이 결과를 모아 온라인 현장지도를 만들어 대한민국 전도를 24만의 행동으로 가득 채워 보기로 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특성을 살려 학교, 병원, 철도, 지하철, 공공기관, 지자체 등 국민과 직접 만나는 공간에 우리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고 시민과 만나며 활동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겨 온라인 지도에 하나하나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6월 30일 현재 활동지도 상황(7월 4일까지 활동들이 취합될 예정이다. 인증샷, 선전전, 집회, 문화제 등 모든 활동 사진) [출처: 공공운수노조]

행동과 실천에 몹시 진심인 사람들

사실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소위 인증샷 투쟁이라는 것이 디지털 통신장비의 발달과 함께 민주노조 운동에 유의미한 운동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관성이 돼 버린 인증샷 투쟁이고 습관처럼 손피켓 돌려가며 찍어 보내는 게 전부인 투쟁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의무감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하고 나서 휘발돼 버려도 그리 아쉽지 않은 사진, 사진들. 그러나 이번엔 달라야 했다. 인증샷이 본래의 의미처럼 손피켓에 담긴 구호에 진심이 담기길 바랐다. 그리고 인증샷을 찍는 간단한 활동이 나 혼자만의 행동이 아닌 공동의 행동임을 서로가 확인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또 그것이 바이러스처럼 서로 서로를 선하게 감염시키길 바랐다.

  최초 인증샷, 민주버스 제주지부 제주공영버스지회 정형수 지회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처음 시작은 제주도였다. 휑한 지도에 인증샷 마커가 점점이 찍히기 시작한건 저 남단의 제주도였다. 민주버스 제주지부의 인증샷이 촬영된 6월 10일, 제주시 인근 노조사무실 위치에 최초의 인증샷 마커가 표시됐다. 제주지역본부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겠지만 지도의 하단 부분에라도 마커들이 채워지기 시작하며 동네방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 모두에 구석구석 활동 마커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6.28 기자회견 사진 [출처: 공공운수노조]

연평도부터 울릉도까지, 동두천부터 서귀포까지 한국사회 모든 곳에서 공공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활동 흔적이 지도에 고스란히 표시됐다. 알고 있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던 사실 하나. 우리는 어디에나 있었고 모두 연결돼 있었다. 지도 마커가 한반도 대부분에 표시되기 시작할 무렵 몹시 특별한 인증샷도 종종 지도에 올라왔다. 도서 산간에서 일하는 발전노동자들이 보내온 벽지의 인증샷은 평범한 축이다. 심지어 부산 앞바다에서 스노클링하며 해저(?)에서 촬영한 인증샷도 도착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공공성과 노동권 강화 인증샷이 도착하고 있다. 탄가루를 뒤집어 쓴 발전 노동자가 발전소에서, 공연복장의 예술노동자가 예술회관에서, 낙도벽지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노동자가, 화물노동자가, 버스노동자가, 공공기관 사무직 노동자가 사무실에서. 우리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연결돼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다양한 지역별 사업, 업종별 투쟁 6월 마지막 주간을 달군다

공동행동 주간에는 시민들과 만나는 다양한 실천사업이 지역별로 진행됐다. 6월 28일 공공운수노조의 전 지역본부는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어 6.30.공동행동 주간을 선포하고 대정부 교섭과 10대 요구 관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지역당 면담을 진행했다. 또 6월 마지막 주간 동안 대시민 선전전과 문화제 등을 통해 노동조합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시민들과 이야기 나눈다.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지역본부 동시다발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지역본부별 일정 [출처: 공공운수노조]

업종의제별 사업도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들이 함께하는 공공기관사업본부는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기재부 앞 철야농성을 벌이며 공공기관 6대요구 쟁취를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29일에는 “홍남기 장관 만납시다!”라는 제목으로 1천여 명 이상 참여한 결의대회를 열어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권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업종별 특성을 살린 실천 활동들도 활발히 진행됐다. 민주버스본부의 버스노동자들은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 한편에 10대 요구 배너를 부착하고 화물연대본부의 화물노동자들은 자신의 트레일러에 공동행동 슬로건을 담은 차량용 스티커를 부착했다.

  공공기관사업본부 결의대회, 대정부 6대요구 노정교섭 쟁취 “홍남기 장관 만납시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제별 사업 표 [출처: 공공운수노조]

  제주 용담 해안도로에서 촬영한 조합원 플레시몹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병원노동자 플레시몹 ‘찐찐찐이야~ 공공성을 강화하라 지금!’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의 실천행동에 공감하는 시민사회 정당들의 연대활동도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노조의 6.30 공동행동 선언을 함께 낭독해 노조로 보내주는 한편 진보정당들은 노조의 10대요구가 담긴 현수막을 정당현수막으로 등록해 전국 각지 번화가에 게시하고 있다.

  공동행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 공동선언을 함께 읽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진보정당들은 각 당의 이름을 건 현수막을 함께 제작해 전국 주요 거점에 부착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오늘과 다른 내일을 향한 움직임, 6.30 공동행동은 시작

노동조합 조합원들 각자의 활동만으로 정부를 견인하고 세상을 바꿔내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노동조합으로서도 집회와 결의대회가 아닌 다른 방식의 대규모 공동행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만으로는 힘에 부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작하는 사람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맨 앞에 선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길은 나게 마련이다. 6월 마지막 주를 뜨겁게 보낸 24만 조합원의 마음이 모였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모든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동네방네 구석구석, 공공성과 노동권이 넘치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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