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 직종이라 불리는 프리랜서의 그늘진 단면이다. 방송사의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있는 구성작가, DJ, MC, 리포터들은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를 하면서도 월 평균 1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한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밤샘작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중단이나 PD와의 관계 때문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기 일쑤다. 또한 '제출한 방송원고나 출연횟수 등에 따라 소정의 고료를 지급 받는다'는 규정과 달리 PD나 부장의 지시·감독에 따라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사전취재, 섭외, 편집, 촬영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퇴직금이나 사회보험 혜택에서 배제돼 있다.
전국여성노조(위원장 최상림)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방송사 구성작가·진행자들의 노동3권에 관한 토론회'에서 지난 9월11일부터 27일까지 대구, 마산, 광주 등 9개 지역 13개 방송사(KBS, MBC, 지역민방, 교통방송)의 구성작가, 리포터, MC, DJ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규직 PD가 해야할 일까지 도맡아야
이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1.7%는 주당 평균 50시간 이상 일하며 1주일에 평균 1.58일은 밤샘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 평균 급여는 94만7,600원에 불과했으며, 응답자의 56.4%가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았고, 50만원 미만도 5.9%를 차지했다.
정규직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들 프리랜서 고용을 확대했다는 것을 반증하듯, 이들의 업무는 원고작성과 방송진행 등 고유업무 이외에도 소품구입에서부터 촬영현장 보조, 행정업무, 공문 작성 및 발송, 배차 신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채용방식은 프로그램 담당 PD가 공개적으로나 인맥 등을 통해 채용한 경우가 62.7%로 가장 많았으나 방송사에서 공개 채용한 경우도 28.4%를 차지해 방송사가 채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상급자의 지시·감독 아래 업무 수행
대부분의 구성작가와 진행자들은 방송사와 종속관계가 없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하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업무 과정에서 87.6%가 PD나 부장으로부터 지시·감독을 받고 있었으며, 불과 6.7%만이 출퇴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이는 드라마 매회 또는 전회에 대해 극본을 공급하고 소정의 고료를 지급 받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드라마 작가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프리랜서'라면 흔히 겸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 94.3%가 겸업을 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로는 '업무량과 노동시간이 많아서'(66.3%), '방송사(PD 등) 눈치가 보여서'(12.5%), '매어있는 몸이어서'(12.5%) 등을 꼽았다.
월 100만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겸업을 하기 힘든 조건이라 이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임금(40.4%)이었으며, 다음으로 고용불안(38.5%)이었다. 또한 상급자와의 종속적인 관계, 반말,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 등 비인격적 대우에 대한 불만도 8.7%를 차지했다.
여느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고, 업무상 재해를 당했을 때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업무상 재해가 적은 직종이긴 하지만 촬영현장 등을 오가며 생기는 교통사고나 작가들의 경우 경견완장애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32명 가운데 87.5%인 28명은 본인이 치료비 등을 모두 부담을 했다고 답했다.
교섭불응 방송사 상대 구제신청, 각하
노조 최상림 위원장은 "이번 조사결과 구성작가와 진행자들이 PD나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방송사에 전속돼 일하고 있다는 사실과 채용과 해고의 기준, 급료의 최저선이나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특수고용형태라는 이유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마산 MBC 구성작가와 리포터들이 전국여성노조 분회를 결성했으나, 방송사는 노조의 교섭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이에 항의하며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경남지노위는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등 2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공대위 박석운 운영위원장은 "방송사는 즉각 성실히 교섭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교섭을 회피하는 방송사 사용자들에 대해 철저히 행정감독을 해야 한다"며 "나아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신속하게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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