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원장 재구속 배경과 노림수


지도부 볼모로 저항무력화 잔꾀…"노동자 분노만 키울 뿐"

김대중 정권이 '약속위반'이라는 비난여론과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단병호 위원장을 다시 구속한 까닭은 무엇일까.
하반기에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이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에 대해서는 강경탄압으로 억누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지도부를 볼모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현정권은 DJP 공조파기 이후 '이용호 게이트'로 불리는 부정부패 사건에 권력 핵심부인 검찰조직마저 연루됐음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등 위기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천주교와의 약속까지 내팽개친 채 저항세력을 힘으로 눌러서라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관철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이에 대해 "아직도 민주노총을 공안논리로 바라보는 지배집단의 뿌리깊은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손실장은 이어 "이후 노동자의 지지를 받는 노동정책을 펼 계획이라면 단위원장이 석방돼도 그들과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 굳이 무리를 해서 다시 구속한 것은 이후 노동자의 요구를 거스르는 노동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노동배제 정책을 펼 경우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이 두렵기 때문에 지도부를 붙잡아둠으로써 저항을 막아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라고 분석했다.
검찰이 단위원장에게 '반성문'과 '노사정위 복귀 약속'을 강요한 사실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단위원장이 거부할 게 뻔한데도 이를 강요한 것은 약속을 어기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 애초부터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사정위 복귀를 종용한 것 역시 검찰권한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결국 '풀어줄 테니 정부정책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것이나 진배없다.
단위원장 사건을 맡은 윤웅걸 검사(서울지검 공안2부)는 지난 27일 저녁과 28일 잇달아 단위원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문 제출과 함께 △이후 폭력사태 우려가 있는 집회는 하지 않고 △파업을 자제하고 불법파업을 지도하지 않겠으며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서약을 요구했다. 단위원장이 이를 거부당하자 28일 오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단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리해고 등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의 잘못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었기 때문에 잘못이 없고, 따라서 반성문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평화집회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우발적인 폭력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열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 행사이기 때문에 헌법정신과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잘못된 법 조항과 상관없이 불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가 합의사항을 지키지도 않을 뿐더러 잘못된 정부정책의 통과의례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에 탈퇴했다"며 "노사정위 탈퇴는 60만 조합원을 대표한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인데 내게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부당하다"며 윤 검사의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한편 단 위원장이 다시 구속됨에 따라 하반기투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김태연 사무차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물론 최고지도부가 구속됨으로써 투쟁을 모아내는 구심점이 약화돼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반인권적 실체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의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60만 조합원의 분노와 힘을 모아 단위원장 석방을 위해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여나감과 동시에 하반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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