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국보법 재판 유죄선고

지난 10월20일 전쟁방대 범국민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photo-copyleft 참세상뉴스 정용택]

지난달 30일 국가보안법과 군사시설보호법 및 폭력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문정현 신부(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상임대표)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류연만 부장판사)는 "96년 범민족대회에 관한 논의를 위해 바르샤바에서 북한의 조국통일위원장과 회합한 것과 99년 8월 군산 미공군기지 앞에서 폭력을 행사한 점에 관해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문정현 신부는 "이미 모두진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재판은 나의 반미운동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정치적 재판이었기 때문에 결과에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신부는 그러나 "미군에 관한 폭력 문제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진술한 것을 휴지조각처럼 취급하고 미군 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며 "이런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고 재판에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활동을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항소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월 2일 있었던 문정현 신부의 최후진술을 요약 발췌하였다.


문정현 신부 최후진술

저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교회의 한 사제입니다. 그리고 한 생을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아왔습니다. 70년대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살았습니다. 80년대 90년대는 갈라진 민족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젊은이들과 함께 통일운동에 나서기도 했고 고난받는 노동자들 옆에 서있기를 원했고 그것이 나의 행복한 삶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와 세계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였습니다. 뒤늦은 나이에 저는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의해 한반도의 분단은 50년을 넘어왔고 그로 인해 인간성은 철저히 파괴되어 왔습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전쟁과 지배와 착취를 일삼는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여 왔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변화에도 불구하고 냉전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MD전략을 추구하고 한반도를 끝까지 지배하려 하고 있습니다. 통일 후에도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적 발상입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했다"

한 사제로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 농민들과 만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들은 언제나 나의 뜨거운 동지들입니다.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위해 함께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삽니다.
제가 바르샤바에 가서 북한 인사와 회동했던 것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잘 몰랐지만 동지들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건으로 먼저 잡혀갔던 사람들에게 마음속에서 큰 부담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안은 한 사제로서
당시 같은 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실형을 살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비록 늦게나마 오늘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게 되는 것이 통일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던 분들에 대한 빚을 갚는 마음입니다.

저에게 실형을 내리셔도 좋습니다. 법정구속이라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루되었던 세 동료들이 형을 받아 징역살이를 했고 사건 자체가 사면복권이 된 시점에서 재판을 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 아닌가요?

저는 주한미군 철수를 내 생애의 목표로 일관하여 행동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의 정당한 행위가 재판에 회부되는 것 자체에 깊은 회의를 갖는 사람입니다. 누가 누구를 재판할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누구를 재판하는가?

전쟁이후 수많았던 양민학살, 미군범죄 불평등한 조약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 우리가 옳고 그름을 재판한 적이 있었습니까? 누가 보아도 한국역사에 분명한 잘못을 한 미국에 대해 사법부는 진실의 재판을 한 적이 있습니까?

당시 나는 우리에게 위압적으로 다가오는 미군을 보고 분노가 쳐 올라왔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미군에 의해 부대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치욕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고 우리가 당하는 굴욕에 대해 처절함과 비애마저 느껴야만 했습니다. 저들이 제시한 비디오 테이프에도 저희가 끌려가는 과정은 담지 않았습니다.

미군에 의해 끌려갔던 그 과정은 폭력 자체였습니다. 저는 제가 믿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저는 사람을 해칠 마음조차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나는 미군을 때리지 않았습니다."

국보법과 주한미군 주둔은 동전의 양면

마지막으로 나의 견해를 밝힙니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국가보안법과 주한미군주둔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이것들은 해결되어야 할 민족의 과제입니다. 저는 국가보안법을 꼭 철폐하고 말 것입니다. 주한미군도 꼭 철수시킬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다가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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