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에서 온 편지
동지들 더위가 무척 오랜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곳 교도소에도 더위는 어김없이 파고 들어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수형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변덕이 심한 날씨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면회 온 동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 이래로 오랜 가뭄과 고통을 수반한 폭우는 나라에 크나큰 재앙이 닥칠 때 몰아친다고 합니다. 바로 지금의 고통도 그런 위기의식을 반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날씨에 따른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고통을 겪고 있고 우리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의 총체적인 탄압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맛보고 있습니다.
저도 정부와 자본의 탄압에 저항하다가 차가운 창살 안에 갇혀있고 지금도 수많은 우리 동지들이 구속되고 수배되어 가면서도 투쟁의 깃발을 놓지 않는 것은 지금의 정국이 그만큼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동지들! 저는 아주 잘 있습니다.
내 비록 묶여있지만 교도소에서도 노동자다운 기개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들이 탄압하고 차가운 창살 안에 나를 묶어놓고 행동을 제약해 놓았지만 저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기회를 재충전의 발판으로 삼아 더욱더 강고 하게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저를 면회하기 위해 수많은 동지들이 보여주신 동지애에 감사 드립니다. 발레오 조합원 동지들을 비롯해서 저 멀리 강원도에서 경기도에서 그리고 충청도와 전라도 등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진정한 나의 동지들에게 눈물어린 감사의 말을 지면을 통해서 전해 드립니다. 동지들 고맙습니다.
동지들! 저는 요즈음 읽고 싶었던 책들도 읽고 있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마누라와 어린 두 아들놈이 무지무지 하게 보고 싶습니다. 그 동안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못해보고 살았는데...
매일 볼 때는 몰랐던 그런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지들!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만나면 동지들과 막걸리를 기울이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술자리가 있다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기꺼이 저의 몸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다시한번 동지들이 보내주신 동지애에 감사하며 더운 날씨에 조심해서 일하기를 부탁 드립니다.
양현동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