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연수생, 족쇄 채워라"

정부는 지난 20일 '현대판노예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
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대책'(아래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김호식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장의 주재로 법무부, 노동부, 외교부, 중
소기업청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외국인산업인력정
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것이다. 「대책」은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아래 연수
생제)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 한편, 이탈 및 불법체류 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시행"
한다는 방향 아래 마련됐다. 세부 내용은 △연수생 정원을 현행 8만3천8백명에
서 8만5천5백명으로 확대 △연수취업기간을 현행 연수2년+취업1년에서 연수1년
+취업2년으로 조정 △연수생 이탈 방지를 위해 퇴직적립금 의무화 △불법체류자
강력단속 등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산업심의관실의 송재기 과장은 "중소기업청
등에서 연수생 증원 요구가 있었고, 불법체류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며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박천응 목사는 「대책」에 대해 "연수제를 폐지하고 이
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생각은 않고, 연수생 정원을 확대해 인력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 밥그릇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91년 도
입 후 계속 존속돼온 연수제는 '연수' 없이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면서 이주노동
자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몬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연수생을 관리하면
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중소기업협동조합(아래 중기협) 등의 반대로 연수제
폐지 노력은 좌절을 겪어왔다.



또한「대책」은 연수생들이 연수업체를 이탈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선 눈감은 채
이탈자 수 줄이기와 불법체류자 단속에만 급급하고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정부는 연수 기간을 줄이고 취업기간을 1년 늘여 이탈을 방지
할 것이라고 하지만, 연수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
니"라고 말했다.

특히 이탈을 막는다며 퇴직적립금을 의무화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연수생에게
족쇄를 채우는 꼴이란 비판이 높다. 이윤주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장은 "퇴직
적립금은 그 동안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지적돼 왔던 강제적립금의 다른 이름"이
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도 성명을 내 "퇴직적립금은 퇴직금과
전혀 다른 것으로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저금을 강요하는 것으로 명
백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 동안 연수업체들은 중기협의 지침에 따라 연수
생의 이탈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강제로 임금 일부를 매월 원천공제해 은행에
적립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최근엔 연수생의
의사를 묻는 쪽으로 상황이 일부 개선된 상태였다.
또한 불법체류자 강력단속 방침에 대해 이 지부장은 "지금도 간헐적으로 이뤄지
는 단속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비관해 자살하는 등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데,
앞으로 단속을 강화하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불법체류(미등록)
노동자를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책」은 각 분야별 소관 부처들이 최종 협의 내용을 보고하면 심
의를 거친 후 내년 상반기 중에 실시될 예정이다.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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