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섭 jks@kdlpnews.org
지난달 24일 '노동자건강권쟁취 투쟁의 달 사업 공동추진위' 주최로 철도노조 웨딩홀에서 '집배원노동자 노동실태발표와 건강권쟁취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 집배원의 노동실태 발표와 건강권을 되찾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5년간 우편물 수는 매년 9%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수도권의 소포물량은 전년대비 60%나 증가했지만 이 기간 중에 집배원에 대한 충원은 6.1%에 불과했다. 결국 5년간 1백73명의 집배원이 과로와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배원업무 도중 사망하거나 병원에 실려나간 사례들도 함께 발표됐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우체국에서 근무한 이노철(45)씨는 오후 11시30분까지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고 퇴근, 자택에서 잠이 들었으나 다음날 깨어나지 못하고 과로로 사망.
올해 1월 인천 계양우체국 박영수(36)씨는 오전 7시 출근해 근무를 하다 오전 8시경, 배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사망. 같은 우체국 강성우(30)씨는 "과로로 인한 간경화" 판정을 받고 요양.
2002년, 광주우체국 김연선(50)싸는 전신마비로 반신불수로 퇴사, 윤영용(40)씨는 우편물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퇴직, 서광주우체국 이병규(58)씨, 오토바이 사고로 퇴직, 이주식(33)씨는 간암으로 인해 사망.
이날 발표된 민중의료연합의 설문조사(전국 13개 우체국, 2백95명 대상)에 의하면 집배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4.2시간으로 나타났다. 집배원들은 오전과 오후에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우체국에서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느라 야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9.3%만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어 대다수의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중의료연합 이혜은 집행위원은 "우체국 택배를 시작하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집배원에게 떠넘겨 졌으며 이전에 방위병들이 돌리던 우편물(입영통지서, 민방위 훈련소집장 등)도 집배원의 몫이 됐다"며 "전체 응답자의 77%가 휴일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박봉과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집배원들은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집행위원은 "각종 질병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킬로그램 가량의 우편물을 취급과 우편물 분류시 반복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종이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편물을 제때에 배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집배원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광진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던 임병극(53)씨가 지방세 등기우편물 2천여 통을 소화하기 위해 대학에 다니는 딸까지 동원해 일하다 길거리에서 쓰러져 뇌사상태(현재 퇴원)에 빠진 사례가 발표됐다.
이 집행위원은 "집배원들이 일반인들보다 많게는 10배 가량 관절염, 요통,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설문응답자 중 83.8%가 시간이 없어서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배원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과 인력확충,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집배원의 정규직화, 집배원 노조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집배원은 2만 6천여명으로 이중 47.9%인 6천7백여명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집배원은 정규직에 훨씬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호봉제도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 근무에 대한 혜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정규직 집배원과 비정규직 집배원의 이직율에서도 알 수 있는데 2001년 정규직 이직율이 7.6%인 것에 비해 상시위탁 집배원(비정규직집배원)은 46.2%로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의 이직율이 높은 것에서도 나타났다.
토론회자로 나선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 박석기 의장은 "인터넷 쇼핑몰 상품홍보책자와 핸드폰의 증가로 요금고지서가 폭주하게 됐고 구조조정에 의해 인력채용이 발묶여 있어 한정된 인원으로 늘어만 가고 있는 우편물을 감당하다 집배원이 죽어 가는 상황"이라며 사회가 집배원의 노동조건과 건강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다.
[ 85호] 4.29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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