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이데올로기 월드컵이여! 썩 물러가라!

스포츠란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철저히 상업적 정치적 지배이데올로기의 매개체로 이용될 뿐이다. 이제 노동자민중의 진보세력은 자본의 지배이데올로기로 둔갑한 스포츠에 대한 국민정서를 철저히 바꿔내야 한다.

안윤길(노동자의 힘 회원)


87년대투쟁에 찬물을 끼얹은 14년 전의 올림픽

월드컵을 앞두고 김대중정권은 온 매스컴을 동원하여 국민의 눈길을 모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럴수록 월드컵은 섬짓하게 다가온다. 88올림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88올림
픽 한해전인 87년은 이 땅의 노동자민중이 수십 년 만에 독재와 착취의 억압
을 떨치고 일어난 해다. 이른바 노동자대투쟁이다. 6.29로 비롯되어 민중은 물
론 노동자까지 폭 넓힌 역사의 한 정점을 이룬 '87년 노동자 대투쟁'. 그 민주
화열망이 꽃 피우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은 원흉이 바로 88올림픽이다.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 본다. 당시 노태우정권은 올림픽만 치르면 국민 GNP가
얼마가 되느니 하며 금방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모두가 부자가 될 것처럼 온
갖 매스컴을 동원해 국민들을 보랏빛 환상에 젖게 했다. 그 분위기에 휩싸여
국민들은 물론 노동자를 비롯한 영세서민까지도 뭔가 찜찜하면서도 설마 하면
서 희망을 걸었고, 노태우정권은 한술 더 떠 올림픽시기에 행여 파업하는 노조
가 있다면 나라 말아먹을 놈으로 매도했고 실제로 한 노조는 파업했다가 무참
히 박살나기도 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88올림픽은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 올림픽은 한
일년쯤 지나서야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었다는 둥 불만의 목소리가 나돌기 시
작했고, 각계 각층에서는 올림픽에 대한 비리와 불만을 토하고 그것이 매스컴
을 타기 시작하더니 여당야당 정쟁으로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때서야 국민들은 와와 하며 뒷북을 쳐댔다. 허나 정작 책임질 인간들은 핫바
지 방귀 새듯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똥찌꺼기만 남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
듯 88올림픽은 87년 대투쟁의 민주화 열망을 철저히 잠재우는데 수훈을 세우
는 역할을 해냈다.

월드컵 빌미 노동자 민중 압살
도랑 치고 가제 잡으려는 정권

월드컵이 14년전 올림픽을 재현하려 하는 낌새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서
울부터 노점상 단속이 일제히 시작되었다. 노점상 대부분이 영세서민이고 근
래 몇년동안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쫓겨난 실업자들, 해고자들이다. 이제 그들
은 국민들 눈길이 축구경기로 쏠려 있는 동안 얼마나 피눈물을 흘려야할지 모
른다.
두 번째로 노동자들 가슴에 아주 섬짓한 용어가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매스컴
을 타고 확산되고 있는 월드컵 기간 중 '무쟁의 선언노조' 확산이다. 곳곳에
서 구조조정에 희생된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온갖 부당한 탄압으로 노동자들이 속속 거리로 내몰리는 이 마당
에 무쟁의 선언을 부추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고 보면 발전노
조 파업이 어설프게 끝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백기가 자본세력에게 메뚜
기 철만난 듯이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정권 또한 월드컵을 이용해 '도
랑치고 가제잡고'(비리를 감추고 정권재창출)를 시도하고 있다.

지배이데올로기 월드컵이여 물러가라

만인이 좋아하는 축구라지만 그것이 매스컴을 타고 행사로 치르질 땐 민중들
은 늘 들러리였을 뿐이다. 어디 축구만 그런가.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다. 프
로선수 아무개가 돈을 수십억을 받든 말든 그게 민중의 삶에 무슨 보탬이 되
고 무슨 관련 있는가. 이렇듯 스포츠란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철저히 상
업적 정치적 지배이데올로기의 매개체로 이용될 뿐이다.
이제 노동자민중의 진보세력은 자본의 지배이데올로기로 둔갑한 스포츠에 대
한 국민정서를 철저히 바꿔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월드컵으로 말
미암아 노점상 등 영세서민이 희생되고 노동자투쟁이 매도되고 있음을 직시하
고 이를 폭로해야 한다.
월드컵기간을 파업투쟁의 기회로 삼자! 지자체 선거도 좋은 기회이다. 선거전
을 통해 월드컵으로 노동자투쟁을 잠재우려는 자본정권의 음모의 껍데기를 벗
겨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 상층지도부만 탓하며 허탈해 있을 때가 아니라 지금부터 각 연
맹 단위노조 현장을 중심으로 파업을 조직해 내자. 월드컵기간 중 개방귀 같
은 '무쟁의 선언' 따위의 지배이데올로기 공세에 움츠릴 게 아니라 오히려 총
파업의 공세로 극복하자.
프랑스 월드컵 때 경기장에서 노동자들이 펼친 피켓, 현수막투쟁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지 않겠는가. 지혜를 모으면 우리 실정에 맞는 투쟁방법을 얼마든지
구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하기 나름이다. 어차피 치러질 월
드컵이라면 오늘의 노동운동위기를 자본에 대한 총반격의 기회로 만들자. 다시
는 88올림픽 때처럼 끌려 다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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