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고 있는 주5일제:유연화 도구 돼선 안된다!

유영주(노동자의 힘 회원)

지난 5월23일 금융노사대표자회의에서 한국노총 금융산업노동조합이 2002년 7월1일부터 주5일 노동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은행연합회가 5월30일 금융감독위원회 및 은행들과 공동으로 '주5일 근무제 시행관련 종합대책반'을 구성하여 토요휴무에 따른 금융기관 운영 문제 등에 대해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등 금융권에 주5일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해태제과도 5월28일 사무직부터 우선 주5일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5일제가 논의단계를 벗어나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공무원 주5일제 시범실시 방침을 밝힌 이후 한두달 사이에 '시범'이 아니라 '실행'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5월31일 긴급 회장단회의를 열고 "법 개정 전 주5일제 도입 자체"를 촉구하면서 단협을 통한 주5일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경총은 '법정 근로시간 관련법 개정 전 은행권이 먼저 도입키로 한 결정에 유감'이며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법정 근로시간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이 개정될 때까지 자중할 것' 그리고 '주5일 노동제를 도입하더라도 주6일을 전제로 하는 현행 휴일·휴가 제도상의 규정들을 주5일에 맞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임금 보전을 전제로 하는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는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는 [근로시간단축 관련 단체교섭 기본원칙]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자본측은 주5일제에 대해 첫째,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함으로써 노사정위원회 합의와 입법 과정 등을 의식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을 사전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둘째, 6일제를 전제로 하는 휴일·휴가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명목상의 주5일을 승인하더라도 탄력적 노동시간제 적용, 연월차 휴가 및 휴가 사용 조정, 생리휴가 무급 도입 등 현재의 '근로기준'들을 개악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셋째, 자본측은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임금분을 감액하고 더불어 부득이하게 주5일제 도입을 검토할 경우 월차휴가를 활용한 '토요 격주휴무제'를 시행케 한다고 하여 실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임단협 갱신이 되더라도 주5일제 관련 사항이 '주 40시간' 법 개정시 개정 결과에 따른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조합의 단협결과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더욱이, 정부는 '현행 근로시간과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주5일제 시행 가능'을 말하고 있어 주5일제 실행이라는 것이 노동시간의 실질적인 단축과는 정면 배치될 우려도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 전윤철 재정경제부장관은 5월24일 "연.월차 휴가와 법정공휴일, 경조사휴가 등을 활용하면 현행 근로시간과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고 임금삭감과 휴일제도 개악 등을 전제로 해서 주5일제를 하겠다는 발언으로,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주5일제가 실질노동시간단축이 아니라 노동유연화의 도구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자본측과 정부의 태도로 미루어 전산업적, 동시적 요구와 투쟁에 기초해서 제기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법제화 과정에서도 자본측과 정부에 밀려 개악법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현재 금융권 등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5일제 협상이 갖는 본질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대응을 펼쳐나가야 한다. '주5일제'라는 명목 이면에서 전개될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조건 저하 기도를 막아내고, 중소사업장, 비정규직에서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보장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