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회(노동자의 힘 대표)
현실 정치지형 변화의 서곡
현실의 정치지형이 변화할 것이라는 징조는 이미 있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이 소위 노풍이었다. 대통령의 아들까지 거론되는 부패게이트에서 비껴가기 위해서든, 당내 주류세력을 제끼기 위한 전술이었든, 민주당이 실시한 국민예비경선제를 통해 불어온 '노풍'은 단지 민주당 내의 바람으로 그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언론에서는 '노무현 현상'이라는 표현까지를 쓰게된 바, 노풍은 현실정치의 소외세력들 특히 젊은 층이 주도하여 현실정치의 독점체제를 깨버린 데 그 의미가 있다. 예비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내세우다 본선에 들어가면 우경화하는 미국의 선거가 그러하듯 노무현의 진보적 공약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색깔 시비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 더 커 보인다.
이러한 정치지형의 변화는 기존의 지역에 기반한 3김 세력의 퇴조가 결정적 배경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북을 지렛대로 한 그리하여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한 보수정치 지형, 즉 현실정치에서의 3김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지형에 균열이 온 것에 연유할 것이다. 이렇듯 북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정치에 가장 관건적 지위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치지형을 무력화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 사건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6·15선언일 것이며 이에 따른 국가보안법의 상대적 무력화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도 (민주)노동당, 사회당이 법적 제약없이(?) 활동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현실 정치의 한 부분을 점유하다
민주당, 자민련의 퇴조와 한나라당의 압승, 진보정당과 무소속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선거결과는, 대체적인 결과가 예상되었다 하더라도 보수정치 독점현상이 깨어지고 기존의 정치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투표에서 133만, 8.11%의 득표를 하여 자민련을 제치고 3위를 한 민주노동당은 예상외의 성과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이에 비해 사회당은 26만, 1.59% 득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10%에 달하는 두 당을 합친 득표는 앞으로의 정치 변화를 예감케 한다.
민주노동당은 고용안정, 부패청산, 공무원노조 합법화, 미군기지 반환, 주민소환제, 참여예산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방자치체의 장을 뽑는 선거의 한계가 작용을 했겠지만, 당면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라는 정세에서의 노동자의 핵심적 요구를 비껴갔다. 그리하여 민주노총의 발목을 잡고 임하는 선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게, 노동자로서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로서의 선택을 요구하는 선거로 일관했음은 이에 연유한다. 이러한 선거기조는 후보선출에서도 반영되어, 적어도 광역지자제에서는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명망성을 선택했지 투쟁하는 노동자를 선택하여 후보로 내세우지는 않았으며 그들의 핵심공약도 후보 개인의 특성에 의존했다. 그리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앞세워 현 정치구조내에서의 대안적 선택을 요구했다. 이러한 선거기조는 한편의 성공을 거두어 제 3당으로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마뜩치 않아 보인다. 사회당은 사회주의자로서 커밍아웃을 한 것은 높이 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사회주의자로서의 대안을 제시하고, 조직적 한계를 반영하는 부분이겠지만 대중적 운동으로 선거를 조직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전국적 정당으로서의 소위 제 3당의 지위를 확보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이미 균열이 시작된 정치지형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이후 진로는 노동(조합)운동과 관련해 본다면 복합방정식 이상의 더 많은 변수를 안게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 몇 년간, 몇 차례의 선거를 실질적으로 우회해 온 [노동자의 힘]의 한계를 전제하는 것이며, 이는 동시에 이후 과제를 설정하기 위한 절차적 수순이기도 하는 점을 분명히 한다.
민주노동당의 약진과 노동운동의 질곡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성과물로서 민주노총은 지난 십수년간 노동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으며, 더구나 부분적으로는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의 정치운동의 공백을 메꾸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노동자 정치운동의 과제는 선진 노동자, 활동가들의 보편적 과제이면서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의 과제이기도 하였으며, 민주노동당은 이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모태가 된 96·7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개악저지 총파업 투쟁에서 지도부가 보여준 한계가 온전히 전이된 정치세력화의 깃발이 민주노동당이었다.
이제 지자체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하면서 제도권으로의 진입이 한결 용이해지게 되면서, 이를 반기기보다는 조합주의가 배태한 민주노동당이 노동(조합)운동을 역규정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합주의에 젖은 활동가의 제도권으로의 안정적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조합주의적 노동(조합)운동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합법 정치운동의 대중적 규정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노동(조합)운동의 한계가 정치운동을 규정하였다면 이제는 정치운동의 한계가 노동(조합)운동으로 전이될 처지에 놓였다. 더구나 작년 7월 5일과 올해 4월 2일 총파업을 통하여 일그러진 노동(조합)운동의 자화상을 바라보면서, 노동(조합)운동의 질곡이 증폭될 위기에 몰려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8%를 넘어섰든, 2%에 미달하든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내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변화하는 정치지형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코스일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대선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4월 2일 총파업 유보 이후 노동(조합)운동은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 그 역할을 규정받은 바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발전을 앞세운 정치적 집중투쟁을 도외시하는 비대위가 주도한 5월 시기집중투쟁은, 대자를 앞세운 정치투쟁을 외면한 작년 6월의 시기집중투쟁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운동의 현주소에서 조합주의 극복이라는 선결적 과제를 풀지않는 한, 대선은 노동운동이 아무런 규정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 정치주의자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며 노동자들에게는 5년이면 돌아오는 선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또 한번의 유권자 지위를 강요받을 것이다.
노동자 정치운동의 단결과 정치적 재조직화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는 현장에서의 선진 활동가운동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작년 7월 5일과 올해 4월 2일 총파업에서, 소위 현장파를 표방하는 현장조직이 주도하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태도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 모태가 노조민주화추진위에서 출발을 한 역사적 굴레에 기인하든 자본의 노동자 분할통제가 관철된 결과이든, 현장조직운동은 표류하고 있으며 선진활동가들의 정치적 정립은 지연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위기이자 현장조직운동의 위기에 노동자 정치운동이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노동자 정치운동의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노동자의 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전제하더라도 정치분파들로 나뉘어져 독자적 활동에 더 치중하는 정치조직들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노동자의 힘]에 돌린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부정하지 않을 것이나 이를 넘어서는 대안이 제기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이제 정태적인 산별과 정치세력화를 극복할 노동운동의 혁신을 제기하고 조직하는 대중적 운동이 필요하며 이에 공감하고 함께할 모든 정치운동의 단결과 정치적 재조직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렇듯 노동자 정치운동의 전망을 새로이 하지 않는 한, 왜곡된 정치운동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규정력을 높이지 않는 한, 팽배한 조합주의적 산별과 의회주의적 정치세력화를 넘어서 새로이 노동자 계급정치운동의 전망을 열어내기란 난감한 과제이다. 한편 대선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선거연합을 통한 노동자 정치운동의 제자리잡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선거가 끝나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는 이합집산의 반복을 몇차례 거친 역사적 경험으로 선거연합적 단결이 가진 한계 역시 잘 알고 있다. 하기에 민주노동당, 사회당 스스로의 평가와 전망에 주목하고자 한다.
[노동자의 힘]은, 당면한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을 한편으로 하는 노동자 정치운동의 새로운 자리매김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과감하게 떨쳐야 함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