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역에 내려 숭의동으로 접어들자 빨간 머리띠를 묶고 도로변에서 박카스를 파는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인천교통 노조원이다. "시작한지 사흘 됐습니다. 조합재정에 보탬이 될까 해서요. 하루에 1백병 쯤 나갑니다." 뙤약볕 아래 힘든 줄 모르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박카스 병을 높이 쳐든다.
파업 34일째. 인천교통에 들어서자 "작업환경이 가장 열악하지만 가장 열심히 싸우는 노조"라는 민주택시연맹 간부의 얘기대로 대로 바닥난 재정이 맨 먼저 느껴진다.
"파업 시작한 이래 사무장한테 준 돈이 모두 50만원입니다. 한 달이 넘도록 어떻게 그 돈으로 파업을 끌어왔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노조 최진협 위원장은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인천교통은 사납금이 하루 7만2천원입니다. 인천지역 다른 택시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편이죠." 그래서 최 위원장은 파업에 들어가면서 조합원들에게 "우리는 남들보다 2배 더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한 달이 지났지만 파업의 열기는 여전했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버티기 힘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끔씩 차를 몰고 나가게 해달라는 조합원이 있다고 한다.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안 된다고 잘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인천교통 혼자 싸웠다가 결국 회사에 무릎을 꿇었던 경험 때문에 이번 연대파업의 소중한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는 게 조합원들과 위원장의 생각이다.
인천교통은 월등히 높은 사납금말고도 사업주의 회사 운영방식이 무척 전근대적인 곳이다. 차가 1백13대인데 기사는 1백24명이다. 2백명은 돼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비밀은 이른바 '스페어'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물론 불법이 끼어 들지 않을 수 없다. "상무라는 사람은 한 달에 한번씩 장부 태우는 게 일입니다."
파업에 들어간 뒤 끈질기게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장부를 들고 노동청으로 오라 해도 인천지역 사업주들은 한 사람도 응하지 않았다. 어제는 근로감독관이라는 사람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면 뭐합니까. 미리 연락이 됐는지 회사관계자들은 다 도망갔고, 근로감독관도 시늉만 내고는 암말 없이 돌아가더군요."
최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사업주의 불법만 제대로 잡아내도 이렇게까지 파업이 길어지거나 말도 안 되는 사납금제도는 없어질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파업 34일이 지나도록 "월급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교섭에 응하겠다"면서도 사업주들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고 앞뒤가 안 맞는 소리다. 그러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도 가관이다.
"일부 노조간부들의 조직재건과 특정인의 노조내 지위 보존을 위하여 우리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투쟁일정에 따라 월드컵 행사를 위협하고…"
2시가 가까워온 시각. 조합원들이 간단한 토론을 끝내고 3시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열리는 전국택시노동자대회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조합원들의 구호는 하나였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하자!"
이상근 lsk530@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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