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여의도·의정부성모병원이 파업 35일째를 맞는 6월26일 오전10시. 서울 반포 강남성모병원 왼쪽 어귀에 농성천막이 한 동 서 있다. '직권중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적힌 피켓이 천막 주변에서 행인들을 붙든다. 이날 아침까지 단식투쟁에 동참한 조합원 7∼8명이 새로 단식에 들어가는 동료들과 교대하고 있다. "반갑습니다" "수고하세요" 인사말이 오갔다. 조합원들의 릴레이단식 17일째다.
고개를 들면 병원과 카톨릭대 의과대학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그 위에는 세 병원을 대표한 조합원 세 명이 8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용자인 가톨릭중앙의료원(CMC·원장 최영식 신부)이 교섭에 응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병원 로비에는 세 병원 조합원 8백50여명이 모여 출정식을 열고 있다. 예상과 달리 길어지는 투쟁에 얼굴빛이 파리한 여성노동자들이 쉽게 눈에 띤다. 파업 초기에는 사흘에 한 번 철야농성에 참가했는데 지난 24일 사복경찰이 노조사무실 앞까지 들어온 뒤부터는 이틀마다 로비에서 잠을 청한다. 그 날은 위기일발이었다. 체포영장이 떨어진 간부 6명이 병원 안에 있었다. 사복경찰이 1백여명이나 들어왔고 전투경찰 3백여명이 병원을 에워쌌다. 여성조합원들로 구성된 질서유지대가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치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덕분에 수배된 간부들이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외부세력인 보건의료노조가 병원을 파괴하는 선동원들"이라고 여기는 병원쪽은 '주인인 신부들에게 노조가 대드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태도다. '사랑'과 '화해'를 얘기하면서도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공안기관 뺨치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업무복귀명령을 세 차례나 내용증명으로 보냈고, "딸이 불법파업인 줄 모르고 노조의 꾐에 빠져있다" "부모 재산까지 가압류하겠다"고 을렀다. 시부모가 농성장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갓 혼인한 여성노동자들이 돌아서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파업 뒤 본교섭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6월5일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를 내린 뒤에는 그나마 진행되던 실무교섭마저 멈췄다. 원장 신부는 속세를 피해 '피정'을 갔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선진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고 징계위에 회부하겠다"며 눈에 핏발을 세웠던 관리실장 신부의 노조탄압 페달은 브레이크가 없는 상태다. 병원쪽의 탄압에 대해 천주교회 일각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톨릭노동사목회, 정의구현사제단이 병원쪽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25일 이후 세 병원 지부장 등 8명에게 체포영장이, 47명에게 소환장이 떨어졌다. 징계위에 오른 사람은 1백51명이나 된다. 25일 새로 추가된 두 명은 평 대의원들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조합원들조차 "누구냐?"고 반문할 정도여서 앞으로 가리지 않고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엄포다. 파업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고, 경찰은 이번에도 사용자들을 위해 곤봉을 휘두를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CMC 임단협은 보건의료노조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차수련 위원장은 "병원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인 직권중재제도의 폐해를 알리고 이를 폐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차원에서 조합원 1인당 1만5천원씩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서울본부(본부장 나순자)도 추가로 1만5천원씩 걷어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노조는 7월초 '재파업'도 불사한다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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