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99년에 이어 또다시 서해안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했다. 지금은 매우 미묘한 시점이다. 남북관계는 특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오랜 교착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은 특사방북을 앞둔 시점이다. 원인을 둘러싼 공방만큼이나, 향후의 사태 전개가 주목된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대응이 바람직한가. 우선 확전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가.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냉전 수구세력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며, 국방의 의무에 무관심하며, 한반도의 ‘과도기적 이중성’에 대한 인식이 없고, 평화적 관리의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와 협력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서해는 분쟁수역이다. 해상경계선에 대한 남북한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꽃게를 잡기 위한 남북한 어민들의 경쟁은 언제나 충돌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교전수칙을 공세적으로 바꾸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서해의 평화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확전이 아니라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한반도 평화정착의 필요성을 재확인해야 한다.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1996년 시작된 4자회담은 더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남북 군사회담도 중단되어 있다. 정전협정은 사문화되었지만, 평화협정은 기약이 없다. 이번 사태가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둘째, 교류협력의 대북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다행히 서해사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선은 출발했고, 북한의 경수로 관계자들이 남한을 방문했으며, 남측의 기업인과 학술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남북한의 교류협력 정책이 그나마 긴장의 상승효과를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긴장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소수의 전쟁세력이 과대 대표되어 있는 남한의 정치지형은 향후 실질적인 한반도 위기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미관이다. 미국은 서해사태 이후 당장 특사방북을 연기한다고 한다. 북미대화에 임하는 미국의 기본입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실 미국의 특사방북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대화의 성과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의 대화의지가 부족하다. 쟁점 현안에 대한 입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사일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한은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5백km이상의 미사일과 수출을 중단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북미협상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네바 합의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경수로 공사지연에 대한 북측의 보상요구는 검토하지 않고, 과거핵 사찰문제만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중요현안에 대한 자기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미국은 협상에 나서고 있다. 특사방북 유보라는 결정은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부시행정부내 강경파의 입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둘째, 탈냉전 이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의 일방주의로 1980년대 후반 이후 유지해온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의 성격이 변화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외교정책에서 일방주의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아라파트를 거부함으로써 중동평화의 기본틀을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카터 전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고,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부시는 쿠바의 근본적 체제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보다 원리주의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는 평화를 유지해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의 NPT탈퇴로 야기된 핵위기를 극복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였다.
19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위기국면 역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과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진정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여전히 경제개혁과 외교정책에서 전략적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체제위협 의식과 불신감으로 대화에 소극적이다. 부시행정부는 대화의사가 없으며, 남한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03년 위기예방의 중요성
이번 사태에서도 다시금 확인했지만, 만약에 교류협력을 반대하는 세력이 집권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탈냉전 이후 한반도는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불안정 상태’로 진입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3년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시한이 2003년이고, 과거핵 사찰문제가 곧 시작된다.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평화세력의 광범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교류협력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정부로 하여금 위기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를 추동하며, 전쟁세력의 발호를 억제할 수 있는 역사적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 95호] 7.8 ~ 7.14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