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원/공공연맹 조직쟁의실장
대통령선거에 대한 방침은 당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단순한 방침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범 진보후보 예비경선제’를 하자는 제안은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지난 97년의 30만 득표는 당원 모두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8% 이상의 득표를 했다지만 그 토대는 허약하다.
따라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농, 한총련, 사회당, 녹색평화당, 환경운동연합 등 우리 사회에서 거론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망라하는 ‘후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고 있다. 그런 후보가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심지어 ‘당’의 후보가 아닐 수도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실현될 수 없는 짝사랑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대표는 정몽준과 신당 창당을 말하고 있고, 한국노총 역시 새로운 정당을 말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 그리고 각 단체가 가지고 있는 좌-우의 스펙트럼이 대단한 폭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경선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회당, 녹색평화당과의 문제는 예비경선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의 문제다.
울산시장의 경우처럼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여하는 예비경선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당원들이 느낄 혼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울산은 ‘당’을 통째로 버릴 수도 있는 모험은 아니었다.
한국축구는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두는 데 48년의 세월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우리당은 앞으로도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이 척박한 정치현실을 바꾸는 데는 많은 장애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 시기를 경과할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의 득표는 지난 97년 대선을 경과하면서 ‘당’으로서 버텨온 결과에 다름 아니다. 누가 알았을까? 비 오는 삼선동 교회 2층으로 눈물을 삼키며 이삿짐을 나르던 초라한 집단이 불과 4년여만에 제3당의 위치를 당당히 차지하고, 당원이 2만명을 훌쩍 넘는 대중정당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을.
이제 우리는 일정정도 안정된 당원의 토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1인 2표의 경우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음도 확인되었다.
이번 대선은 우리당의 ‘색깔’을 분명히 보이는 장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이라는 서민적 개혁을 기치로 한 후보와 차별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노동자 등 기층 민중에 뿌리를 내리는 과감한 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당의 후보는 하루빨리 결정되어야 한다. 폭을 넓히자는 주장은 항상 옳은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성’이 없다는 점에서 항상 틀린 것이다. 지금은 뿌리를 깊게 내리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 폭은 비로소 넓어질 것이다.
수많은 미사여구와 무관하게 현실은 그렇다. 그림이야 1백만명이 참여하는 예비경선을 통해 우리 후보가 선출되는 민주성,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주장의 개혁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것 이상의 그림은 없다. 그러나 그 그림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환상을 깨고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가자. 우리는 그렇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 95호] 7.8 ~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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