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선 시기, 계급적 좌파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택(노동자의 힘 선전위원장)

정치지형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 변화의 기본적 방향은 신자유주의 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으로의 재편을 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나타난 발전노조 투쟁, 노무현 현상, 6.13 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편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가로놓여 있다. 갈수록 개량화·관료화되어 가고 있는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하여, 의회주의 정치세력화 경향이 이제는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이 때문에 87년 이후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이룩해 온 정치적 성과, 즉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해 온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본능과 그것의 구체적 표현으로 나타났던 반정권·반자본 투쟁이 왜곡되거나 후퇴할 가능성을 맞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의해 강제 당하고 있는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열과 파편화가 이와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현실을 저지하고자 하는 계급적 좌파진영은 자신의 주관적 의지와 무관하게 위와 같은 현실을 불러온 한 당사자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당장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전국적인 투쟁의 조직자와 집행자는, 다양한 형태로 실질적인 투쟁 주체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노총이 그 대표성을 과도하게 담당하고 있으며, 이의 정치 부대는 민주노동당으로 표현되고 있다. 지난 6, 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선거에 대한 대응에서도 계급적 좌파진영은 노동자대중에게 의회주의 정치세력화 경향에 맞서거나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계급적 좌파진영은 전체 계급지형과 노동자 민중운동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기보다는 변화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의미에서의 평가이다. 민주노총이 개량화·관료화되고 있는 경향에 대해 노동자대중은 본능적·현실적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전국민중연대가 결코 노동자 민중진영의 투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불신 또한 높다. 따라서 여전히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행보를 주목하고 있거나 함께 하고자 하는 잠재적 대중과 활동가들은 넘쳐나고 있다. 특히 87년 이후 노동자 민중 투쟁 속에서 계급적 좌파진영이 담당해온 역할은 역사적·현실적으로 살아 있으며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은 아직도 충분하다. 문제는 계급적 좌파진영 자신에게 달려 있다.

대선 시기, 계급적 좌파진영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

현재 계급적 좌파진영은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를 노동자대중과 현장활동가들과 함께 진행시킬 수 있는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는 계급적 좌파진영이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라도 공동으로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제출하고 그에 따르는 대중적 실천을 동시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과제를 바로 노동자대중이 함께 겪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울 수 있으며 어려움과 과제도 그로부터 풀 수 있는 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설령 그 때문에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이 더뎌진다 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호흡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성큼 다가선 대선 대응 문제는 계급적 좌파진영이 어떤 형태·수준에서라도 노동자대중에게 자신의 정치 방침을 제출하고 공동행동까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계급적 좌파진영 내부의 필요 때문만이 아니라 전체 계급 정세, 또는 정치지형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첫째는 한국사회의 계급정세를 진전시키고, 둘째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잘못된 정치 행위를 바로 잡고, 셋째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 방침을 주목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과의 소통을 활성화시켜야 할 과제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노동자의 힘은 이를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안을 앞 글에서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는 아직은 공론화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 하나의 문제의식에 불과하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제출을 통해 일차적으로는 계급적 좌파진영 내부의 토론을 형성하고 나아가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 행위에 대한 대중적 전선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이 논쟁의 최종 결론과 우리의 정치활동을 선험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밝혀 둔다. 우리는 우리가 이제까지 주장하고 실천해 온 원칙과 기조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계급적 좌파진영과의 공동행동은 물론이고 노동자 민중진영 전체와도 논의를 진행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

비판을 넘어 새로운 전망을 세워 나가야 한다.

현재 계급적 좌파진영에게는 커다란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는 곧 비의회주의적 노선과 활동 방식을 갖는 노동자 정치조직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계급적 좌파진영이 비판하고 있는 의회주의 정치세력화를 노선적·원칙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에서 실물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세워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이 비록 성공한다 해도 그것이 곧 후자의 가능성까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은 정치활동과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충분조건을 창출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불가피한 현실이다.
오늘날 세계적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전선은 결코 의회주의적 방식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계급적 좌파진영의 주장이 여기에 머문다면 이 역시 현실을 돌파하기에는 미흡하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노동자 민중진영의 한 부분이 의회주의를 중심으로 한 정치 활동을 펴 나가는 것은 이제 하나의 상수이다. 이런 조건에서 계급적 좌파진영이 독자적으로 의회·선거 대응을 할 수 있는 조건과 역량을 갖추는 데에는 아직은 더 많은 활동과 실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때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동시에 성립될 수 있다. 하나는 올바른 기각을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투쟁에 복무하는 선거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의회·선거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각 계급 세력이 정치를 자신의 계급의 입장으로 재전유하는 과정이자 노동자계급 형성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계급투쟁의 한 장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경계를 확장하고 끝내 이 체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는 단지 비판의 무기만이 아니라 무기의 비판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