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편집자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최근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국가의 보상은 축구 국가 대표팀 10명의 병역혜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국가의 선택은 이들의 양심을 철창 속에 계속 가두는 것입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문화사회>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의 문제점과 과제 등을 쟁점으로 4차례의 기획 연재기사를 싣습니다.
양심에 따는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개선
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② 대체복무제도 현황
③ 사례소개
④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의 쟁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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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픈 어느 젊은이의 심경고백서
'나에게는 진정 꿈이 있습니다' 중에서
...(전략)....
저와 같은 이들을 두고 세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혹은 '병역기피자' 라고 일컫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어떻게 불리우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담긴 개인의 진실, 혹은 사회적 진실과 만나는 일일 테니까요. 앞으로 저 또한 그 길을 가야할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159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범죄자로 취급되어 어둡고 차가운 감옥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의 수형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17일이 되면 1595번째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등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제시대로부터 60여 년 동안 이 땅에는 무려 수만 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존재했었고, 현재 생존해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만도 1만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재판자료에는 이들의 양심적 행위가 '단일한 죄목으로, 단 한 차례의 감형이나 사면복권 조치가 없었던 극악한 범죄'로서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제가 가슴 아픈 것은 그 범죄의 붉은 사선이 재판기록과 주민등록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1만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생기록과 그들의 가족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겠으나, 어떤 이는 어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20대의 혈기왕성한 대한민국 젊은이들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적어도 20여 년이 넘게 소중히 키워왔던 인생의 꽃망울을 마음껏 터트려야 할 시기에, 사회적 편견과 침묵의 감옥에서 고통스러워 하거나 혹은 죽어갔던 그들에게 청춘의 삶이란, 사회의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요?
올해 2월, 그들의 존재와 그들의 인생에 지워진 멍에를 발견하고서 저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죄란 과연 무엇일까?' '양심을 저울질하는 사회정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끝에 나에게 돌아온 것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실존적 고민과 스물 일곱 내 인생에 대한 통절한 성찰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도저히 타협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이 삶의 화두를 두고 끝없이 고뇌하고 방황하며 몸부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진실과 만나가는 내면의 여행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중략)....
저는 이렇듯 '불살생'의 종교적 신념과 평화·봉사의 인생관에 대한 확신의 이유로 도저히 사격, 총검술과 같은 군사훈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일체의 전쟁행위에 대한 반대이며, 그런 확신에 따른 일체의 군사훈련 참여에 대한 거부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마땅히 사회구성원으로써 수많은 이들의 도움과 헌신적 노력 속에 이렇게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현역 군인들에게 진심으로 경의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저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 헌신적 노고가 더욱 '신성한 의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병역을 이행하는 행위가 진실로 신성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신의 소신과 양심적 결단 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병역의 의무가 단지 '군사훈련의 필수적 이수와 전투분야에의 복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오지의 초등학교에서 무보수의 교직생활을 한다던가,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보살피는 봉사를 통해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고 싶은 것입니다.
서울교대를 졸업한 저는 교원의 부족으로 폐교될 수 밖에 없는 지역의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교사로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어느 추운 겨울 행려병자로 길거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직장과 가정에서 버림받고 길 위에서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노숙자분들을 도와 삶의 희망을 찾아드리고 싶습니다. ...(중략)...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쟁과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어떠한 군사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서약은 제 삶에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지키고자 할 경우 저에게 돌아올 행위의 대가를 기꺼이 감수하고자 합니다. 다만 작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젊은이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159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들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이야기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인적 구제'를 넘어, 과거 1만여 양심적 병역거부 피해자들의 상처와 현재 159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들의 고통과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진실한 양심의 결단으로 고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에 대한 '사회적 관용과 구제'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그리하여
저에게는 진정 꿈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 전쟁과 가난의 고통이 사라지는
꿈 말입니다.
그리고 걸어갈 것입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총 든 군인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만나
인류의 꿈과 희망에 대해
지구의 생명과 평화에 대해
웃고 이야기하며
함께 어깨동무 할 수 있는
그 날을
염원하며 말입니다.
오태양(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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