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미지와 실체]"대선 나가려면 회사 떠나라" 월드컵 이후 관리자들 후원회 가입서 돌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시각

오진아 dodani@kdlpnews.org
“우리는 92년과 같은 ‘국민당’ 망령을 바라지 않는다.”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지난 22일 현대중공업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정의원의 대선 출마 포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고문이자 최대 주주인 정 의원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대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성명서까지 낸 이유는 뭘까.

“92년 정주영 회장이 대선 출마를 했을 때 어땠는데요. 직원들한테 출장비 주면서 선거운동에 동원시켰습니다. 현장에서는 관리자들 눈치 때문에 겉으로야 별 얘기 안 하지만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질까봐 다들 우려하고 있죠.”(김해윤 노조 기획부장)

정 의원이 출마했던 2000년 총선에서도 유세장에 회사 중역들부터 일반 직원들까지 죄다 동원됐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직원들이 선거운동에 동원되다보니 올 3월 주주총회 자리에서 노조가 경영진에게 “제발 회사조직을 선거운동에 더 이상 동원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을 정도.

그러나 월드컵 직후 회사 관리자들이 ‘정의원 후원회’ 가입서를 들고 부서를 도는 등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우선 현대중공업 지분을 처분하고 현대중공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8월 16일 현재 보유주식 시가총액 1천7백97억원. 10대 그룹 회장단 중에서 6위의 재산가. ‘재벌 2세’ 정몽준에 대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대중공업에 현재 해고자가 13명이에요. 복직합의가 된 사람들조차 아직까지 복직이 안되고 있어요. 3만명 노동자들에게조차 신뢰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나온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죠.” 홍성률 노조 조선분소장은 “정 고문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재벌이 정권을 잡는다는 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라는 권재원(34·조립부)씨. 그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정 고문이 출마해서 득이 될 게 없다”면서 “재벌 아들로 살아온 사람이 우리 같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조합원 김아무개(40)씨도 “현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삼성이나 엘지에서는 가만히 두고만 보겠냐”며 “이러다가는 재벌들이 죄다 대통령되겠다고 나오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현재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87년 현대중공업에서 해고된 오종쇄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은 “현재 지지율은 그의 본 모습이 가려졌다는 측면에서 거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정몽준은 이미지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온 사람이다. 현대중공업 사장 시절에도 그렇고 고문을 맡고 있는 지금도 노사관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실질적인 결정권자이면서 노동자들에게 욕먹을 일은 늘 아랫사람을 시킨다. 그러나 결국 노동자들을 착취한 돈으로 정치를 해온 사람이 아닌가. 이게 바로 정몽준의 실체다.”
[ 101호] 8.26 ~ 9.1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