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 역행한 <죽어도 좋아> 재심

현 영등위 '영화적 가치 판단 자격·능력 없다'


27일 오후 열린 영화 <죽어도 좋아> 재심에서 또다시 '제한상영가'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예술창작 표현의 자유가 다시 한번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관련기사 본지 제636호 참고).

이로써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스스로 영상 표현물 등급 판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능력과 자격이 없음을 드러냈으며, 지난해 8월 헌재의 등급분류보류제 위헌 판결 이후 높아지던 예술창작 표현의 자유 신장에 대한 기대감도 일시 물거품으로 변할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이번 재심 결정은 영등위 위원 15명중 10명의 위원이 제한상영가 등급에 찬성함으로써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로지 '성적 욕구를 부추김으로서 상업적 목적을 충족하려는' 포르노의 성적 묘사와 '일상의 성과 사랑을 다룬' 영화작품 속의 성적 묘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영등위원들의 '예술적' 무지와 비문화적 태도로 인해 이처럼 참담한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재심 직전까지 영등위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던 문화계·영화계는 70대 노인의 성과 사랑을 진솔하게 천착한 영화 <죽어도 좋아>에 대해 사실상 상영금지 처분과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등급이 매겨진 데 대해 실망과 허탈함을 내보이면서도 이후 대응에 고심하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등위원 내에서도 이번 재심 결정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이 같은 재심 결정에 강력히 반발, 즉각 사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퇴를 검토하고 있는 영등위원들은 등급분류보류제 위헌 판결 당시 실질적인 행정기관으로서 검열기관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던 영등위 위상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판단, 영등위에 대한 제도적 개혁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됐든 이번 재심으로 영등위는 스스로 '영화'라는 예술작품에 대한 무지뿐만 아니라, 예술창작 표현의 자유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문화적 의미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으며,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의 심미적 영혼을 짓밟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오명을 한동안 벗을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제한상영관 제도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적·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영화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창작표현의 자유 신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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