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전국공동투쟁본부"에서 펼쳐나가자!

김재광(노동자의 힘 연대사업국장)

2002년 노동자·민중의 삶을 통탄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전국적인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절실함을 부인하는 자가 없다. 당연하게도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뿐이다.

노동자의 힘은 9월17일 대통령선거라는 특정시기에 반제·반신자유주의 투쟁을 힘있게 전개하고자 "전국공동투쟁본부"를 제안했다. 전국공동투쟁본부 제안의 문제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어떠한 운동 세력도 홀로만이 대선을 돌파할 수 없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에서 지난 5년 간 노동자·민중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도 오히려 대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지형을 다시금 공고히 하려는 지배계급을 순순히 목도할 수 없다. 더욱이 노동자·민중의 처참한 삶을 선거의 투표 행위로 덮을 수 없다.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투쟁하는 장을 만들지 못하면 내일의 투쟁, 노동자 정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노동자의 힘의 제안에 대해 혹자는 "시기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거나 "어차피 투쟁은 장식이고 선거운동기구 아니냐"라는 견해로 이 제안을 어림없이 치부하거나 "좌파 (혹은 사회주의자)의 투쟁(또는 선거)이 아니다"라고 근본적으로 정치노선에 의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폄하와 의문 그리고 의구심을 가진 동지들에게 전국공동투쟁본부 제안과 해설을 다시금 읽어보기를 정중히 권한다. 그럼에도 전국공동투쟁본부에 대한 우려와 의심이 있다면 그것은 현재 어떠한 운동세력이 주장하는 대선 돌파의 기획에도 적용되는 공통의 문제이다. 그것은 전체 운동진영이 함께 극복할 문제이지 전국공동투쟁본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공통투쟁본부 건설운동은 이러한 전체 운동의 한계 위에서 그 한계를 돌파하자는 운동이다. 고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전개되는 투쟁과 기획되고 있는 핵심적 투쟁들을 묶어 세우고 투쟁들에서의 요구들을 한발한발 앞당겨 나갈 수 있는, 선거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전국적인 투쟁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간 적이 없는 길을 가는 데는 주저함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손에 당장 잡히지 않더라도 함께 역사를 쓰자는 운동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이 만드는 "전국공동투쟁본부"

전국공동투쟁본부의 위상은 2002년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민중 투쟁과제에 복무하는 실천주체 전체가 참여하는 하반기 대중투쟁 기관이자 노동자 계급 경선 기구로서 반제·반신자유주의 전국공동투쟁체이다.

따라서 전국공동투쟁본부는 하반기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을 결합하기 위해 정규직 비정규직 이주 여성 장애 실업 산재 노동자, 각 현장, 부문, 지역을 망라하는 개인과 조직으로 구성하고 투쟁하여야만 그 위상을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투쟁을 통해 대선 시기를 돌파하자는 열화와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대중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전제이다. 또 하나의 전제는 전국공동투쟁본부에 참가하는 개인과 조직은 모든 투쟁을 전국공투본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참여주체의 전국공투본 기치에 반하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맹목적 대동단결이 아니라 주체들의 활발한 주장과 실천이 투쟁전선을 확대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우리로부터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 계급경선 후보를 선출하여 내부로부터는 노동자·민중의 자유로운 의사를 전면화시켜야 한다.
밖으로는 대선투쟁 공간에서 지배세력 중심의 권력재편이 갖고 있는 반노동자·반민중적 본질을 폭로함으로써 노동자 민중 진영의 정치적 독자성을 강화할 것이다.

전국공동투쟁본부의 대중적·정치적 행동강령은 "반제·반신자유주의"이다.
이 기치 아래 불안정노동 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자협정-WTO반대 민중복지 쟁취, 반제반전 노동자국제연대 실현 등을 중심 투쟁과제로 설정하여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삶의 현장으로부터 노동자 민중 투쟁을 모아내어 단일한 투쟁전선을 구축하여 실질적인 전국적 차원의 노농빈학 연대질서를 현실화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노동자·민중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듯이 냉혹하기 그지없다. 장기투쟁 사업장은 나날이 늘어갈 뿐만 아니라 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폭력배와 공권력의 폭력은 사업장에 일상화되었다. 생산적 복지는 살인적 복지가 되어 민중의 목줄을 죄고 있다. 공공부문의 사유화는 그 질긴 걸음을 멈추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끝간데가 없다. 이주노동자는 단속과 추방으로부터 벌거벗겨졌다. 빈민은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야만 하는 상황이다. 노동강도로 건강을 잃은 노동자는 해고를 각오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투쟁해야만 한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이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이 냉혹하면 냉혹할수록 오히려 그 자체가 지배계급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 5일제를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 WTO의 전 부문 개방압력과 정권의 굴복으로 인한 농민파탄, 교육파탄, 복지파탄, 노동권 파탄, 공기업 사유화 등은 그 자체가 정권과 자본의 위기가 그만큼 격심해진 상황을 뜻한다. 그들은 이와 같은 파괴적인 방법으로 노동자민중을 몰아가지 않으면 자본을 지탱할 수도, 정권을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무엇보다도 노동자 민중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정작 조직적인, 그리고 전국적인 투쟁이 조직되고 있지 못한 현실 때문에 노동자민중은 스스로 목숨을 끝내는 극단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있으며, 골병 들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죽는 것이 아니라 이 죽음의 상황을 끝장내야 한다. 이 투쟁을 위해 대선 국면을 적극 이용하자. 평상시에 싸우던 것을 더 적극화시키자. 이 땅의 대표를 뽑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진정으로 이 땅의 대표는 노동자 민중임을 보여주자.
지금까지 투쟁해 오고 있고 투쟁할 의사가 있는 동지들은 모두 전국공동투쟁본부로 모이자. 그리고 이 죽음과 거대한 침묵의 바다를 투쟁으로 휩쓸어 버리자. 냉혹한 현실을 실질적인 전국공동투쟁으로 돌파하자.

각 운동세력과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이 각자의 견해와 요구를 가지고 "전국공동투쟁본부"로 집결할 때, 집결과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유력한 투쟁의 길을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할 때, 이를 통해 진정 투쟁이 압도하는 선거투쟁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실현할 때,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한 입에 털어 넣고 부푼 배를 두드리는 자본과 그 대리자들에게 노동자·민중의 본때를 보여줄 때, 삶의 힘겨움에 신음하는 대중에게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이 진정으로 대안임을 각인시킬 때, 이 엄중하고 냉혹한 현실을 끝장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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