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국공동투쟁본부를 제안한다

(가칭)'전국공동투쟁본부' 결성 제안문

노동자의 힘은 지난 9월 14∼15일 총회를 통해 하반기 대중투쟁과 대통령 선거 대응 방침을 확정했다. 결정된 방침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노동자·민중 운동진영 공동의 힘으로 '반제·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을 복원·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며, 노동자의 힘도 우선적으로 이에 복무하는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노동자의 힘은 이와 같은 총회의 결정에 근거하여 노동자·민중 운동진영에게 하반기 대중투쟁과 대통령 선거 대응을 결합시키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Ⅰ.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민중 운동진영에게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1. 노동자·민중 운동진영은 올 하반기 노동자·민중 투쟁과 대선 투쟁을 공동으로 집행하는 (가칭)'전국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할 것을 제안한다.

1. '전국공동투쟁본부'는 개별 분산적으로 싸우는 노동자·민중 투쟁을 반제·반신자유주의 행동강령 아래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자협정·WTO반대 민중복지 쟁취', '반제·반전에 기초한 반미·노동자국제연대'를 기치로 하여 전국적 투쟁으로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복무할 것을 제안한다.

1. '전국공동투쟁본부'는 전국민중연대(준) 소속 단체 성원과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그 밖의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중에서 '전국공동투쟁본부'의 취지와 정신에 동의하는 주체들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1. '전국공동투쟁본부' 아래 (가칭)'2002 대통령 선거 공동선거대책본부'를 두고 이를 통해 대선을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

1. 노동자·민중 진영의 대통령 후보는 (가칭)'2002 대통령 선거 공동선거대책본부'의 주관 아래 경선을 통해서 '단일 후보'를 선출하고, 선출된 후보의 정치적 성격은 노동자 민중 후보라는 것을 승인할 것을 제안한다.

1.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은 무차별 국민 경선이 아닌 '전국공동투쟁본부' 구성원, 즉 계급 대중을 선거인단으로 하고, 선거인단 직접투표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하며,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특히 민주노총은 기존 정치 방침을 변경해야 한다.

1. 계급 대중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는 특정 정파의 후보가 아닌, '전국공동투쟁본부'의 후보로서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책임지는 후보임을 승인하고, 동시에 추대 형식은 기존 정당 또는 조직의 명칭이 아닌 '전국공동투쟁본부'의 취지와 의의를 살릴 수 있는 별도의 명칭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1. 노동자·민중 운동진영은 공동 투쟁,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대통령선거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대중 주체의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이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데 민중 재정의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며, 특히 선거 인단 구성원 1인당 소정의 기금을 납부토록 하고 이 기금은 투쟁 기금, 경선공영제 기금, 대선 기금으로 각각 사용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Ⅱ. '전국공동투쟁본부'(가칭) 결성을 제안하며

1.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자본의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을 생산으로부터 배제하고 노동의 분할 통제와 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전세계를 '목숨을 건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실업과 빈곤층이 양산되고 인종적·성적 차별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는 '자본의 한계'에 포위되어 있는 현시기 자본의 위기를 '국민국가'라는 통합 이데올로기를 통해 전사회를 '이윤 생산 기지화' 하는 지배전략임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화'는 과잉 축적된 자본이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의 세계화'이다. 중소자본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자본간의 경쟁과 협력이 본격화한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군사적 패권을 기반으로 재생산되는 반면 유럽연합과 일본은 이 '경쟁' 속에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지위를 확대 강화하려 한다.

3백만 명의 힘없는 노약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라크 침공 계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테러 전쟁'이라는 인륜적 정의의 배후에서 그것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진정한 욕망은 카스피해의 천연가스와 석유였으며 중동의 석유 자원이다. 여기서 제국주의는 '협력'한다. '선'은 곧 '자본'의 무한 증식 욕구 그 자체이다. 따라서 '자본의 위기'는 '국민국가의 위기'로, '사회공동체의 위기'로 재생산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불러일으킨 선택의 지점은 '반자본'이냐 아니면 '시장 경쟁의 확장'이냐의 양자 택일뿐이다. 여기서 다른 출구는 없다. '제 3의 길'은 없다. 최근 서유럽 선거에서 나타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몰락과 비제도적 좌파의 약진, 그리고 극우파의 득세는 이와 같은 양자 택일적인 기로에 선 현시기 세계상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시시각각 도래하고 있다. 지난 5년 간의 신자유주의 '개혁'(?) 정책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참혹하게 짓밟아 놓았다. 고용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50%를 넘은 지 오래며, 전체 노동자계급이 노동 유연화-노동 경쟁의 격화로 고통받고 있다. 천만이 넘는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으며, 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은 인격 파탄의 지경에 처해 있다. 그렇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극한 전쟁터에서 여전히 투쟁을 이끄는 자는 노동자계급이다. 노동자·민중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은 근본적으로 전국적이면서 전계급적인, 따라서 '정치'적인 투쟁이다. 노동자·민중은 갈수록 지배자들의 '개혁'과 '민주주의'를 믿지 않고 있다. 최근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의 몰락, 그리고 6.13 지자체 선거 48.8%, 8.8 재보선 29.6%라는 저조한 투표율에서 보듯이 대중적인 환멸과 불신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남한의 정치 지형에서 이와 같은 대중적인 환멸과 불신은 극우보수집단의 흠집 내기와 대안 없는 비판, 허위 선전과 중상 모략이라는 권력 게임에 흡수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제도권 정치의 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거부와 더 극단적인 '극우보수'로 귀결되는 '뒤틀림 현상'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뒤틀림 현상'은 실천적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이 본말전도의 동력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대중적 분노이다. 따라서 이 '전도'는 다시 한번 '전도'되어야 한다. '극우보수'가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의 동력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전도'는 애초 '전도'를 빚어 낸 '대중적 분노'라는 동력을 상실하고 몰락을 자초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공멸을 의미한다. 뒤틀려 있는 대중의 분노는 지금 '전도'되길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대선'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라는 전쟁터에서 역사적인 획을 긋는 투쟁의 기점이 되어야 한다. 이미 '동력'은 형성되어 있다. 다만 그 '동력'이 빚어낸 '전도'를 역전시키는 '정치'가 필요하다. 즉,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묶어 세움으로써 대대적 반격을 구축해 내는 교두보를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대중적 분노를 조직하지 못함으로써 또 다시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집단에게 무력하게 권력을 헌납할 것인가'의 선택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의 힘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고자 하는 가장 본질적이며, 직접적인 이유이다.

2.

현시기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 명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의 투쟁 전선으로 결집시키는 '정치'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2001년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이 보여 주듯이 이미 남한의 노동자·민중 투쟁은 '정치'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민중 운동 내부에 투쟁 동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동력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와 투쟁의 양식이다.

이 '정치'는 우선,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주도해 온 노동자·민중 운동 그 자체의 동력에 기반하고 이를 중심에 놓고 돌파해 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난번 6.13 지자체 선거에서 노동자·민중 세력의 '약진'은 제도권 정치에서조차 대중적 동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약진'은 '전도' 현상을 역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이것은 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감추는데, 이것은 매우 소극적이면서 차선적인 형태로 선택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중들은, 후보는 민주당 또는 한나라당을 선택하면서도 비례투표에서는 노동자·민중 진영을 선택했다.

이것은 곧 노동자·민중의 반신자유주의적 '분노'가 반신자유주의·반자본적 '정치'로 결집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중적 분노의 '정치적 결집'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중들의 정치 의식이 낮기 때문도 아니고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노동자·민중 진영의 '선거' 개입이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중심적 동력 그 자체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결집'에 우리의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둘째, 노동자·민중 운동은, 그것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궁극적으로 그 자신의 해방 운동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민중 투쟁 없는 선거 캠페인식 득표 전략'과 '계급 대중과 실질적인 결합이 없는 당-노조의 형식적 결합'은 기존 정치권 정당들과 차별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 그 자신의 운동이 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에게는 민주노동당 이외의 어떤 정치 활동도 형식상 금지되어 있다. 이번 조돈희 울해협 의장에 대한 징계 논의는 이와 같은 정치 방침이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사상 통제'를 보여준다. 다른 정치적 견해들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통제된다. 반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형식적인 지지는 규정에 따른 당원 가입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낼 뿐이다.

노동자·민중 후보는 있지만 그것은 투쟁과 분리된, 특정 정파에 의해 선언된 후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것은 민주노총이 애초 의도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와 달리 노동자·민중들을 정치적인 주체로 나서게 하는 데 장애물이 될 뿐이다.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자유로운 정파들의 주장과 활동을 체험하고 그들 스스로 투쟁 속에서 이를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은 계급 투쟁의 전장에서 그들 스스로의 정치적 자각을 습득해 갈 것이다. 아울러 정파들은 '계급 대중 없는 정치 활동'으로부터 벗어나 노동자·민중 운동으로부터 그 자신을 검증해 갈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각 정파의 정치적 차이를 분명히 하면서도 반신자유주의적 반격의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투쟁에 함께 하는 '대의(大義)의 정치'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은 정치적 태도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발전이라는 대의에 함께 복무한다는 통일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이루어진 신자유주의 개혁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는 점에서, 또 노동자·민중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정치'로 전화되는 기점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 모두에게 주어진 공동의 역사적 책무이자 긴급한 과제이다. 이회창인가, 아니면 노무현 또는 정몽준인가의 문제는 이미 '비판적 지지론'의 역사적 퇴장과 더불어 그 생명을 다했다.

이제, 우리에게 놓여진 역사적 과제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파산 선고와 더불어 조직되어야 할 노동자·민중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전국적이고 전계급적 관점에서 '대대적인 반격의 흐름'으로 전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정치적 주체화'를 이룩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는 일체의 주저함도 죄악이다!

3.

노동자의 힘은 지속적으로 민주노동당류의 노선을 의회주의라고 비판해 왔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내의 주류가 노동자·민중 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선거-의회 진출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경제, 민주노동당-정치'라는 역할 분담론은 한편으로 의회주의적 환상을,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조합주의를 양산해 왔다. 또한 일정 박기에 의한 이른바 집권 전략을 마치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인 양 왜곡시켜 왔다. 작년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을 민주노동당이 거부한 것은 이와 같은 선거 편향과 우경화에 기인한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재작년부터 계급연합정당으로의 재창당을 추진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볼모로 사실상 '국민정당'을 지향하면서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을 지속해서 실망시켜 왔다. 그것의 결정판은 올해 초부터 추진한 '범추'이다. 무차별적인 시민,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범추'는 이미 '계급'적 기반을 상실한 것으로, 보수정당들의 '국민경선제'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범추'는 '계급 없는 득표 전략으로서의 선거 노선'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운동 속에서 거듭나야 한다. 말로만 하는 노동자 정당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자·민중 자신에 의해 추인되고 승인되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길만이 오직 96∼97 총파업 투쟁의 역사적 성과로 탄생한 민주노동당이 그 동안 자기 스스로의 역사성을 배척해 온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아울러 '범추'의 합의 당사자이면서 민주노동당의 재창당에 적극 가담해 왔던 전국연합 또한 노선과 무관하게 다음과 같은 원칙 속에서 '결집'해야 한다. 전국연합은 이제까지 '반이회창 전선'과 '노동자·민중 운동의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 양자를 동시에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는 현실에서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전국연합은 이 중 어느 것이 기본적인 입장인가를 밝혀야 한다.

우리는 이 중에서 '반이회창 노선'이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변형된 형태의 '비판적 지지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이미 역사적 운명을 다한 'DJ지지론'의 재판에 불과하다. 전국연합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가칭)'전국공동투쟁본부'에 참여하여 자신의 정치적 태도와 전망을 명확히 밝히고 노동자·민중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우리는 전국연합과 정치·사상적 차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단순히 정파적 대립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범추'와 같이 몰계급적인 경선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민중들 그 자신의 경선 속에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이 속에서 '정치적 차이'와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차이와 노선의 올바름은 노동자·민중 그 자신의 투쟁과 실천 속에서 검증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반신자유주의 대중 투쟁의 핵심인 민주노총이 노동자·민중의 대중적 '분노'를 '정치적으로 결집'하는 이번 '투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사실,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대중적 결집과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발전을 위한 투쟁을 가장 먼저 반길 수 있는 곳은 정치의 지연으로 인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이다. 기간 민주노총은 비록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편향을 보인 '정치 방침'을 가져왔지만 노동자·민중 운동의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민주노총은 남한 노동자계급과 민중 세력 전체의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 한발 진전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은 이미 현실성이 없는 정치 방침을 벗어 던지고 실질적으로 노동자·민중 그 자신에 의해 조직되고 구성되는 대통령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투쟁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그 스스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고 대선 투쟁을 현장 투쟁으로부터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민주노총은 적극적으로 '반자본'을 지향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들 스스로 노선의 올바름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치적 자유'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단지 당원만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정치'를 결정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투쟁 조직, 대중 조직의 실질적인 주체로 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특정 '정파'로부터 자유로운 대중적·자주적 조직으로서 본래의 위상과 역할을 복원해야 하며, 비정규직까지를 포함하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정치'적으로 확대 강화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인 투쟁성, 현장성, 민주성, 자주성을 확고히 하여 단지 60만 조합원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1300만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이해를 담보하고 추동해 나가는 단일 조직으로 전진해 가야 한다.

혹자는 '그럼 왜 전국민중연대(준)가 아닌 새로운 '투쟁 결집체' 건설을 제안하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선'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이 시기에 민중연대는 이를 수행할 수 없다. 우선, 현 상태에서 민중연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실질적인 투쟁 결집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둘째, '대선 투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투쟁은 궁극적으로 '대선 후보' 결정과 '대선'으로 모아질 것이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민중운동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투쟁의 성과를 통해서 대선을 조직해 가는 새로운 투쟁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거와 투쟁은 불가피하게 분리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선거투쟁의 후과가 곧 바로 민중연대에 미칠 경우 민중연대가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이 투쟁체가 노동자·민중의 자발적인 투쟁과 동력에 근거한 정치적 발전을 도모하는 한, 모든 조직의 총력을 기울여 이에 복무할 것이다. 현시기 우리에게 요구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준비하는 작업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면한 임무이다. 만일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운동 그 자체로부터 만들어지고 조직되는 '대선'이 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여전히 정치적 무관심과 회의, 그리고 차선책으로서 보수 정당의 품으로 되돌아가 버릴 것이다.

혹자들은 그래도 극우 보수 정당의 후보보다는 개혁적인 정당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김대중 정권이 우리에게 보여준 경험을 망각한 이야기일 뿐이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룰라조차 미국의 반대에 굴복하여 신자유주의 전도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하였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조직된 힘 없이는 '개혁'조차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것'은 극우 보수와 보수 개혁 후보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누가 되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독자적인 노동자·민중 세력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 개혁 후보를 밀어 당선시키는 것보다 독자적인 노동자·민중 세력의 1%가 보다 더 강력한 견제력이 될 수 있으며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발전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길이다.

4.

노동자의 힘은 (가칭)'전국공동투쟁본부'를 전체 노동자·민중 운동진영에 제안하면서 계급 대중에게 노동자의 힘의 정치적 계획과 구상을 검증받고자 한다.

노동자의 힘은 그간 의회주의와 사회적 조합주의를 비판하면서 노동자계급정당-비제도적 투쟁정당 건설을 당면한 목표로 내걸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번 '대선' 참여를 의혹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결코 잊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이 이와 같은 우리의 목표를 전진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남한의 노동자·민중운동은 '정치'적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는 '계급 없는 계급 정당', '계급투쟁 없는 선거 투쟁', '계급 대중 없는 정치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고통받지 않는 노동자·민중 진영의 운동 세력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비록 제한적 형태이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결집시키고 정치적 주체로 조직할 수 있는 기회이다.

노동자의 힘은 의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실질적인 비판으로, 현실적인 힘을 가진 비판으로 전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사실, 노동자·민중 운동은 그간 '의회주의'를 비판해 왔으나 이를 실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운동의 오류를 제거하는 작업은 '말'이 아니라 오직 '조직적인 힘'으로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대선'을 이와 같은 물리적인 비판을 창출함과 동시에 노동자·민중 운동 그 자체로부터 우리의 정치적 전망을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민족주의니, 의회주의니, 전투적 조합주의니 하는 비판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그 스스로 직접 정치적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이 검증되지 않은 비판을 위한 비판과 정파 운동의 폐해로부터 벗어나 전진할 수 없다. 오직 계급 투쟁의 전선 속에서 노동자·민중 그 스스로가 선택하고 정치적 전망의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정치적으로 단련되도록 해야 한다. '후보 경선'은 이와 같은 선택을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라는 사슬 안에서 보호받아 왔던 동지들을 포함하여 노동자·민중 전체에 대해 즉각적인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우리는 경선 과정에서 노동자·민중들에게 우리의 정치적 전망을 명확히 밝힐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정치'적으로 조직되길 요구받고 있는 계급 투쟁의 질곡 상태를 실천적으로 극복해 가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서 모든 정치적 태도와 선택을 투명하게 드러낼 것이며 이를 통해서 결집된 '정치세력'을 모아 '노동자계급 정당' 건설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투명한 정치적 선택의 자유는 각 개인들에게 그만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 모든 정치적 자유는 결정된 행위의 통일을 창출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자·민중의 단일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은 '대선'을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대한 '대대적인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 놓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주체화를 가속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제도' 밖에서 제도의 경계를 확장하고 투쟁 속에서 노동자·민중을 정치적 주체로 조직하는 대장정의 출발이 될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2002년 9월 17일

노동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