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북한 노동자 민중에게 약일까 독일까?

김영선(노동자의 힘 정책부장)

북한은 9월20일 신의주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정하고 독자적인 입법·행정·사법권과 토지 사용권을 부여하는 기본법을 발표하였다. 나아가 유사한 형태의 특구 정책이 개성과 금강산 일대를 중심으로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지난 7월에 발표한 경제개선조치, 남북한 관계개선과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공사 착공, 북일 정상회담을 통한 수교교섭의 가속화 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동구의 붕괴 및 중국의 달러 결제 요구로 경제관계가 단절되었다. 게다가 미국을 위시 한 서방의 봉쇄는 풀리지 않았으며 1990년대 중반에 발생한 자연재해는 농업생산마저도 심각한 위기에 빠뜨렸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GDP는 10년 사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결국 해외에 의존하고 있던 식량, 에너지, 원자재 등 핵심 경제 부문의 공급위기는 산업생산을 전면적으로 위축시켰으며 이러한 경제부문의 '고난'은 북한 인민의 고통스러운 '행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택한 방법은 스스로 갱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체제가 다른 두 국가가 '분단국가'로서 반세기 동안 병립해 오고 있는 한반도 현실은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라는 구도가 되어 있다. 미국을 매개로 한 휴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난에 처한 고립된 북한이 국지적 대외 개방 조치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조치를 동시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국지적 개방 조치는 실패로 돌아갔으며 미국은 북한을 더욱 더 고립시켰다. 야밤을 틈타 국경을 넘어 음식을 구하는 인민들, 아예 월경(越境)하여 이주노동자가 되거나 자본진영의 기획망명 들러리가 되어 가는 북한인민이 줄을 이었다.

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은 북한이 처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즉, 북한은 개방을 통한 외화 획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체제 위협의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제특구를 지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중국의 개방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은 개방특구에서의 심각한 자본주의화와 그것의 전 사회 파급이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션쩐, 주하이, 산토우, 시아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외국 자본이 원하는 노동시장 형성, 기업(자본)의 노동자 자율관리감독, 계약직노동자 고용의 합법화 등 심각한 노동권의 침해를 야기하는 조처가 있었다. 결국 오늘날 중국은 4천만명에서 1억만명에 이르는 유동인구가 노동력 저수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불안정 노동화, 불평등의 일등 국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불평등을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는 모든 나라 중 최대"라고 말한다. 이것의 정치적 의미가 비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 중국의 자본주의화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빠르게 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식으로 간다면 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은 북한 인민의 삶을 지금의 '고난'과는 질적으로 다른 '착취관계'의 심각한 구렁텅이로 밀고 갈 것이다.

북한은 신의주 경제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으로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거부인 양빈을 지명하였다.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자 외국 자본의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합의서를 체결하던 날 양빈은 "신의주 주민 20만 명 강제 전출과 특구 인력 50만 명의 2년 내 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과 외국인의 주민권을 보장한다는 경제특구 성공을 위해 이미 북한 인민의 강제 이주와 생활권 박탈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값싼 북한 노동력을 아무 저항없이 사용할 수 있을 때만 보장될텐데 경제특구에 고용되는 북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신의주가 경제특구가 되면 통일운동에 호조건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신의주는 남과 북, 세계가 만나는 창구가 될 것이다"는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의 말씀이 감히 두려워지는 것은 과연 나만의 고민이자 고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