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터넷의 빅브라더는 정보통신부장관

"불법정보규제, 사법기관이 아닌 정보통신부가 한다"(?)

"정보통신부장관은 국가의 시책에 대하여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웹사이트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폐쇄할 수도 있고, 한총련에서 만든 웹사이트는 반국가단체의 웹사이트라고 해서 폐쇄할 수도 있다. 한총련을 지지하는 웹사이트 역시 폐쇄될 수도 있다. 다소 외설적인 웹사이트도 음란한 웹사이트라고 해서 정보통신부장관은 폐쇄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이나 판결이 없이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인터넷에 올라온 모든 자료들을 불법정보 단속이라는 이유로 검열할 수도 있다. 드디어 정보통신부 장관은 수천만 네티즌들의 통신활동을 규제하는 빅브라더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떻게 사법기관도 아닌 행정기관의 장관이 사법권을 휘두를 수 있을까?" 현재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53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11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이 법안을 놓고 변호사, 교수, 시민사회단체들 등은 이 법안이 실제로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또한 정보통신부라는 행정기관에게 전기통신에 대한 취급거부·정지·제한 등의 명령권을 부여함으로써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은 위헌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53조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 이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법안심사소위를 남겨 놓은 상태이다. 만약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다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온통신의 규제조항에 대해 "참여적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의 특성에 걸 맞는 내용규제 모델이 모색되어야 하고, 규제의 기준인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은 명확하지 않고 과잉규제의 위험, 포괄위임의 위험이 크고, 특히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주체로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권'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기존의 법안에서 문제로 지적되었었던 '불온통신' 조항을 '불법통신'으로 바꾸고, 정보통신부 장관의 명령 이전에 사전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헌법재판소의 규제기준에 대한 위헌 판결만 반영한 채, 그 규제주체에 대한 위헌조항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불법통신에 대해서 정보통신부 장관은 사법기관처럼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 및 홈페이지에 대해서 직접적인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나 개입이 없이도 행정기관이 인터넷의 내용들에 대해 삭제, 시정 등의 명령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은우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보통신부 장관은 마음만 먹으면, 내용이 불법하다는 이유로 웹사이트를 폐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한테 서비스 거부를 명령할 수 있으며,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말하고, 이는 "사실상 정보통신부 장관이 정보유통에 대해서 법원보다 먼저 심사하고, 내용 삭제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사법기관보다 우선적으로 불법정보를 규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식 의견서 및 국회 공청회 진술 등을 통해서 "사기, 명예훼손 등 인터넷의 불법 내용에 대해서 사법 주체가 판단해야 할 내용이며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비롯한 행정부에서는 판단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또한 이들은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 아닌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의 규제가 옳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법원이 개입하는 제도를 신설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도 행정기관의 규제는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할 것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런 요구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인터넷의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규제만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프랑스에서도 정부에 전기통신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률의 규정에 대하여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기도 하다.

11월 7일 법안심사소위가 열린다. 한국정부가 인터넷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새로운 빅브라더를 탄생시킬 것인가?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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