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용 가압류 1천 3백억여원 이상으로 집계돼

2002년 39개 사업장 1천 3백억여 손배, 가압류 집계 조합원뿐 아니라 신원보증인까지 가압류, 범위, 액수 급격히 확산

*작년 9월 파업중이던 경희의료원 조합원의 차량에까지 가압류가 내려졌다[photo copyleft - 대우차 영상패]

2002년 6월 24일 노조간부 42명에 50억원 손해배상 청구, 7월 2일 42명 퇴직금 30억과 11명 부동산 5억 가압류 집행, 7월 3일 노조원 12명에 15억 손해배상 청구, 7월 11일 노조원 퇴직금, 부동산 10억 가압류...

'피도 눈물도 없는' 두산중공업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진행한 가압류, 손해배상청구 일지이다.

'신종 노동탄압'이라 불리며 파업 및 단체행동에 들어간 노동조합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사업주들의 가압류, 손해배상청구는 최근 몇 년간 유행병처럼 번져 결국 한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

건설운송노조 레미콘 기사 22명에 대한 7억 7천 600만원 가압류, 550여일째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시그네틱스 노조원 91명에 대한 7억 5천만원 가압류, 울산 효성노조원 237명에 366억 3천만원의 가압류, 손해배상 소송, 발전노조원 3천여명에 211억의 가압류.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가압류'는 이제 특정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단협, 구조조정 등으로 싸우는 모든 사업장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발전노조의 한 간부는 통장에서 매달 임금이 빠져나가는 것뿐 아니라 '마이너스 31억'이 선명하게 찍히기도 했다. 사측의 무자비한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이후 발전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가압류를 갚기 위해서는 3대동안 평생 발전소에서 일해야 된다'는 씁쓸한 농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가압류, 노조탄압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급격히 확산
2002년 6월 말 현재 민주노총 산하 39개 사업장에서 1천 2백 64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가 집계되었으며,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2년 10월까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는 무려 1천 6백 12억 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해 11월 4일에는 철도청이 철도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막기 위해 노조원 92명에 대한 78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하는 일도 있었다.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압류, 손해배상청구는 노조 간부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과 심지어는 입사할 때 내세운 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사용자들의 무자비한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는 법원의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대부분 받아들여져 노동자들은 평생 갚을 길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가압류로 임금, 퇴직금, 개인통장, 아파트 등 모든 재산을 가압류 당하고 있다. 노조들은 사측과의 교섭에서 '상호 민형사상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하지만, 대부분 사용주들은 이후에도 노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철회하지 않는다.

건설운송노조는 가압류 해제를 미끼로 노조탈퇴를 유도했으며, 발전노조 역시 파업기간 중 조기 복귀한 4백명에 대해 선별적으로 가압류를 해제하고, 사측이 제시하는 서약서 등을 받아들일 경우 개별적으로 가압류, 손해배상 소송을 해제해 사용자들이 가압류, 손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손배, 가압류 등은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그 대상을 전 조합원으로까지 손쉽게 확대할 수 있고, 형사처벌의 경우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져 사용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조합원뿐 아니라 신원보증인에게까지 가압류, 손배 등을 제기해 엄청난 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해 결국 노조활동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게까지 만들고 있다. 가압류, 손배 소송 등에서 노조나 조합원이 승소하더라도 사용주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는 것도 손배, 가압류가 급격히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당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민변이나 법조계에서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관계법을 개정토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ILO 역시 이같은 사항을 2001년 3월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