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대구 삼천리버스에서 몰래카메라 CCTV가 발견돼 '버스노동자협희회(이하 버스노협) 소속 회원들에 대한 해고명분 만들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구시내버스조합(이하 버스조합)은 2002년 시내버스내 감시카메라를 떼는 대신 감시카메라 수당을 없애고 각종 수당을 삭감하기로 하고 CCTV를 철거한 바 있다.
25일 오후 2시경 전임자인 최태일씨(버스노협 회원)와 교대하기 위해 버스 뒷문쪽에 타고 있던 대구삼천리 버스 이태갑씨가 좌석 밑부분에서 반짝 하는 것이 있어 살펴본 결과 의자 밑에 장착된 몰래 카메라를 발견했다. 카메라는 버스 운전자석과 앞문 출입구, 버스요금함 쪽을 향하고 있었고, VTR 녹화기는 버스지붕의 에어컨 박스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씨와 최씨가 찾아낸 녹화기 안의 테잎에는 25일 새벽부터 촬영되어 있었으나, 카메라가 설치된 시점은 훨씬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라와 녹화테잎을 발견한 이씨와 최씨는 발견한 기계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경찰관 입회 하에 사진촬영을 하고 사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계속 시간을 지연시켜 4-5시간 이후에나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최씨를 만난 사장은 "내가 카메라를 달았다,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시내버스는 '버스 수입금 투명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97년 10월말까지 모든 시내버스에 CCTV를 설치하고 그 대가로 월 15만원 가량의 특별수당(일명 삥땅방지수당)을 지급해왔다. 이후 2002년 4월 버스조합과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버스지부 간의 노사합의로 CCTV를 모두 철거하는 대신 삥땅방지수당 역시 폐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CCTV 발견으로 그동안 대구시 버스 노동자 사이에서 떠돌던 "버스조합이 버스노협 회원들을 집중감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CCTV가 삼천리 시내버스 1대에만 설치된 것이 아니라 전체 대구시 버스내에 '버스노협 회원'을 타켓으로 해 설치되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몰래카메라의 표적이 되었던 버스노협 회원 최태일씨는 약 8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버스노협 회원으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버스노협은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실천적인 사람들의 모임'으로 각종 연대집회 참석은 물론 버스 현장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일일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최태일씨는 "다른 버스에도 설치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내 차에서 발견된 몰래카메라 역시 언제부터 설치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빌미만 잡으면 나를 해고시키려 벼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버스조합에서는 버스노협 회원들이 연대집회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하니깐 '민주노총'이라며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한 "2달여 전에 다른 회사에서도 버스노협 회원을 노리고 카메라를 설치했었는데 그 사람이 쉬는 날 예비로 투입됐던 다른 사람들이 해고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카메라가 있다는 심증을 갖고 확인하러 갔는데 부랴부랴 카메라 장비만 뜯어갖고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몰래 카메라가 발견되기 이전부터 "사측이 무언가 '은밀한' 방법으로 버스노협 회원을 감시해왔던 것"은 의심되어 왔다.
최씨는 "차 안에서 나와 이야기하거나 버스노협 활동에 호감을 보이던 사람들에게 사측은 '니 일하는 게 시원치 않다, 왜 앞차하고 붙어다니냐'고 위축시키다가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니가 최태일하고 가까운 것 같더라'면서 나를 왕따시켜 왔다"며 "4년전에는 '사실 민주노총 간부다'라는 허위사실을 조작해 노조에서도 제명당했다"고 밝혔다.
"피가 거꾸로 솟고 배신감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몰래카메라를 발견했을 당시를 설명하는 최씨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고 있다"며 "사측은 이런 움직임에 당황해 '최태일이가 회사랑 합의를 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와 최씨는 이번에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한 두통과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같은 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최씨의 정신 상담을 한 의사는 "심하게 분노해서 나타난 증세이며 계속 치료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으며, 최씨는 "그 일만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고 운전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버스노협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사회단체와 연대해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회사측을 고소할 예정이며 단체협약 위반 여부도 검토 중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국장은 "노사가 철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노동자를 겨냥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사용자의 노동감시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며 법제도적으로 이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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