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시위' 강력 대처 발언에 뒤이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집시법 개악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행자위는 지난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박종희·박진·안상수·박승국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집시법 개정법률안을 심사해 4개의 법률안을 전체회의에 붙이지 않기로 하고, 그 내용을 통합·보완해 행자위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결정 하루만인 19일 행자위는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가 마련해 제출한 대안을 다수 위원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행자위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행진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소통장애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속도로 등 주요도로에서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하더라도 이를 금지할 수 있고(안 12조 2항), 신고된 집회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시위와 동일 목적을 다른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안 8조 1항).
법안은 학교시설이나 군사시설 주변에서의 집회시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지역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시설 등의 보호를 요청하는 때에는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안 8조 3항, 18조 1항4호).
또한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확성기 등 기계·기구의 사용으로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 적정수준(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기준)의 소음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안 12조의3, 21조 5항).
법안은 또 사복경찰관을 포함한 경찰관은 집회시위의 주최자에게 통고하고 현장에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17조 1항).
"시위대의 불법·폭력시위는 과잉·폭력진압하는 경찰에 대한 '대항폭력'"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안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경찰의 입장이 강화됐을 뿐, 국민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개악이 이뤄진 것이라며 반박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우선 주요도로는 대통령령으로 지정되지만, 실무관청인 경찰청의 입장이 대체로 수용될 수밖에 없으며, 집회시위는 행진을 통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를 막는 것은 집회시위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또 법안이 시위대의 불법·폭력시위가 대체로 과잉·폭력진압하는 경찰에 대한 '대항폭력'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을 무시하고, 법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나 군사시설 주변 집회시위 금지 조항과 관련해 인권운동사랑방은 미군기지 앞에서의 집회시위는 불허통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었다. 법안이 학교나 군부대의 입장에서 불리한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
특히 이는 최근 경찰이 구의원이나 업체를 종용·방조해 장기(집회 봉쇄용) 집회신고를 하도록 유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이 또다시 이 법(안)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운동사랑방은 "현행 법률에서도 집회 용품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소음규제 등 기계와 기구들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고, 경찰의 집회시위 현장 출입에 대해 "집회의 내용과 형식, 진행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게 돼, 집회시위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재량에 따라 집회시위 자유 제한, "위헌이다"
나아가 법안은 장기간의 집회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집회신고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360시간(15일) 전부터 48시간 전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법안은 외교기관 주변 집회시위의 전면적인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취지를 고려해, 당해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기로 했다. 이는 집회시위가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거나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경우 이를 허용하지 않고, 허용하더라도 휴일에 한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규모 집회는 미리 집회장소를 확정한 뒤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짧은 신고 기간을 두어 집회의 개최를 제한하는 역기능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은 또 장기간 집회를 독점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자들에 대한 제재, 특히 관청이나 경찰들의 방조, 종용에 의한 행위에 대한 제재에 대해 눈감고 있다.
외교기관 주변 집회시위와 관련해 헌재의 결정으로 청와대·국회·법원·헌법재판소 등의 국가기관 100m 이내 집회시위의 금지조항도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는 외국공관에 대해 최소부분만 허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대규모 시위'라는 불명확한 규정도 문제다.
인권운동사랑방은 현행 집시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면서, "이러한 부분이 개정돼야 제대로 된 집시법"이라고 강조하고, 국회 행자위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조문을 추가해 명확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이러한 판단을 주로 경찰서장이 하도록 돼 있어 경찰의 재량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개악안이라고 규정했다.
현행 집시법은
1.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항들이 있는 점.
2. 미신고집회 또는 신고해태집회를 이유로 무조건 경찰서장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점.
3.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고, 그것을 침범하는 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둔 것(국가형벌권의 남용).
4. 경찰이 도청·비디오 녹화·사진촬영·녹음·출입차량 번호판 기록 등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다는 점.
5. 집회신고와 관련해 신고서의 보안제도를 둬 경찰관청이 신고서에 대해 형식적인 심사의 방법을 넘어서 실질적인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
6. 경찰관청의 재량에 따라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집회시위의 범위가 확대돼 있다는 점 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집회신고는 최소한의 의무사항일 뿐이고, 우발적인 일이 발생하더라도 경찰이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문제를 들어 경찰이 개입해서도 안되며, 해산을 목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화염병 투척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공권력이 공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박 상임활동가는 "시위대의 불법행위는 처벌하면서, 경찰의 강경진압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당국의) 도덕적 균형감각이 부재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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