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는 군법에 우선한다"

'파병철회' 요구 복귀거부·농성 강민철 이병 연행

"저는 제 위치에서 파병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대통령님을 만나러 청와대로 걸어가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행된다 하더라도 저의 신념을 굽히지 않겠습니다.
언제라도 파병이 철회된다면 저는 모든 처벌을 다 받은 후, 병역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입니다."

현역병의 신분으로 이라크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강철민(23, 이등병) 씨가 28일 헌병대에 연행됐다.

강철민 씨는 농성 8일째인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민가협·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마지막 농성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오후 3시경 청와대를 향해 평화행진을 벌이다 헌병대에 연행됐다.


△청와대를 향해 평화행진을 하고 있는 강철민 씨. 이덕우 변호사(오른쪽), 작은아버지 강명수(왼쪽) 씨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참세상]

애초 이날 강 씨는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상태였으며,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1시 기독교회관 앞에서 인권·평화활동가 50여명과 약식집회를 벌이고, 오후 2시경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이내 부근 연강홀 앞에서 대기하던 경찰과 군당국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혔다.

결국 강 씨의 청와대 행진은 무산되고, 30여분간 대치 끝에 오후 2시 40분경 경찰에 연행, 현장에서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 수사관들에게 신병이 인계돼 차량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이덕우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와 강 씨의 작은아버지 강명수 씨가 함께 동행하려 했으나, 헌병대 수사관들이 강 씨만을 차에 태우고 출발해 이들이 뒤늦게 쫓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휴가를 나온 강 씨는 복귀날인 지난 21일 "이라크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곳 회관 7층 기독청년협의회실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이날 줄곧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강 씨는 기자회견과 집회 도중 이따금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강 씨는 이날 약식집회에서 오히려 "마음이 시원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라크인들의 눈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씨는 또 "곧 다시 만나겠지만, 부모님에게 불효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도 "앞으로 의지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당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강 씨는) 정치적인 계획을 갖고 농성을 한 사람이 아니고, 양심에 따라 파병반대를 호소한 것일 뿐"이라며 "그가 얼마나 큰 부담을 갖고 있었는지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 씨가 본인의 뜻에 따라 파병반대를 위해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며 "(자진출두를 결심하기까지) 오늘 아침까지 고민을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집회장 한쪽에서는 강 씨의 농성 소식을 듣고 올라온 대구가톨릭대 후배 10여명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후배 한희정(20) 씨는 "선배가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담담해 보인다."며 "앞으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선배의 양심에 따른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강 씨에게 "멋있다"고 귀뜸했다는 한 씨는 "이후 구속대책을 세워 뒤에서 선배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행진에 앞서 기독교회관 앞에서 약식집회가 열렸다. [참세상]


△약식집회가 진행되는 사이 맞은 편에서 '평풍'(평화바람) 회원들이 차량 위에서 '강철민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참세상]

강철민의 싸움은 모든 양심세력의 싸움

이날 강 이병의 복귀결정은 기독교교회협의회 측의 설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씨 또한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진행된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농성을 진행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해 아쉽다."며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파병반대의) 소신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생각을 끝까지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강 이병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위로와 격려가 잇따랐다. 오종렬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자식을 둔 어버이의 심정으로 이러한 아들도 있다는데 자랑스럽다"면서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어려움을 잘 안다. (강 씨를) 물리적으로 보호할 여건이 안돼,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은 "양심에 따른 행동에 (정부당국이) 불이익을 주고, 인신을 구속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강 씨가 구속된다면 양심수로 규정하고 석방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또한 "이라크파병은 한국을 전범국가로 만들고, 국민을 전범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군당국이 강 씨를 구속 탄압한다면, 이는 국민의 양심을 침해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역비리근절예비역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양현진 씨는 "선배들이 먼저 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예비역 선배로서 강 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 씨와 함께 생활하며 지원책임을 맡았던 김경식 지원단장은 "강 씨는 부당한 군사명령에 따를 수 없고, 동료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고 농성을 벌인 것"이라며 "이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양심세력 모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강 씨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회관 5층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지원모임(peace.gg.gg)의 한 관계자는 강 씨가 고향 대구에서 삼계탕집을 하는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날 점심식사에 '옷닭'을 손수 준비하기도 했다.


△강철민 씨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간간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참세상]

"군법의 상위법인 헌법에 따라 무죄"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씨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군인으로서 이라크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어떻게 낼 것인가를 고민하던 끝에 부대복귀를 거부하고 농성을 선택했다.

그는 "처벌은 두렵지 않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지만, 연행되기 전 보인 눈물에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 겪을 고초와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현역병으로서 최초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던 강철민 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그를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시민사회의 아픔은 결코 작지 않다.

강 씨가 연행된 후 회관 7층 농성장에 다시 모인 지원모임 관계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경식 지원단장은 "농성이 생각보다 빨리 정리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의지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가 고려된 것 같다."며 "앞으로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 싸움에 이라크파병 문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군내에서 양심에 따른 저항권이 부재한 상태에서 역사적인 투쟁이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강철민과 함께 가는 평화의 길'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같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모임은 다음달 1일 고려대학교에서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수방사 헌병대로 연행된 강 씨는 이날 광주 상무대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 씨의 변호인단은 이덕우 변호사를 비롯해 9명(광주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변호인단은 "정상을 참작해 선처를 바라는 방향의 변론은 하지 않을 것이며, 군법의 상위법인 헌법의 정신에 따라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를 향한 평화행진은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참세상]


△강철민 씨가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가 나눠준 장미를 들고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세상]


△'강철민과 함께 나누는 평화의 밥상',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참세상]


강철민 씨 [참세상]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대구카톨릭대 후배들이 보낸 메시지를 읽고 있다. [참세상]


△"침략의 도구에서 양심의 주체로 강철민", "니가가라 노무현"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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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파병 , 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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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전북에서 올라오신 평화유랑단 분들을 이렇게 보니깐 또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유로운 강철민의 영혼과 인권을 위해서 먼 곳에서 나마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평화유랑단 힘내세요!! 강철민 동지!! 동지 맞지요... 힘내세요...

  • 반대파

    강이병 힘내시게 ~
    헌병대의겨울은 추워도
    강이병의 열의는 꺽지 못할걸세
    용기에 감탄하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