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명분없는 되풀이 '깜짝단속'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몰아

[현장] 명동성당 농성 이주노동자들의 '촛불추모의 밤'

다라카(31, 스리랑카)
다라카 씨는 96년에 한국에 입국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천막회사에서 일하면서 고국에 있는 부모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매달 월급으로 받은 100만원 중 7-80만원을 가족에게 송금하면서 힘들게 살았다. 고향의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변하지 않는 가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인 강제추방의 공포와 절망으로, 그는 11월 11일 남한산성입구역에서 투신 사망했다.

비꾸(34, 방글라데시)
96년 한국에 온 비꾸 씨는 올해 동생을 한국으로 입국시키기 위해 1천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서 그 중 600만원은 갚았지만, 단속추방이 다가오면서 사장은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나아지지 않는 생활의 어려움으로 11월 12일 공장의 호이스트에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음을 선택했다.
8년간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가장 힘든 일을 해온 그의 통장에는 4만원이 전재산으로 남아있었다.

안드레이(39, 러시아)
올 1월 관광비자로 입국한 카리토렌코 안드레이.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일했다.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이 시작되면서 그는 스스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그러나 누가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겠는가? 11월 20일 고국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바다로 투신해 사망했다.

부르혼(51, 우즈베키스탄)
올 7월 23일 약 5천달러(한화 600만원)의 브로커비를 내고 한국에 입국한 그는 곧바로 단속추방 대상자가 되었으나,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한국정부의 '인간사냥'(강제추방)이 진행되고, 이주노동자가 잡혀가고 추방당하는 모습에 좌절해 11월 25일 새벽 2시경 인천 서구 송림동 동부목재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

한국정부의 '강제추방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피해 지난 15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농성을 시작한 이주노동자들이 29일 '이주노동자 추모의 밤'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추모의 밤' [참세상]

이곳에서 농성 중인 이주노동자 70여명을 포함해 노동·사회단체 관계자, 대학생 등 200여명은 농성 15일째인 이날 오후 7시 반 같은 장소에서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손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추모집회 참가자들 앞쪽에는 최근 정부의 단속·강제추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4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이 자리에서 사말 다바 평등노조 이주지부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자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과 한국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다바 위원장은 "살고 싶어도 죽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살아서 당당하게 말하고 싸우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인간취급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우리가 명동성당에 와 있지만, 동시에 전국 여러 곳에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그 소박한 바람은 단지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 한국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을 저지하고, 노동비자(노동허가제)를 쟁취하기 위해 이들은 이곳 서울 한복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도망가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참세상]

추모집회는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는 동안 준비한 노래와 바이올린 연주, 추모시 낭송 등으로 이어졌다. 라디카(네팔), 라쥬(방글라데시)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추모편지를 낭독했다.

"왜 아무말도 없이 이렇게 떠났어요. 돈 빌려 한국에 온 우리도 마음 알아. 그런데 이렇게 죽으면 안되잖아. 몸은 따로 있지만 우리 마음은 같이 있어. 하늘에서 내리는 비, 이것은 비가 아냐.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눈물이야."

"이 세상 노동자는 하나야.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 나누지만,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의 권리를 찾을 거야. 그리고 공장으로 돌아가 이 망가진 세상을 노동자의 세상으로 만들 거야."

이어 '노동자의 깨어진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방글라데시인 후세인 씨가 추모시를 읽어 내려갔다.

"어렵게 대학 나왔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은 벗어나지 못했네. 병드신 아버지.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주위에는 가난한 이웃들 뿐.
한국에 가면 나아질 수 있을까? 팔 수 있는 것을 모두를 내다 팔고 돈을 빌려 한국에 왔지만, 며칠만에 꿈은 산산이 부서졌네.
아침부터 기계처럼 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고향생각으로 위안을 삼지만... 희망은 깨어졌네. 강제추방에 눈앞은 캄캄해지고...
이제 코리아에서 죽는 것만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네. 형 누나 동생들아, 안녕..."

라림(33, 방글랃데시) 씨는 절규에 가까운 투쟁의 말을 하면서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 땅에서 이주노동자가 필요없다면 조용히 떠나겠다. 그러나 한국은 또다시 이주노동자를 싼 임금으로 고용할 것"이라면서 "다라카는 다시는 자기 집으로 갈 수 없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더 이상 죽으면 안된다."며 절규했다.


△이주노동자들(네팔)이 농성 중에 준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 노동자(맨 왼쪽)가 전통악기로 장단을 맞추고 있다. [참세상]

이날 추모집회는 한국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담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고인을 애도하며 절규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내내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 노동자는 한국에서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는 이주노동자들의 슬픔을 담은 듯, 바이올린으로 '노동자의 길'을 연주하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단속 대상이기도 한 이들은 이따금 명동성당 들머리 맞은 편을 예의주시 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못했다. 길 건너편에 경찰이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스스로 주체가 돼 투쟁하겠다는 각오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는 한국인들의 연대에도 있었다. 이날 추모집회에는 대우조선·철도·대구성서공단 노동자들과 인하·성신·서울대 소속 학생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철도노동자 임도창 씨는 연대의 말에서 "철도노동자는 그동안 2년여에 걸쳐 싸워왔지만, 이주노동자 세원테크 노동자들을 보면 철도노동자는 그나마 행복하다.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면서 "노동자는 국경을 초월해 하나다. 그러나 하나가 되지 못해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투쟁과 밥'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진 아나키스트 모임 '아나클랜' 회원들은 한주에 한번씩 이곳 농성장을 찾아 이주노동자들의 식사를 손수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싸움에 같이 참여하고 싶어 일주일에 한번 밥을 짓고 있다"면서 "배가 불러야 힘을 낼 수 있다"며 애교 섞인 말을 해, 이날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투쟁과 밥'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세상]

김원주 씨(대구성서공단 노동자)는 "질긴 놈이 이긴다"는 속담을 인용해 이주노동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우리는 뼈빠지게 땀흘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이 싸움이 1년이 갈지, 지난 10년간의 싸움처럼 또 10년이 갈지 모른다. 전세계와 한국정부에 우리가 얼마나 질긴가를 보여줘야 한다."

김 씨는 또 "최근 정부가 '제조업체는 단속하지 않겠다. 공장에 들어가 단속하지 않겠다'며 꼬리를 내리더니, 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라고 꼬집으며, "지금 대구에서도 50여 이주노동자들이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 열심히 투쟁한다면 노동비자를 쟁취할 수 있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천막 4동이 설치된 명동성당 들머리. 7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기에는 비좁은 공간이다. 단속을 피해 이곳을 찾은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씻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러 나라 출신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있어, 농성을 함께 하면서 "전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이곳 노동자 대부분이 감기에 걸려있다. 한국정부의 '명분없는, 되풀이 깜짝단속'에 이주노동자들은 처절하다.


△한국정부의 단속과 강제추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주노동자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참세상]

"정부, 명분없는 '깜짝단속' 되풀이 하고 있다."
[현장 인터뷰] 홍준표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을 진행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은 7번이나 실시됐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들 또다시 강행하고 있다. 13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를 강제추방 한다는 정책 자체가 잘못이다. 추방에 필요한 수용시설도 없고, 먼저 집행부터 하겠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3D업종 중소업체 사용자들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게 일해왔다. 이들을 합법화하는 것이 (한국정부가 강조하는)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국제사회에도 인정을 받는 것이다.

-정부의 고용허가제를 어떻게 보는가.

=고용허가제가 통과되면서 23만여 이주노동자들의 불투명한 신분을 해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따지면 문제는 여전하다. 13만여 이주노동자들이 명분없는 되풀이 '깜짝단속'에 두려워하고, 자살이 잇따르는 등 불상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주노총은 이번 사안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노동자인권 차원에서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1천여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들을 조직해, 강제추방을 저지하고 전면 합법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취재 뒷이야기] 경찰 집시법 적용,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

이날 '이주노동자 추모의 밤' 참가자들은 오후 9시 반경 본행사를 마치고, 촛불을 들고 명동 주위를 '침묵' 행진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그러나 "추모제를 이미 넘어섰다. 그만하라"며, 행진을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명동성당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은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고 일몰 이후에는 집회가 금지돼 있으며, 참가자들이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있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이 촛불추모행진을 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참세상]

같은 시각 광화문에서는 촛불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는 중부경찰서 한 관계자에게 "광화문 촛불행사도 집회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야간에 진행되며, 이곳 이주노동자들은 차도가 인도에서 행진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광화문 행사도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명확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따져 물었다.

경찰의 변명은 궁색하다. 경찰은 "인도이든 차도이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 불안한 상황으로 유도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열 선두에 있는 학생들이 한동안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후, 경찰과 농성단 관계자들은 협상을 통해 깃발만 내리고 행진하기로 했으나, 경찰 내부의 이견으로 이마저 무산됐다.

이에 대해 농성단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혁 민주노총 비정규사업부장은 "추모의 의미로 촛불을 들고 인도로 행진한다고 밝혔음에도,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집시법 위반 여부는) 경찰이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부위원장 또한 "촛불을 들고 큰길까지 침묵행진을 하려는 것뿐인데,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정부의 단속·강제추방 대상인 이주노동자들이 연행될 것을 우려해 이날 행진을 포기해야 했다.


△"우리를 더이상 죽이지말라" [참세상]


△대학생들이 경찰에 촛불추모행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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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단속 , 강제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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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십원

    WALKING VISA라고,, 행진하게 해달라 그뜻인데..
    우리가 설마 스펠링을 틀리게 쓴게 아니에요
    근데 버젓이 노동비자를 달라고 해놨으니;;;

  • 박종모

    잠시 혼동했습니다.
    그리고.. 혼동스럽군요.
    경찰에 요구하더라도..
    알기쉽게 해야.. ^^;

  • 구십원

    에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