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4> 평화의 권리를 위한 새로운 시작

문만식 /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객원단원 529는 동시에 하나의 자유화 과정이기도 했다. 529는 참가자들이 공동의 목표와 강령을 세워나가면서 화합과 협력을 이루어내고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어려운 과정을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한

기획기사 '평택을 주목한다'(4)

한 사람의 참가자로서 이제는 529, 즉 지난 여섯 달을 어느 정도 결산해볼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529 평택 반전평화문화축제’라는 명칭이 이미 몇 가지를 시사한다. 평택이 ‘세계경찰의 파출소’라는 한 평화운동가의 말은 적절하다. 동시에 오늘의 그 이름이 땅과 생존에 대한 농민의 권리와 양립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나아가 내가 보기에 반전평화는 결국 ‘반미-반전’(이 표현은 사회진보연대 류주형씨의 것이다)의 다른 표현이다. 또한 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기존 정형화한 집회 양식이 개인의 표현과 상상력을 억압함으로써 운동을 소수 엘리트들이 독점하게끔 해 온 한계를 떠올렸다.

우리는 5․29에 손님은 없다고 말해왔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꺼렸다. 그런 방식으로 말하면서 운동의 새로운 윤리에 대해 사고하고자 했다. 529가 내건 기치, 즉 주한미군기지 평택 집결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행동에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완벽한 도구는 교통[communication](언어적 소통 이상이라는 뜻에서)이라고 우리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전국의 많은 개인과 풀뿌리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했고 그들이 바라는 방식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판을 벌였다. 자율과 다양성이 중심적인 가치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말(이상)과 실제는 상당히 달랐다는 점도 사실이다. 529가 예를 들어 행사 자체의 ‘대중적 성공’ 쪽으로 치우치는 징후가 나타나자 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배 엘리트들의 방해와 이곳이 제주나 서울이 아닌 평택이라는 점도 그러한 치우침을 거들었다. 농지 수용을 격렬히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대중적 성공’은 달성해야 할 불가피한 목표라는 입장과 그러한 관점이 529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물론 차이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는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다.

그러나 529는 동시에 하나의 자유화 과정이기도 했다. 529는 참가자들이 공동의 목표와 강령을 세워나가면서 화합과 협력을 이루어내고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어려운 과정을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한때 아무 관계도 없고 심지어 적대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던 광범위한 운동들과 활동들, 풀뿌리 조직들과 국경을 초월한 개인들의 운동들이 자기조직화와 연합(네트워크)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아직은 ‘529 이후’를 말하기에 이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아직 29일이 아니다. 더구나 참가자들의 평가 토론도 없었다. 다만 사회운동, 특히 평화운동은 단기적 정세에 따른 즉자적 대응을 뛰어넘어 중장기적인 평화군축운동 전략을 가져야 하며, 그러한 운동은 국수주의적 우익의 영향력과 대결하면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해고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지배세력의 통치수단 고갈이 지금과 다른 좋은 세계의 도래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의 목적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운동이 저항에서 발전적 변화로 옮겨가는 중심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반미-반전운동의 성패가 529 이후의 평택을 규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평화운동이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에 계층과 계급, 성별과 직업을 떠나 광범위한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529에 참가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평화운동과 농민들의 생존권이 상충할 수 있다는, 우리 운동이 분열에 빠지기 쉬운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태그

평화 , 미군기지 , 평택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Tori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