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 김선일씨가 지난 22일 밤 끝내 피살됐다. 김씨의 무사귀환을 바라고 또 바랬던 시민들은 고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김씨를 죽음으로 내 몬 노무현정부를 향하여 분노의 마음으로 ‘이라크파병정책’ 철회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노무현정부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라크무장세력이 ‘24시간 이내에 이라크에 있는 한국군이 철군할 것과 파병계획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김씨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을 때, 노무현정부의 첫 반응은 파병철회불가입장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노무현정부는 이라크 언론 등을 통해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 평화적 활동에서 파병을 하는 것‘이라면서 파병의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라크 등 아랍권의 웹페이지에서는 한국정부의 추가파병 재확인이 대서특필되어 도배되었다. 정부가 김씨를 구출하겠다면서 한 일은 이처럼 한국군의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이라크민중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분노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동안 피랍 시점과 한국 정부의 인지 시점 등에 의혹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
김씨가 피랍된 것은 지난 5월31일이었고, AP통신이 피랍된 김씨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입을 입수하고 지난 6월초에 외교부에 확인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김씨의 절규가 담긴 비디오테입이 공개될 때까지 피랍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김씨가 5월 말 피랍된 이후 3주간 한국 정부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설령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파병을 고수해온 노무현정부는 스스로 국민들에게 정부를 믿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AP통신의 보도는 한국 정부가 이미 김씨의 피랍사실을 6월초에 알았다는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리는 김씨의 피랍을 초기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노무현정부의 무능력함에, 실망을 넘어선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김씨의 피랍시점과 정부의 인지 시점, 그리고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한 대응에 대하여 솔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현재 일각에서 ‘이라크민중들에 대한 분노’ 등 극단의 보복성 감정으로 파병을 해야 한다고 몰아가려는 음흉한 세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고 김선일씨를 죽인 것은 이라크민중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더러운 전쟁범죄자 미국이며,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노무현정부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파병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이미 우리에게 또다시 닥칠 수 있는 엄청난 위험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똑똑하게 보여주었다. 고 김선일씨의 절규는 ‘우리의 생명이 중요하듯, 이라크민중의 생명도 귀한 것’으로 올곧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신체의 안전 등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이 원칙에 충실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정당성이 부여된다. 국가가 이러한 원칙에 반할 때 인민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있다.
현재 노무현정부는 파병철회 불가원칙을 고수하면서 고 김선일씨를 죽였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이라크민중의 자결권을 짓밟으면서 전쟁광 미국에 동조하고 있다. 현재의 노무현정부에 대해여 우리는 국가로서의 어떠한 정당성도 찾을 수 없다.
노무현정부가 국가로서의 정당성을 조금이나 회복하기 위해선 즉각 추가파병계획을 철회하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서희․제마부대를 철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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