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25일 확정되었다. 시급 2,840원, 일급 22,720원, 월급 640,1849원.
언론 매체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시간급 2,510원, 일급 20,080원, 월급 56,8000원)에 비해 13.1%가 인상되었음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최저임금 금액 자체보다는 몇 % 인상되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25일 최저임금 확정에 앞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22일부터 25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최저임금 77만원 쟁취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하루 전 24일 공동투쟁단은 종로에서 지역한마당을 진행한 후 경총 항의집회, 거리행진, 이어 최임위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밤샘 노숙투쟁을 전개했다.
최임위 노동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24일 종로지역한마당에서 연대사를 통해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어느 쪽의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은 모두 경제·경영학 교수들이다. 그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아는가?"라며 최임위의 구성과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노사 대표가 동수인 상태에서 최저임금 결정의 실질적 권한은 공익위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게다가 공익위원의 선임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경제학 교수로 이루어진 공익위원들은 시장논리에만 의거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64만원, 인상률 13.1%는 이와 같은 제도적 조건 속에서 결정된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생계비용과 임금격차 해소 등의 실질적 고려보다는 작년 대비 인상률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결국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인상률만을 따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각 언론 매체는 재계에서 최초 제출했던 2.6% 인상안이 13.1%로 대폭 상향조정되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술 더 떠 노동부는 "저임금 근로자 보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최종 요구안대로 인상이 이뤄졌다"며 자평했다.
그러나, 56만원에서 64만원으로 최저임금 13.1%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OECD는 저임금 노동자를 상용직 중위임금의 2/3 이하로 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지난해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대입할 경우 한국의 1천3백만 노동자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는 663만명(48.6%)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저임금노동자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이 곧 현장에서 저임금 책정의 근거로 작동된다. 최저임금이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법적·제도적 토대가 되고, 사용자들에게는 저임금 노동착취의 정당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현 최저임금법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 노동자, 아파트 경비 등 감시 업무와 단속 업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최저임금 적용마저 제외된 노동자들은 2003년 기준으로 62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13.1% 인상이라는 수치가 과연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을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는 작년 노동위원들의 전원 사퇴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초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77만원'을 내걸고 쟁취하려 했던 목표와 협상을 통해서 얻어진 현실적 성과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결코 13.1%라는 수치로 채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확정 후 민주노총은 '아쉬운 최저임금 결정, 제도개선으로 보완할 것'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수준을 노동자 임금의 절반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단계 설정 등을 적극 논의하려 했으나 이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밝히고, 당초 제기했던 요구안들을 "7월 2일부터 가동되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 임금의 1/2로 법제화, △공익위원 노사단체가 추천,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 △최저임금 적용시기 교체 등 제도개선을 이루어내겠다"며 향후 투쟁 과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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