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를 상대로 주판알을 굴리는 야만을 중단하라"

고려대 청소용역노동자, '반인권 용역계약 규탄집회' 열어


6월 25일 오후 4시 고려대 본관 앞에서 '고려대의 반인권 용역계약 규탄집회'가 열렸다. 고려대 청소용역노동자 100여 명이 참석한 첫 집회였다.

고려대학교와 용역회사 측은 6월 말 학교와 용역회사의 용역계약과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7월부터 교대제-시간제 등 새로운 노동형태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청소용역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은 힘없는 청소용역노동자의 노동 강도마저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학교와 용역회사 측의 태도에 맞서 지난 18일 고대 본관 앞에서 연대 단체들이 첫 규탄대회를 열었지만,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이 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고려대미화원협의회(고미협)는 22일 총회를 열고 변형된 근로계약서 서명 거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찬성 78명 반대 2명으로 서명 거부를 결의했고, 25일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재계약이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공식적인 집회를 열고 요구안에 서명하는 것이 바로 고용승계 여부로 직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참석한 노동자들의 얼굴은 시종 밝았다. 참가한 단위들 역시 연대사를 통해 승리하는 날까지 힘차게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집회 후 고미협은 요구안을 작성해 131명의 서명을 받아 학교측에 제출했다. 또한 참석한 단체대표자들은 사회각계 공동선언문을 학교측에 제출했다.

고미협은 학교측에 대해 △청소인력을 충원하여 노동자 1인당 청소구역을 축소하고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완화시키는 용역업체를 선정할 것, △연월차·생리휴가, 여름·겨울방학 휴가를 보장하고, 학기별 1회 이상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용역업체를 선정할 것,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노동자들의 참여와 결정권을 보장하고, 용역업체 선정기준을 노동자와 함께 합의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노동시간 연장과 교대제·시간제 근무를 통한 노동강도 강화 음모를 즉각 철회할 것, △추후 노동조건 변화와 관련된 모든 결정은 전체 노동자와의 합의를 거칠 것,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근본원인인 용역고용을 폐지하고 직접고용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학생·노동자와 함께 논의·결정할 협의체를 구성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성의 전당,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

현재 200여 명의 고대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월 중순 용역업체 재계약 시기를 앞두고, 해고의 위협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강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말 1년 짜리 근로계약 만료 이후 5월말까지는 한달 짜리 근로계약을 맺고 일해왔으나, 6월 현재는 어떤 근로계약도 맺지 않은 무권리 상태에서 노동하고 있다.

지난 6월7일 고려대 측은 용역업체 견적 프리젠테이션을 개최했으며, 입찰에 참여한 8개 용역업체들은 '365일 깨끗한 학교'를 요구한 학교측의 입맛에 맞게 노동시간 연장(일요일 근무 포함)과 교대제-시간제 근무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원 확충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용역업체들이 제시한 조건으로 근로형태가 변할 경우,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최근 인문계 캠퍼스 용역업체로 잠정 결정된 <아이서비스>는 노동자들을 주간조(오후 6시~오후 4시), 오후조(오후 2시~10시), 야간조(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로 나누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교대근무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연계 캠퍼스 용역업체로 선정된 <제이디원>은 오전 6시~10시까지는 전체노동자,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는 85%, 오후 4시~6시까지는 15%가 근무하도록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각각 40%와 20%로 나누어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한 사람 당 450평에서 500평에 이르는 구역을 청소하면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으며, 평균 11시간 노동의 대가로 퇴직금과 추가근로수당을 포함해 65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연월차 휴가나 생리휴가는 제공된 적이 한번도 없으며, 일요일 근무에 대한 추가근로수당은 1년에서 3년까지 체불된 상태다.

이번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의 문제는 고용불안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야기하는 간접고용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일차적인 책임은 학교당국에 있다는 것이 고미협의 지적이다. 이는 비단 고대 청소용역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른바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야만'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고미협과 고려대청소용역노동자노동권쟁취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준)가 주최한 이 날 집회에는 고려대 청소용역노동자, 불철주야(고대학생모임), 노동해방학생연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평화인권연대, 민주노동당성북갑지구당, 시설노조, 간병인노조, 민중가수 류금신 씨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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