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설립및운영에관한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지난 해 두 차례의 공청회를 거친 후 12월 26일 교육인적자원부 발의로 입법예고 되었다. 그러나 법률예정안의 발표에서부터 입법예고까지의 과정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법안에 관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배재해왔다. 특히, 첫 번째 공청회에서는 전교조 측의 발제문을 임의로 삭제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까지 보여 참여했던 교육주체들의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결국 첫 번째 공청회는 무산되었고 교육부는 다시 11월 25일 2차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이 역시 법안에 반대하는 측의 토론자는 아예 배제한 채 진행되었다. 이렇게 법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졸속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교육부는 12월 26일 법안을 입법예고 하였고 결국 교육 주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올해 6월 15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국민 대다수에게 특별법의 정확한 내용도 알리지 않고 교육 주체들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법을 추진한 것도 모자라 현재 인천 송도를 비롯한 용산, 수원 등에서는 법안이 채 통과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학교 및 외국교육기관 설립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합헌성과 실효성에 위배
법률안의 입안 원칙 중에는 합법성의 원칙과 실효성의 원칙이 있다. 합헌성의 원칙은 헌법 제 37조 제 2항에 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 입법권의 한계를 의미하는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며,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입의 균형성을 내용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실효성의 원칙은 입법의 결과인 법률이 규범수범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입법정보가 규범수범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이 두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 그 중 ‘합헌성의 원칙’ 중 ‘과잉입법금지원칙’ 세부 내용에서는 ‘목적의 정당성’과 위배된다. 목적의 정당성이란 법안의 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과도한 외국교육기관 국내유치에 목적을 두고 있어 실제로 국민의 교육 평등권에 해당하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는 헌법 31조 1항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 송도 유치 외국교육기관의 등록금이 2000여 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것은 외국 교육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의 교육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다수의 국민이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국민적,사회적 손실 발생)에서 법안이 국민적,사회적 손실을 비교,형량하여 균형 있게 성립되어야 한다는 ‘법익의 균형성’과도 위배된다.
또한 이 법안은 ‘입법의 결과인 법률이 규범수범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실효성 원칙 첫 번째를 어기고 있다. 물론 이 법안의 규범수법자는 전 국민이고, 작게는 교사, 학부모, 교직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에 대해 이 규범수법자인 교사, 학부모, 교직원 등 핵심 주체들은 이미 강하게 비판을 제기해 왔다. 이 법안의 내용과 효과를 판단해 보았을 때 사실상 WTO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일환이며 WTO 교육개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내국민입학, 과실송금 허용, 학력 인정 등을 포괄하여 허용하는 사실상 ‘WTO 교육개방 전면화’ 조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면적 교육개방 조치에 교육 주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이상 이 법안은 법안으로서의 기본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게다가 이 법안은 ‘입법정보가 규범수범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한다’라는 실효성 원칙의 두 번째 조건 또한 위배하고 있다. 법안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거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모법인 경제자유구역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특별법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의 생활상의 편의를 위하여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한다는 것을 그 목적으로 분명히 명시하였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추구 조항 일색이라는 점에서 모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며 오히려 외국 교육자본이 장사하기에 유리한 조건만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교육개방 반대 기자회견
정부의 변명과 모순
정부 조치로 인한 시장화 촉진은 개방협상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WTO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정부가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국내 조치일 뿐이므로 WTO체제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GATS 조항은 그렇지가 않다.
지난 2003년 3월 7일 서비스이사회 특별회의에서 GATS 제 19.3조에서 마련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대한 크레디트(credit) 부여 방식(modality)이 채택되었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WTO 협상 완료 이전에 행하는 개방화, 시장화 조치를 말한다.
크레디트 부여 방식은 첫째, 교역 상대국에 대해 자유화 양허를 요구할 경우 요구를 받은 해당 교역 상대국은 이를 수용(적극적․공격적 credit). 둘째, 자발적 자유화 조치 시행국에 대해 교역 상대국이 양허 요청을 한 사항에 대해 그 수준을 낮추어 양허하도록 용인(소극적․방어적 credit). 셋째, 타서비스 분야 또는 농업이나 비농산물 등의 타 분야와 맞교환(trade-off)을 포함, 기타 교역상대국과 합의할 수 있는 다른 형태. 이상 세 가지이다.
기본적으로 선진국들은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대해 그 시행국가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자유화 수준을 달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 WTO 교육개방과 상관없이 국내의 자율적 결정이라 주장하지만 GATS 19.3조에서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 규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서비스 협상 분야인 통신 분야에서 97년 통신협상 이후 국내 자발적 자유화 조치 내용을 2003년 3월 31일 1차 양허안에 반영하였다. 기존의 KT의 외국인 지분이 33%로 되어 있던 것을 49%로 확대 한 것을 양허안에 반영한 것.
마찬가지로 교육분야에 있어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유,초,중등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는 다시 국내 교육분야 자발적 자유화 정도를 포함해서 WTO 교육개방 양허안 수정이 이루어지게 될 것은 명백한 사실. 다시 말해 유,초,중등교육까지 실질적 WTO 교육개방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교육분야 자발적 자유화 조치인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은 GATS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인한 교육분야와 다른 산업분야와의 맞교환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드러난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시행할 시 일정정도의 'credit'이 부여된다고 위에서 짚은 바 있다. 이 credit 부여 형태가 타 서비스 분야 혹은 농업, 비 농산물과의 맞교환 형태를 포함한다고 볼 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국내 농업분야에 큰 타격을 주지만 자동차, 핸드폰 등 중공업분야 무역증가로 인하여 농업 분야 손실을 메꿀 수 있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WTO 교육개방으로 인하여 국내 공교육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는 있지만 다른 분야 산업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정부측의 논리가 실제로 국내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지난 6월 22일 범국민교육연대 주최로 열린 <'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설립및운영에관 한특별법'국회 공청회> 자료집을 바탕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
* 사진 : 1차 공청회 참가자들이 전교조 발제문의 임의 삭제에 항의하고 있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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