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은 온갖 특혜를 부여받는다. 학생선발과 등록금 책정, 교육과정 편성 등에서부터 교육기관의 운영을 이익획득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여러 특혜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국내 교육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동등하게 학력을 인정받도록 되어 있다.
고등학교의 55%가 사립학교이고, 대학의 84%가 사립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의 교육기관이 영리법인으로 학교를 세우게 될 경우 우리나라 사학재단 역시 형평성과 교육시장화 정책으로 영리법인 설립이 허용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울러 돈벌이가 되는 학문만 발달할 것이고 기초 학문은 오히려 붕괴되어 갈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고교 평준화 해체, 한국 공교육 골간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개방계획서의 구속력은 국제적 법적 구속력을 말하며, 정부가 부당하게 교육시장에 개입하거나 외국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곧바로 WTO의 규제를 받게 된다. 하기에 교육개방은 교육공공성을 심각하게 파괴할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통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적 권한과 장치가 해제됨에 따라 교육의 사회적 책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교육의 질 저하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교육기관은 단연코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다. 국내 진출 외국교육기관에서 한국 교육에 애정을 가지고 교육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집중할 리 없다. 만일 국내로 진출하는 외국교육기관이 학문적 교류에 의의를 가졌다면 애초부터 영리행위인정, 과실송금허용, 수도권 진출 등을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학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의 목표와 기능 자체가 돈벌이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명문대학들이 장사하러 외국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과 달리 분교가 세워진다고 해서 같은 수준의 교육의 질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교육의 질은 우수한 교수진에 많이 달려있는데 우수한 교수진을 외국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나라의 교육개방 사례를 보면, 우수한 교육기관이 진출하는 경우보다는 외국자본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들어와 오히려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콩의 경우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사학의 고의 파산과 부실한 교육의 질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자본 학교는 기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돈벌이가 안 된다고 판단하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교육열’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는 질 낮은 대학이 마구잡이로 설립되고 심지어 고의 파산하는 일마저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정책이 경제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노동, 환경, 교육, 의료, 문화 등 전 영역에 큰 영향과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지정 및 처분을 결정하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재경부의 유관부처 행정기관,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촉하는 자로 구성되어 있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의 승인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게 되어 있다. WTO 교육개방 1차 양허안 제출 시기에도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에 대한 여타의 권한이 없었다. 모든 권한은 재경부와 외통부에 있었으며 주무부처의 결정은 한낱 참고사항 정도로만 국한되었다.
입시위주 교육이 강화된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이 부여받게 될 자율적 권한(학생선발, 교원임용, 교육과정 운영 등)은 외국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공교육체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 입시가 전체 초․중등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구조 속에서 대학 입학과 직결되는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는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에서는 대입에 유리한 특정 교과를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 있기에 이러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는 당연히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외국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유학 등으로 인한 외화유출은 더욱 확대된다
외국대학이나 외국학위 선호의 국내 분위기 속에서 외국교육기관이 진출할 때 입학을 위한 과열경쟁이 유발될 것이며, 특히 외국대학들은 국내 교육과정을 해외 유학을 위한 어학준비단계로 삼아 오히려 외국유학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외국자본의 경우, 보다 많은 이익을 산출하기 위하여 실제 학위를 자국내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분교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국내에서는 어학과 교양과정만 운영하고 전공과정은 외국으로 보내, 외국대학분교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유학을 오히려 제도적으로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귀족학교의 출현으로 서열체제 강화
사립학교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외국의 기업형 학교가 진출하고, 돈벌이 사학이 난립하게 되면, 공교육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교육을 지탱하던 국가의 지원이나 법적 장치가 무너지고, 시장으로 통째로 내몰리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자체가 상품이 되어 가진 자를 위한 교육과 없는 자에 대한 교육이 나뉘어지는 교육의 양극화현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높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계층만이 외국 대학, 외국인 학교를 다님으로써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은 ‘외국학교- 자립형 사립고 - 특목고 - 일반고’ 의 수직적인 서열체제가 완성된다. 대학 역시 지금의 ‘서울대 - 서울사립대 - 지방국립대 - 지방사립대’의 상위에 외국대학이 자리 잡고 말 것이다.

교육비는 폭등하고 불평등 심화
초,중,고교의 경우 외국 교육자본이 설립될 경우 서울 강남 8학군을 능가하는 '귀족 교육특구' 형성을 가져올 것이고 학교 서열화의 정점에 위치 지워질 것이다. 입시와 취업에 유리한 외국인학교 입학에 돈 많은 학부모를 둔 아이들이 몰릴 것이고 심각한 경쟁을 유발시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교육개방은 교육의 국가 보조금 삭감 조치와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국가 책임은 더욱 줄어들고 학부모들의 개인 부담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등록금의 자율 운영 등과 연결되어 등록금은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대학 등록금의 경우 13% 인상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전면 교육개방은 더욱 교육의 빈익빈부익부 현상, 불평등 현상을 제도화하게 될 것이다.
교육노동자의 신분이 위험해진다
교육기관의 운영도 ‘기업경영원리’를 수용하여,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식의 운영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 결과는 교육기관의 사유화가 계속되고 교육노동자의 일상은 더욱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교육노동자는 필연적으로 ‘평가’에 시달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노동이 늘어남으로써 노동이 불안정해지고, 교육노동자사이의 경쟁은 심해지게 된다.
외국학교에서 시작되는 교원자격의 유연화는 일반학교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 지금도 법정교원을 확보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교원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에서 비정규교사노동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교원임용에 있어 외국교육기관과 국내교육기관의 역차별 시비는 교육노동의 유연화와 필연적인 교육노동조건의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 교육정책이 나아갈 방향
국민 대다수는 한국 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한국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방화, 시장화 정책이 해소해 줄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 그래서 국민들이 받는 고통은 더 깊어질 뿐이다.
정부는 시장주의 교육정책을 이미 8년간이나 실시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이쯤 되었으면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하고 정책 방향을 수정할 만도 하건만 지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기업도시’ 운운하는 사용자 측의 주장에만 화답하고 있다.
지금 경제위기를 빌미로 교육마저 상품으로 간주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없다. 교육주권을 올곧게 지키고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보장할 자세가 부족한 정부에 대해 17대 국회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 대표로 선택받은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옹호하고 추진하는 것에 힘을 보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한국 교육에서 시급한 것은 외국교육기관을 수입하여 영리추구를 맘껏 하도록 배려해주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말대로 ‘공교육 내실화’에 힘을 기울여야 하고 고통에 비해 성과는 미미할 뿐인 경쟁 지상주의를 폐기하는 일이다. 그리고 일방통행식으로 혹은 비밀스럽게 추진된 정책 생산과 집행의 관행 대신 진정한 국민 참여의 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17대 국회에 부여된 임무이다.
** 이 글은 지난 6월 22일 범국민교육연대 주최로 열린 <'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설립및운영에관 한특별법'국회 공청회> 자료집을 바탕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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