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여실한 증거지만, 국제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무색하게 최근 며칠간 연일 최저기온이 갱신되고 있다.
유가안정이니 하는 소리야 신소리로 치부한다손 치더라도 여의도 길 바닥에서 천막 치고 침낭 하나 뒤짚어 쓰고 밤을 견디는 여러 농성단, 서울역 지하차도에 박스 하나 깔고 소주 반병으로 몸 덥히는 노숙인들은 그간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가 참으로 감사했더랜다.
‘쌀협상 무효 전면 재협상’ 을 내걸고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독립문에서, 곡물 메이저 카길의 사무실에서, 한강 다리에서, 서울 거리거리에서 싸우던 지난 20일부터 날씨가 매서워 지고 칼 같은 바람은, 여민 옷깃 사이로 드러난 여린 귀와 볼을 애인다.
최저기온 갱신한 어제
그들만의 리그인 국회도 모자라 그 안에서 다시 밀실에 모여 4자회담이란 것을 열어 파병연장동의안과 안 그래도 누더기인 4대개혁안을 맞바꿨다는 소식이 전해진 어제, 기온은 더 떨어지고 바람은 더 매서웠다.
천 명의 단식농성단도 모자라, 인권단체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보태며 1일단식을 하며 이른 아침부터 여의도 거리로 나섰고, 국회에서 또 왕따 신세가 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국회 본청 앞 규탄 대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간, 견결한 싸움꾼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이동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의무도입 촉구를 요구하는 55만4천11명의 서명을 국회 건교위에 전달했다. 저들이 신경이나 쓰는지 모르겠지만 그 기자회견 또한 쉽지 않았다. 서명용지를 옮기던 장애인과 관계자들을 국회 경비대가 막아섰고 결국 대표 3명만 국회 기자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한 낮이 되어도 바람은 더 매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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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에, 정직에, 감봉에 내몰린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노동3권 쟁취’라는 선전물을 손에 들고, 목에 두르고 오랜만에 다시 모여 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전해진 소식은 같은 시간, 환노위에서 거대양당이 공무원특별법 연내 처리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는 뉴스.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들도 공무원이다. 공무원조합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고용직노조 조합원들은 어깨 맞대고 같이 자리를 지켰다. 공무원 조합원들의 결의대회가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된 경찰청고용직조합원들의 결의대회, 삭발식에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한 것도 마찬가지.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진 머리채, 눈물
99%가 여성인 경찰고용직조합원들의 기가 막힌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의 눈시울과 볼은 찬바람 때문이 아니라 분노로 벌개졌다. 그리고 다섯 명이 무대에 올라가 긴 머리를 파랗게 밀었고 잘려 나간 머리채와 눈물이 바닥에 같이 떨어졌다.
대낮인데 왜 그리 날씨가 더 맵던지. 싸움 벌어지는 곳 찾아다니는 게 일인지라, 이력이 나버려 왠만한 투쟁에는 눈도 껌쩍 안 하는 민중언론 기자들도 이 삭발식 때는 저마다 먹먹해진 가슴으로 먼 산을 바라보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는 사진기자들의 눈빛도 흔들렸고.
삭발을 마치고 파란 머리와 발개진 볼로 발언에 나선 전북에서 올라온 조합원은 소년 같은 웃음을 지으며 힘지게 투쟁을 외치더라. 전날 만났을 때 그 조합원의 머리는 꼭 삼단 같았었다.
200여일 째, 일자리를 돌려달라고, 부채비율 56%인 회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냐고 싸우는 금강화섬 노동자들의 집회가 마지막으로 이어졌다.
같이 칼바람 맞는 것이 '연대'
없는 사람 사정은 없는 사람이 안다고 싸우는 사람 사정을 아는 것도 싸우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말하길 비가 내리면 그 비를 같이 맞는 것이 바로 ‘연대’ 라더니, 이 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세 개의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고스란히 남아서 어깨를 맞대고 칼바람을 맞았다.
칼바람 같이 맞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좋았을까? 철밥통이라 욕을 먹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나팔들을 불지만, 싸움은 신문 한 줄 안 나지만, 그래도 우리만 싸우는 것이 아니구나 하며 칼 바람 같이 맞은 사람들은 좋은 날 올 때까지 정말 질기게 싸우자는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다.
마포대교 강바람 맞은 사람들은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
오전엔 국회에 모였던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은 오후엔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다리를 건넜다. 휠체어를 타고, ‘근조 장애인권’ 이라 쓰인 상여를 끌고 바람 소리가 귓전을 윙윙 거리는 마포대교를 건넜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행진을 경찰들이 막아선 것은 당연지사. 실랑이 끝에 다리를 건너 여의도로 다시 돌아온 이들은, 직전 3개 노조 조합원들이 차지하고 있던 빈 자리를 메꾸고 정리집회를 열었다. 오늘, 국회 건교위에서 저상버스 도입의무안이 결판난다. 물론 이 또한 전망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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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바람 아래는 국보철, 농민들 비닐천막
그리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는 사람들은 마로니에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광화문까지 묵언 행진을 한 끝에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를 하며 밤을 맞았다. 단식으로 텅 빈 속이라 어제 밤 날씨는 더 매웠을게다.
촛불시위가 벌어진 곳에서 지척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는 농민들이 모였다. 제 삶인 쌀을 뺐기는 판에 그깟 서울 교통 하루 방해한 것이 무에 그리 큰 죄라고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이라는 유인물을 배포하던 전농 회원들은 다시 단식에 들어갔다. 이미 전여농 소속 여성 농민들은 6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오늘은 더 춥단다
올해 최저기온이 갱신된 22일, 거리의 사람들은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경총이 개최한 ‘2005년 노사관계 정망 세미나’에서 경총 이동응 상무는 "재계와 일부 언론이 '고임금·정규직 노동자들의 배부른 파업'을 강조함에 따라 노동계의 투쟁이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예상 외로 빨리 종결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워진단다. 날씨가 추워져 슬로프에 인공눈 안 만들어도 되는 스키장들은 신이 났단다. 양당 대표 4자는 다시 야합하러 모였단다. 겨울이라 낮이 짧을 텐데 하루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진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