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은 내버려두고, 젊은이들은 사지로"

파병반대국민행동, 파병연장반대 결의대회 열어

23일 4시 국회 앞에서는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국민행동) 주최로 '파병연장 반대, 자이툰 부대 철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인대표회담’을 통해 국보법 및 4대 개혁법안 '합의처리'와 30일 본회의를 열어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합의'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열린우리당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첫 발언을 한 이정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개혁을 완성하라고 집권당을 만들어주었더니, 하루아침에 국민들을 배신했다"며 "열린우리당은 악법은 내버려두고,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기 위해 모든 것을 양보했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광일 다함께 활동가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을 ‘저승死者(사자)회담’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사기 '쇼'에 더 이상 동요되지 말자"고 강조했다. 또 김광일 활동가는 "내년 3월 20일 이라크전쟁 발발 2주년에 맞춰 국제적인 반전공동행동으로 시작해 반전 운동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자"고 말했다.

이슬기 서울대 공대 학생회장은 "올해 안에 연장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자이툰 부대가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그들의 존재이유인 한미동맹을 위해 야합을 했다"며 "김선일 씨가 사망했을 때 잘 보여주었듯이 이 나라 정부는 국민의 생명보다 한미동맹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파병연장동의안 30일 처리를 합의해 준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권상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몇일 전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5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사망한 미군 숫자가 200명이 조금 넘는데, 이틀 동안 사망한 숫자가 50명"이라며 "이것은 현재 이라크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투가 더 치열해지고 있는 이라크 상황을 설명했다. 또 권 활동가는 "정부는 종전 후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며 정부의 기만적인 평화재건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권상훈 활동가는 열린우리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에 대해서도 "올 초 추가파병 논쟁이 있었을 때 우리당 개혁성향 의원들은 연말 연장동의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문제제기 하겠다고 했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반개혁성을 지적했다.

"운동진영은 웃지도, 울지도 못 할 상황에 처해있어"

한편, 강추위 속에 열린 이날 집회는 ‘썰렁’했다. 당초 집회 예정 시각인 4시에 집회 장소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는 1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움츠린 채 집회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날씨 탓도 있었지만, 국보법 폐지를 위해 1000여 명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주최 측인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어디론가 연신 전화를 한 후에야 국보법 농성장 및 주변에 있던 농성단원들이 결합해 간신히 80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국민행동 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투쟁 동력이 국보법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병연장동의안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파병연장동의안이 가지는 무게감에 비해 운동진영의 관심은 낮기만 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광일 다함께 활동가도 “파병연장동의안이야말로 연내에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사활적인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진영 내부에 혼선이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초 제시한 ‘국보법폐지 카드’에 말려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반전단체의 한 회원은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을 양보해서라도 연내에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고, 반대로 운동진영은 파병연장동의안을 양보해서라도 국보법을 연내에 폐지하겠다며 사활을 걸고 있다”며 “현재 운동진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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