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완성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핵심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총선승리로 안정적 집권기반을 구축했던 노무현 정권의 집권 2년차가 저물어가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사회경제, 노동분야에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 실천은 충분히 드러났고 또 확인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공세로 표현되는 전지구적 흐름과 함께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공격 하에 놓였던 서구와 중남미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고용유연화를 핵심으로, 파업억제와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과 파괴를 겨냥한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정권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라는 이름으로 80년대 서구의 낡은 코포라티즘 담론을 되살리려하였다.
2003년 9월 4일 발표된 노사관계 로드맵에 담긴 내용이 바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요체이다. 로드맵은 노동계의 원성이 높았던 직권중재제도와 손배가압류 남용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것 이외에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명분아래 국내외 자본의 정리해고 완화와 고용유연화 확대요구를 전폭 수용하고 직장폐쇄 및 대체근로 완화 등 파업과 관련한 사용주의 대항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친자본, 친시장적 노사관계 구축의 이정표였던 셈이다.
비정규직의 무제한 확대를 통한 고용유연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던 노무현 정권이 파견근로의 무제한적 확대와 기간연장, 기간제 및 임시직 노동의 계약기간 연장과 사용주의 정규직화 의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관련법안의 처리 시도는 고용유연화의 완결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 차별완화라고 강변하였으나 사실상 비정규직의 무제한 확대 기도였던 것이다. 노동계의 반발과 당정간 이견에 밀려 법안처리를 잠시 미루어두고 있으나 노동조합의 본격적인 임단협 교섭시기가 닥치기 이전에 임시국회를 통해 강행할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파업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파업노동자 구속과 수배, 해고 등 예전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동탄압이 횡행하였다. 최근 노동3권보장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투쟁에 대해 무자비한 연행과 파면으로 응수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은 과거 정권들에서 행해졌던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데서 차별성이 돋보였다. 파업시 직장폐쇄와 대체근로 요건 완화 등 사용주의 대항권 보장 등 사용주의 노동조합 공격을 제도화하려는 점이 첫 번째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귀족”노동자를 들먹이면서 고임금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인 공격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 두 번째 이다. 엘지칼텍스정유, 지하철 파업사례에서도 보여지듯 특히 고임금 이데올로기는 실로 위력을 발휘하였는데 2004년 한 해는 “귀족”소리에 노동자들의 파업이 파괴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노무현 정권은 출범 때부터 노사관계 개혁에 큰 비중을 두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내세웠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 사회적 합의체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야심찬 계획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구 사민당 정권들의 예에서 보여지듯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국가주도의 코포라티즘은 시장과 자본의 공격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추구하는 국가주도의 코포라티즘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집권초기 민주노총 사무실 방문 등 전례없는 제스추어로 주목을 받기까지 했던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관련 법개악을 강행하고, 파업사업장 공권력 투입, 파업노동자 구속과 수배 등 노조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점은 코포라티즘의 불가능성을 역설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대응과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노무현 정권이 집권초반 노사관계 로드맵을 내놓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야심차게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소위 ‘노무현식 개혁’에 대한 노동자 민중진영 일부에서 보여준 일말의 기대와 영합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 사학개혁, 과거사진상 그리고 최근 국보법폐지에 이르기까지 과거 수구보수정권이 해결하려하지 않는 민주주의 개혁과제의 해결을 기치로 노무현 정권은 반수구보수세력을 성공적으로 결집시켜왔다. 노동문제에 있어서 노동진영의 기대는 노무현 정권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추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회적 합의기구 참가 추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자유주의하 코포라티즘의 불가능성이 명백해졌고 노무현 정권 스스로도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를 취해온 점을 고려하면 노무현 노동정책은 시장과 자본의 공격에 노동자들을 백기투항시키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해 노동조합과 대화할 자세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노무현 정권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코포라티즘에 대한 기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뜻한다. 사회적 합의기구 참가를 반대하는 일부 운동진영의 움직임도 이러한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의미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노무현 정권이 말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사회적 합의기구 참가논쟁’은 지나치게 과잉되었다. 전술적이건 전략적이건 불가능한 것을 놓고서 참가해야한다, 또는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논쟁하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노무현 정권에게 남은 것은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와 노동자에 대한 공세뿐이다.
지금 당장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의 처리가 코앞에 닥쳐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업도시, 경제특구, 기업연금도입, 자유무역협정 등 시장논리에 노동자들의 권리와 그간의 투쟁의 성과들이 하나둘씩 유실될 위기에 놓여있다. 현재 노무현 정권은 2년을 허비했고 시간이 촉박한 그들로서는 이제 밀어붙이기 밖에 남아있지 않다. 민주노조운동은 노무현 정권의 밀어붙이기 공세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력을 다하여 맞설 것인가의 과제를 안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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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원 님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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