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문제는 법리 아닌 역사적 결단"

[연말기획]'올해의 대통령 어록'으로 돌아본 2004년(3)
파병연장동의안과 보안법폐지 맞바꾼 결단

전향적 발언으로 국보법 폐지에 힘 실었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5일 한 티비 시사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는 것이 좋겠다"며 "위헌이든 아니든 악법은 악법일 수 있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너무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없애야 대한민국이 문명의 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기는) 그런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라는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내세우며 탄핵 특수를 타고 국회 과반 의석을 획득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발언을 방향타 삼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온 열린우리당 내 이른바 ‘안개모’ 소속 의원들도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는 몸을 엎드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따랐다.

한나라당이 뽑아든 카드 앞에 맥 못춘 열린우리당

그러나 한나라당이 명운을 걸고 국가보안법 지키기에 나서며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연계시키고 나오면서 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정기 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한나라당은 파병연장동의안 처리와 국가보안법 처리를 연계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해다.

그에 앞선 6일에는 몸싸움 끝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법사위에 상정하며 기세를 높이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파병연장동의안 연계 전술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기 시작했다. 결국 몸이 달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이른바 4자 회담을 제안했고 한나라당은 그 카드를 집어 들었다.

지난 21일 거대양당 수뇌부는 합의서를 내놓았다. 30일 본회의에서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한 대신 국가보안법 문제 또한 4자 회담을 통해 처리하기로 결정했고 27일 자정 4자 회담은 결국 결렬됐다. 그리고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 불리는 김원기 국회의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지둘려’로 일관하고 있다.

“국보법 되든 안되든 대세에 지장 없다”고 말 바꾼 대통령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할 낡은 유물이라던 대통령의 말도 함께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과 청와대 송년만찬을 함께하며 "국보법등 4대 입법이 되든 안되는 대세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 여유있게 하라"며 "국보법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군림해온 법인데 그런 법이 하루 아침에 한꺼번에 바뀔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민주주의는 타협의 정치로 여야의 4인회담은 아주 잘하는 일"이라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야합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월의 전향적인 발언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과의 송년대담에서는 “당에서 하는 대로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을 더 뺐다.

파병연장과 국보법 폐지 연계, 역사적 결단


미디어참세상은 지난 9월 8일 대통령의 측근인 조성래 열린우리당 인권위원장이 민가협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 안 해도 실효될 법이다. 내버려둬도 되니까 일부러 손댈 필요가 없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국민들도 포용하고 나가겠다”며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폐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와서 나라 사정을 보니 강경하게 나가서는 안 되겠더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사실을 단독보도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이것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연일 최저 기온을 갱신하고 있는 세밑, 여의도 국회 앞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단식 농성단 숫자는 벌써 천명을 넘겼다. 부도덕한 전쟁터에 군대를 계속 주둔하는 것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연계, 정말 역사적 결단이다.


"지방화는 새로운 국가성장전략"

기업도시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안이라는 두 가지 혁신전략

노대통령은 1월 29일 열린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에서 "지역혁신 성공의 활기찬 기운이 온 나라에 퍼져서 확대 재생산될 때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의 혁신역량 강화와 지방주도의 발전전략을 강조하면서 분권의 전도사’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재계, 여당, 정부 관계자가 기업도시에 대해 뜻을 모으고 있다.
사진출처 : 전경련 홈페이지

기업 퍼주기의 결정판, 기업도시특별법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갔고 위헌 판결 이후에도 여러 후속 대책을 내놓을 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권은 지방화에 중점을 둔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 정점은 기업도시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의 통과다. 기업도시특별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하고 조세와 부담금 감면해주고 세제와 자금 지원을 병행하는 조항까지 들어있다.

그리고 국회 재경위는 지난 23일 기업도시 입주 기업에 대해선 3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 시키고 향후 2년간 50% 감면, 기업도시 개발사업시행자에 대해서 3년간 법인세의 50% 이후 2년간은 법인세의 25%를 감면시키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기업도시에 투자되는 비용은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고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경우에는 카지노업까지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충청남도 삼성시, 경상북도 엘지시의 설립이 멀지 않았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재계 제안 6개월 만에 국회 통과한 것은 이례적”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의 발언은 주목 할만하다. 28일 ‘기업도시유치전략설명회’에서 삼성그룹 출신 전경련 현명관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6월 재계에서 직접 기업도시 건설을 제안한 이래 6개월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이렇게 빨리 통과한 것은 극히 이례적“ 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술 더 떠 화답했다. 이강래 의원은 "교육과 의료부문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영리법인의 병원 및 교육기관 설립 허용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환경과 노동 문제는 애시당초 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근기법 예외지역, 경제자유구역 문제는 더 심각해

유비쿼터스 도시는 도대체 무슨 말?
사진출처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홈페이지

정부 각 부처가 힘을 합쳐 추진해 결국 지난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안은 더 심각하다.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유급휴일·월차유급휴가 및 유급생리휴가에 대한 예외가 인정된다. 또한 파견법상의 파견대상업종 및 파견기간의 예외도 인정한다. 경제자유구역내에서는 비정규개악안이 이미 실행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 영리법인에 의한 병원 개설, 의사면허 등 의료자격에 대한 예외와 외국자본에 의한 약국개설 등을 경제자유구역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자는 경제자유구역법안 개정안까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림대 사회의학과 교수인 최용준 민의련 대표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은 의료사유화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고 의료공공성 강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정책이라 평가했다.

예외 없이 예외 적용하는 상황 도래

현재 지방분권, 지역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하에 이런 특구, 저런 특별법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자본을 위한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이 예외로 남을 것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열린 기업도시유치전략설명회에서 무려 39개 지방자치단체가 기업도시 유치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234개 시, 군, 구의 15%를 상회하는 숫자다.

결국 ‘자본을 자유케 하라’,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방혁신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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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 경제자유구역법 , 기업도시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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