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노조, 집행부 총사퇴

광주공장 간부 생산계약직 채용과정에 개입
금품수수혐의로 검찰내사 받자 총사퇴로 사죄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20일 긴급성명을 내고,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와 관련해 사죄의 의미로 집행부 총사퇴를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기아차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제기되기 시작하던 의혹이 검찰의 내사에 의해 차츰 실체를 드러내게 되자, 수사결과에 관계없이 200여 노조간부 전원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홍귀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은 <광주공장 입사 관련 검찰 내사에 즈음하여 "머리 숙여 총사퇴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조합원의 마음에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사실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할 말이 없으며 무릎 꿇어 사죄하는 심정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할 뿐"이라며 사죄의 말을 전하고, "미련을 버리고 깨끗하게 총사퇴하는 길만이 조합원의 분노와 실망에 조금이라도 사죄하고 용서받는 길"이라며 총사퇴 의사를 표했다.

사건의 전말은 두명의 노동자가 광주공장 노조 간부에게 3천만원을 상납후 채용되었다는 폭로가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후, 조합원들의 진상규명 요구와 추가의혹제기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며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비정규직과의 연대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오던 대공장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채용과 관계해 저지른 비리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집행부에 대한 비리의혹제기는 그간 노조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있어왔다. 현대자동차 정갑득 전 위원장을 낙마시킨 사측으로부터의 신문광고비 수수사건 등의 일련의 폭로가 최초로 제기된 곳도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였다. 이러한 일련의 폭로들은 대개 노조간부 개인의 비위에 맞춰져 꾸준히 존재 해 왔지만, 사실로 확인된 비리에 한해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쉽게 무마되어 오던 것이 그간의 실태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규직이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 개입해 금품까지 수수했다는 사실은 그간 정규직 대공장 노동조합에 제기된 귀족이데올로기와 맞물려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었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소식을 듣고 온 많은 정규, 비정규 노동자들의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아자동차 한 조합원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어용이나 민주파나 집행부만 장악하면 다 똑같다며 "비리에 연루 되었던 적이 있는 인사는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자본과 손잡고 추진한 노동유연화는 생산직노동자들의 취업문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좁혀 놓았다. 80년대 인사담당자들이 손수 농촌지역을 돌며 모집을 해야 했을 정도로 구인난을 겪었던 조선업종 대공장들과, 매년 신규채용을 통해 고용을 늘리던 자동자업종 대공장들이 IMF 이후 취업문을 걸어 잠근 후, 보다 안정된 직장을 찾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대공장에 취업하려면 인사담당자에서 돈봉투 하나쯤은 내밀어야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문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포함하여 울산 00공장 정규직은 0천만원 하는 식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이번 사건에서 그러한 소문의 실체가 일부나마 드러난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은 조합원 숫자만 2만7천여명에 달하는 대형 노동조합으로서 이번 금속연맹 지도부 선거에도 많은 후보를 배출한바 있고,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도 많은 간부를 파견하고 있다. 이렇듯 큰 덩치 때문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 운동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떠한 반성과 성찰을 이룰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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