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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대통령의 휘호가 걸려있는 광화문사진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인 광화문 현판을 정조 어필 집자로 교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문화재청의 발표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고 있다.
이북에는 금강산은 물론이고 곳곳에 ‘천출명장 XXX 장군’ 어쩌고 하는 대문짝만한 글씨가 새겨져 있는 마당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 글씨가 광화문에 붙어 있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어이없는 주장들도 있지만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광화문에 붙어있는 독재자의 글씨를 교체한다는 점에 대해서 일부 보수세력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한글현판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나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정조냐는 질문에 대해 유홍준 문화재 청장은 현역 서예가나 과거의 명필의 집자 또는 어필의 집자, 이 세 가지 중에서 정조의 글씨만이 광화문 글자가 가능하고 정조는 세종과 함께 명군이기 때문에 집자를 준비했다는 입장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유홍준, 대통령 면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조와 비슷하다”
그런데 지난 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정조와 비슷하다”고 말한 사실이 현판 교체와 맞물려 뒤늦게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유홍준 청장은 개혁, 수도이전 추진, 학계의견 중시 라는 세가지 이유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정조하고 비슷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지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어찌 정조의 격을 따르겠냐”는 겸양의 답을 내놓았다고 전해진다.
한 때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광해군에 비기는 글들이 큰 인기를 끌고 온라인을 통해 이곳저곳에 퍼진 적이 있다.
당시 유행했던 글들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그 글들은 대개 유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수파 북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왕권을 틀어쥔 광해군과 기득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혁과 상식을 원하는 국민들의 지지로 소수파의 한계를 뚫고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은 닮은 꼴이라는 식으로 시작된다.
한 때, ‘노대통령의 이라크 파병=광해군의 실리 외교’ 주장 유행
그 다음은 광해군이 명청교체기에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명나라의 원병 요청을 받아들여 파병했지만 후금(청)에게 공격하는 시늉만 벌인 결과 후금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는 사실과 이라크 파병을 연결시킬 차례다. 노무현 대통령과 광해군을 닮은 꼴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명나라에 대한 외곬의 충성심으로 당시 조선을 도탄에 빠뜨린 수구 기득권 세력과 등치시켰다.
물론 명청교체기에 줄다리기 외교를 펼쳤던 광해군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서는 “미국이 없으면 수용소 신세를 졌을 것”이라며 과잉충성 발언을 내놓았을 뿐더러 ‘부시냐 반부시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국 국민이 인질로 잡혀있는 순간에도 립서비스 하나 없이 “파병은 변함없다”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한다”고 굽힘없이 대미종속적 구호를 외치며 미영 연합군에 이어 3번째 규모의 군대를 파병했고, 그 모습은 광해군이라기 보다는 ‘재조지은’에 감복하며 친명 정책에 목을 매며 광해군을 핍박하던 사람들과 유사했다는 평가다.
탄핵당시 “대통령님을 탄핵하려는 시도는 광해군을 폐하고 인조반정을 일으켜 조선을 쇠락의 길로 이끌었던 행위와 일치” 한다며 극에 달했던 노무현=광해군 론은 이제는 잠잠해졌지만 유홍준 청장의 발언을 계기로 노무현=정조 론이 득세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조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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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어진 |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왕조의 26명 임금 가운데 몇 안되는 명군으로 꼽히는 정조를 닮았다면 좋은 것이고, 닮으려고 노력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조 닮기 이데올로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1993년 소설가 이인화가 ‘영원한 제국’을 발표하면서부터 정조는 대중적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미스테리 형식으로 그려낸 소설 ‘영원한 제국’은 정조를 뜻을 이루지 못한 개혁적 전제군주로 묘사했고 작가는 정조로 인해 조선은 서구식 절대왕정을 이룰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놓쳤고 쇠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웅으로서의 절대군주’에 대한 작가의 매혹은 그의 다음 연작 소설 ‘인간의 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인간의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구상한 인물 허정훈의 일대기다. 파시즘 찬양, 반동혁명 찬양, 영웅주의 찬양이라는 다양한 혹평을 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박정희를 현대판 절대군주, 절대왕정의 완성자로 묘사하고자 했다. 물론 이 작품은 비평면에서나 대중적 인기면에서나 ‘영원한 제국’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정조는 뜻을 이루지 못한 계몽전제군주라는 이인화식 해석이 힘을 얻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학자 출신 관료가 대통령을 정조에 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조는 물론 광해군 같은 군왕과 대통령을 빗대는 것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제어하는 논리를 제공하게 되고 나아가 인물중심 개혁론과 일반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우려와 맞닿게 된다.
지난 16일 대표적인 친노단체인 국민참여연대 발족식에서 이 단체의 의장인 명계남씨는 “
“노대통령은 평생 자기의 이익만 챙기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노무현실 결단을 닮자고 사자후를 토했다고 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씁쓸한 행보
한편 ‘사회평론 길’을 통해 문화유산 답사기를 연재하고 ‘창작과 비평’을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 이 땅과 민중들에 이해와 애정의 폭을 넓게 만들었다는 찬사를 들었고 지방대 교수로서의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던 유홍준 교수는 서울로 자리를 옮기고 지금은 미국대사로 지명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과 북한을 방문한 후 출판사를 중앙일보 계열인 ‘중앙 M&B'로 옮겨 ’나의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를 출간했다.
이어 지난 2003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물망에 올랐던 유홍준 교수(당시)는 도덕성, 학문적 성과에 대한 각계의 문제제기로 낙마하고 말았고 당시 오마이뉴스의 ‘유홍준씨는 중앙박물관장 자격 있나?’는 도발적 기사도 한 몫을 했다. 오마이뉴스는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 위원으로 임명됐을 때도 ‘유홍준 교수의 '문화재위원' 임명을 지켜보며’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결국 유홍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되지 못했지만 차관급인 문화재청장에 임명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조와 비슷하다”는 낯뜨거운 발언을 대통령 면전에서 내놓았다.
'정조‘발언 비판은 보수언론의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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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청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전한 오마이뉴스 기사 |
국립중앙박물관장 내정설이 돌던 당시에는 날카로운 검증 기사를 실었던 오마이뉴스가 26일 저녁에는 “황당... 대통령에게 '정조 배우라'는 뜻"이라는 기사를 탑으로 실어 유홍준 청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전했다. 그 기사에서 오마이뉴스는 정조 운운하는 유홍준 청장의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유홍준 청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놓은 발언을 토대로 ”유 청장의 발언("노 대통령이 정조와 비슷하다")은 당초의 발언 취지와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축했다.
오마이뉴스는 “지금 학자 출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사림(士林)이 출사했을 때 하던 직언의 미학”이라며 유홍준 청장에게 엄격한 비판을 가한 경향신문의 26일자 사설 “유홍준 청장 ‘정조대왕과 닮으셨다’”는 쏙 빼먹고 유홍준 청장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수세력의 그것으로 국한시켰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휘호가 걸려있는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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