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발언대 “가끔은 쉬엄쉬엄 살아가자”




앞선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된 탓에, 비정규직발언대를 진행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백일자 노동예술단 선언 활동가의 사회에 따라 간단한 몸풀기로 둘째 마당을 이어갔다.

장내에 “파견제를 박살내자”, “비정규직 철폐하자”라는 구호가 외쳐지고, 참가자들은 구호에 맞춰 서로의 머리, 어깨, 옆구리를 주물러 주며 지난한 투쟁의 피로를 잠시나마 덜어냈다.

간단한 몸풀기에 이어 철폐연대 정지현 활동가가 제작한 “나는 이럴 때 비정규직을 느낀다” 라는 영상물 상영이 이어졌다. 공기업 계약직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 건설운송 특수고용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에 시청하는 참가자들 모두가 공감의 한숨과, 분노, 희망을 나누었다.

영상물 상영에 이어 첫 번째 자유발언에는 윤정구 화물연대 인천지부장이 나섰다.
윤정구 지부장은 “화물연대 파업투쟁의 성과가 있기까지는 내면의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며 성과를 얻는 투쟁은 희생을 전제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개별적으로 분산되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직화가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힘이 되는 따뜻한 동지애를 모두에게 요청하였다.

기아 비정규직 현투단에서 활동하는 이명희 활동가는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조차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 조,반장에게 매달 5-6만원씩 임금의 초과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악날한 착취에 맞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다음 발언에 나선 박성우 GM 대우자동차 하청노동자 연대투쟁단 활동가 대표는 “26일 현자비정규직 투쟁 연대투쟁에 참가했다가 눈물을 흘렸다”며 “그간의 안일한 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정신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영숙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고려대 시설지부 지부장은 “노조 설립후 6개월째, 그동안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이 같은 성과를 이어나가, 6월 30일로 예정된 재계약시기에도 160여 전조합원이 모두 고용을 보장받고 나아가 임금, 노동조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권혜영 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 지부 활동가는 “작년 우리은행 3개월 계약직 근무 후에 계약해지가 되었다”며 “3개월짜리 계약 인생을 끝장내기 위해서, 나아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을 완전철폐하기 위해서 정규직, 비정규직 막론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해 공동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김경숙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학교에 비정규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발언을 시작하였다. “학교에는 각 부서별로 수십일에서 수개월짜리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약 10만여 노동자가 존재한다”고 말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당수 존재함을 알렸다. 김경숙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 노동자들이 각 학교, 직종별로 고립되어 근무를 하고 있어 조직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김경숙 사무처장은 “행정실장, 교장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고, 투쟁에 나선 학교에서만 일부 개선이 이루어지는데, 어렵더라도 전국 10만여 노동자들이 지역과 직종으로 구분하지 않고 단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자유발언에 이어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주봉희 언론노조 KBS비정규직 지부 지부장이 비정규직의 삶과 투쟁에 대한 시를 낭송하며 장내를 숙연케 하였다.

두 비정규 투사의 시 낭송에 이어 민중가수 류금신씨는 투쟁을 고취하는 과거의 모습과 달리 처절하도록 서정적인 노래를 불러 참가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자신의 첫노래가 다소 어색했던지 다시 힘찬모습으로 “비정규직철폐 연대가”로 투쟁을 고취하는 모습에 모든 참가자들이 다시 힘찬 팔뚝질로 다가올 비정규개악저지 투쟁에 대한 결의를 드높였다.

비정규 투사들의 시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조성웅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최남선 동지에게

현중사내하청 노조 사무실이 그래도
울산대학 병원 가까이에 있어
제일 먼저 달려갔는데
얼굴과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상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생살에 스며든 화기
그 고통에 절규하며
물을 뿌려 달라
마취제를 놓아 달라는
동지를 부여잡고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형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
우는 동지를 부여잡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제발 죽지 말라고 함께 우는 수밖에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해도
사측 구사대의 폭력에 위축되어
어쩔 수 없이 라인 타러 가는 동료의 야윈 등을 보았다 해도
사측 구사대들에 의해 내 동지의 머리통이 짓밟히고 깨졌을 때
정규직 집행부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해도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동지이다
정말 죽어라고
10 사람을 10 명의 동지로
20 사람을 20 명의 투사로
일어서게 해야 한다
내가 10 사람의 동지로 서고
내가 20 사람의 투사로 서야 한다

우리 가슴에 피 눈물이 맺힌 만큼
새로운 10 사람이 새로운 10 명의 동지로 설 것이다
우리 심장에 분노보다 빛나는 (노동해방) 사상이 맺힐 때
새로운 20 사람이 새로운 20 명의 투사로 설 것이다

대구 푸른 외과 병동
소식 듣고 한 달음에 달려온 동지들
죽음을 통과한 웃음으로
오히려 “미안하다”고 위로하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단결을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연대를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동지가 그토록 좋아했던 시,
물푸레나무 연초록 따뜻함으로 살아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정규직 투사, 노동해방 투사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최남선 동지여


2004년1월22일



출근연습

주봉희 |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지부장

소갈머리 없이 살아가는 놈 이라고 했다.
세상사 하고 많은 일 중에 데모질이냐고
한번 데모질에 일당이 얼마냐는 비아냥 소리도
그저 흘러가는 시냇물소리 쯤으로 지나쳐왔던 세월5년
새까맣게 타버렸을 가슴에는
아직도 응엉거릴 그 무엇이 꿈틀댄다.
오월이 오면
촉촉아 젖어오는 연인의 눈가에 맺힌 한 맺힌 눈망울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그 무엇을 기다려야 한다는 작은 소망을 빌곤 한다
무언의 기도라면 꿈이라고 하고 싶다
아지랑이 이글거리는 여의도 516광장
아스팔트에서 초원의 푸르름이 넘실대는데
너는 아직도 어딜 헤매고 있는가
쥐어뜯으며 살아가면 인생역전될까
하고 많은 직업 중에 데모질이냐고
오늘도 터벅터벅 향하는 길목
어느새 사쿠라꽃 휘휘 감은
여의도라네

- 200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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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비노조

    참가하신 모든 분들 이틀동안 정말 고생 많스셨습니다. 토론 발제하신 동지들..지방에서 토론회를 위해 오신 동지들...촬영하신 동지들, 취재하신 동지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왔습니다...^^ 그런데 기자님 학교비정규직노조 자유발언한 동지는 위원장님이 아니고 사무처장입니다...^^

  •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미디어 참세상 동지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경의를 보냅니다.

    금번 비정규직발언대 “가끔은 쉬엄쉬엄 살아가자” 에서

    자유발언자중 소개를 수정 요청합니다.

    기사문중 "이영수 시설관리노조 고려대 지부 위원장"이라 하였는데

    정식 소개로 "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약칭 : 시설노조) 고려대 시설지부 지부장 이영숙" 이라 해야 할것 입니다.

    가끔 기사문들을 보면 단체명과 직책 , 이름 등을 정확한 확인 없이

    기재되는것을 보며 기자 동지들이 바쁜 와중에 약간의 실수였구나

    생각되기는 하나 정작 본인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면들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참조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 참가자

    수정바랍니다.
    발언자중, 화물연대 인천지부장은 "윤정구"입니다.

    또한, 류금신 동지가 불렀던 노래는 "파견법 철폐가"이며, 기자가 착각했던 노래는 "비정규직철폐 연대가" 입니다.

  • 미디어참세상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한 점 양해드립니다.
    지적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노력하는 미디어참세상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