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자회담 무기한 중단, 핵무기 보유' 공식 천명

한미당국 애써 평가절하 하는 가운데 당분간 동북아 긴장 이어질 듯

북외무성대변인,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북한이 6자회담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공식보유를 천명했다. 지난 10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은 공식발표를 통해 미국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하며 “명분이 마련되고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 될 때까지 6자회담에 불참하겠다며 ‘미국의 대조선고립말살정책에 맞서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이미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은 “2기 부시 정부의 정책수립과정을 인내성을 가지고 예리하게 지켜보았으나” 공존이나 대북정책전환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폭압정치의 전초기지로 규정”하고 “필요하면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 폭언”하며 “적대시하다 못해 전면부정하고 나섰다”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공격했다.

이어 “회담상대를 부정하며 회담에 나오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지난 4년(부시 1기)동안 자신들은 아량을 보였고 “또다시 4년을 지금처럼 지낼 수 없으며 그렇다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4년동안 반복할 필요도 없다”고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며 “이미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했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역시 6자회담의 한 축인 일본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일본에 대해 “미국에 추종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며 “이미 다 해결된 납치문제를 걸고 가짜 유골문제까지 조작하면서 북일 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어떻게 한자리에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냐”고 역시 맹공을 펼쳤다.

3월로 예정된 6자회담, 난항에 부딪혀

한편 북한의 이러한 강경책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 안팎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부시의 취임사나 인준청문회에 나선 라이스 국무장관이 ‘폭정의 전초기지’등으로 북한을 지목했으나 지난 2일 2기 임기의 첫 국정연설에 나선 부시 미국대통령이 이란의 핵개발과 시리아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나름의 유화적 모습’을 보여 6자 회담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결국 북한의 이러한 성명으로 동북아 정세는 당분간 긴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는 3월 6자회담 재개를 거의 확신하며 ‘APEC정상회담에 북 고위층 초청’등을 언급하며 기대를 가지던 한국정부는 북한의 강경책에 대해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발표가 있은 직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겸 NSC 상임의장은 NSC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해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대책회의 후 공식브리핑에 나선 외교부 대변인은 “강력한 유감”과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6자 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에 동의한 바 있는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미 당국, 파문 확산 우려하며 ‘선핵동결 후보상’ 강조

또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가 나기 전인 10일 오전 북핵문제와 한미 현안 협의 명목으로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기내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장관은 “북한은 과거 중요한 회담이나 협상 과정에서 이런 태도(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자주 보인적이 있으므로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긴장상황을 경계했다. 그러나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금하지 않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 성명을 외신들이 주요 소식으로 타전한 가운데 미국은 6자 회담 재개라는 원론적 반응을 나타냈다. 멕컬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런 반응은 이전부터 들어오던 것이고 처음이 아니”라며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평가”했었다며 북핵은 이미 기정사실이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또한 유럽에 체류중인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면 다자간 안전보장을 보장 받을 것이라 말해왔다”며 ‘선핵동결 후보상’이라는 자신들의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한편 6자회담의 의장국이자 미북사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던 중국의 반응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이러한 보도(북 외무성 성명)을 들었다”고 짧게 논평했고 중국측의 공식적 입장은 춘절 연휴가 끝난 이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외무성의 이번 성명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미국 당국자들은 한 목소리로 “너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 없다”거나 “많이 들어보던 이야기”라며 애써 파문을 축소하려 나섰지만 북한의 이번 선언은 중동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동북아 현상유지라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타격을 가함과 동시에 당분간 동북아 긴장격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시 2기 외교 정책 벽두부터 걸림돌 만나

저항으로 점철됐지만 어떻든 간에 이라크 총선을 끝낸데 이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선언을 끌어내었고, 이어 이란을 떼내 분리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라이스 국무장관을 보내 부시 1기 당시 갈등을 보였던 유럽권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는 부시2기 초반의 외교 정책은 지금까지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성명을 통해 핵무장 확대를 선언하며 6자회담 틀을 흔들고 나서 선중동문제 해결-동북아 현상유지라는 부시 2기 행정부의 아젠다는 초반부터 걸림돌을 만났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6자 회담 틀이 아닌 북미 직접 대화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외에도 일괄타결, 선체제보장 후 핵문제해결을 넘어서 핵무장 기정사실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북한의 이런 강경책에는 미국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카드가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 국무장관, 빅터 차 미 NSC아시아 국장, 주한 대사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보좌관등 부시 2기 동북아 담당 외교라인이 무조건 강경대응 목소리 만을 높이는 네오콘과 일정 궤를 달리하는 ‘현실적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인물들이라는 점과 부시2기 행정부의 선결과제는 여전히 중동문제 해결과 유럽국가들과 관계 개선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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