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단계 연기된다

17일 고위당정협의 최종 확정 예정, 심상정 "재논의 필요하다"

지난해 10/12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반대하는 보험모집인노동자들의 결의대회 모습. 출처 : 사무금융연맹

방카슈랑스 2단계의 적용 시기가 1∼3년 정도 연기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연기안'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17일 고위당정협의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심상정 민주노동당의원은 "연기가 아니라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방카슈랑스 강행했으나 1년만에 좌초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던 2003년 8월, '보험업종의 짧은 역사', '유럽과 다른 조건', '준비 부족', '방카슈랑스 도입 무리'등의 반대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3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을 강행했다. 보험 소비자에게 One-Stop 서비스 등 보험가입의 편의성과 보험료 인하의 혜택을 줄 수 있고,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 확보를, 은행에게는 새로운 수입원 창출의 기회를 준다는 이유였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는 1단계는 저축성 보험으로 한정하고, 2단계는 2005년 4월부터 자동차 및 보장성 보험을, 3단계는 2007년 4월부터 모든 상품이 가능한 '완전 허용' 한다는 단계적인 시행방안 밝혔다.

그러나 도입 이후 보험 업종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는 '2단계 시행 연기' 및 '반대'의 주장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정안을 통해서라도 2005년 4월에 시행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입장이 변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방카슈랑스 운영실태'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은행직원들에 대한 보험판매 할당량 부과, 예·적금의 보험상품 강제 전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보서서에 다르면 "1월말 현재 6개 은행의 보험계약 22만1,038건 중 은행 직원 및 가족명의로 된 계약은 3만7,323건으로 계약 당시 직원 및 가족들이 납입한 보험료도 238억2,200만 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방카슈랑스는 초기 도입 목적과 달리 은행의 수입구조를 채우기 위한 창구로 전락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이 수익성만을 고려해 대출 조건으로 보험 가입을 강요하거나 정확한 설명 없이 판매를 해 불완전 판매 사례도 속출해 왔다.

특히 1단계 저축성 보다는 2단계 대상이었던 자동차 및 보장성 보험은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 업계 양측의 핵심적인 사업 영역이다. 수익의 40%를 점한다는 자동차와 보장성 보험에 대한 확대 계획에 보험업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또한 손보협회는 자동차 보험 매출 8조원 중 보험모집인 비중이 98%에 이는데, 2차 방카슈랑스 도입된다면 이 중 28% 정도가 은행 채널로 이동해 약 3만 명 가량의 모집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보협회도 마찬가지로 2단계 도입시 현재 20만 명에 달하는 모집인 수가 2006년에는 7만 명(38%), 2008년까지는 10만 명(52%)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7년 후 보험 모집인 노동자들의 시장점유율이 46% 감소했고 그 수는 4년만에 1만4000명에서 4500명으로 무려 70% 가량 줄어들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 지난해 보험모집인 노동자들의 "방카슈랑스 2단계 반대"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전개됐었다.

외국계 보험사의 '어부지리' 효과

2003년 8월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지난 해 6월 까지 총 2조 7,200억 원의 보험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고 건수로만도 39만 5,882건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외국계인 AIG생명과 ING생명이 각각 407억 원과 279억 원을 판매해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메트라이프생명과 PCA생명도 63억 원과 24억 원을 거둬들였다.

국내 영업 기반이 없는 외국계 보험회사들이 최고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방카슈랑스라는 딜리버리 채널(Delivery Channel)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금융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허용한 겸업은행제도(Universal Banking)의 최대 수혜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만도 한 상황이다. 또한 은행은 예대마진의 차익을 챙기고, 방카슈랑스를 통한 거래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가중 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4일 성명을 통해 "시행 시기를 몇 년 늦춰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방카슈랑스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고, 누가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를 정확히 따져보면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7일 오전 고위당정협의를 갖고 방카슈랑스의 '연기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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