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날개 꺾일려나?

정부·국회, 은행법 개정, 투기자본 세금 부과 등 추진

한국금융연구원 주간 브리프의 '금주의 논단' 자료

외국자본 견제, 감시 방안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주 논단에는 '국부와 금융주권 보호를 위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글이 실렸고, 국회에서는 '은행에서의 외국인 이사수 제한'등의 은행법 개정안과 '국가기간산업 인수 제한 방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재경부는 '투기자본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외국 정부와의 이중과세 방지협약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보다는 배당에 관심이 더 많은 외국자본

은행산업의 외국인 지분이 2004년 4월말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51.2%(26.1조원)에 달하고, 외국계 은행의 총자산은 1997년 말 34조원에서 2004년 10월 말 270조원으로 무려 8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 778조원에서 970조원으로 약 1.2배 증가에 불과했다. 이러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은행의 급속한 성장과 경쟁에 대한 부담은, 국내 은행들의 위기의식으로,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한 은행 내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과 외국계은행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그 격차가 2002년 17%p, 2003년 26%p, 2004년 30%p로 확대되어 왔다. 외국인 지분이 늘어도 시장점유율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증대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외국자본이 은행경영보다는 배당이나 시세차익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간 외국계 은행에 대해 '국내 은행의 수익기반 위축된다'라거나, 국부유출이라는 주장 또는 우량 소매업 중심의 외국은행 운영 방식에 따라 중소기업금융 및 서민금융의 위축 시킨다는 지적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등의 외국계 자본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금융 안정성 유지는 정부 책임

지난 14일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에 대한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업 진출 외국자본 심사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당금과, 단기차익만을 노리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 방법으로 "외국계 금융기관 대주주에 대해서도 적격성 심사 등을 강화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담당하는 은행산업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전성 차원과는 별도의 규제감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은 "국내외 자본 및 규제 감독의 책임 있는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 토종은행 보호론에 대해서는 "은행간 경쟁력과의 관계이지, 자본의 국적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이 가진 사회적 공공 기능을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3명은 지난 27일 "국내 은행 이사의 절반 이상을 내국인으로 선임하도록"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외국계 펀드가 국내은행을 쉽게 인수할 수 없도록 인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은행법에 제22조 이사회 구성에 `금융기관은 이사의 2분의 1 이상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그리고 제18조 임원의 자격요건에 `임원으로 선임되는 날 현재 1년 이상 대한민국에 거주하지 않은 자`라는 항목을 넣어 국내 거주자가 아니면 금융기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또 `임원으로 선임된 후 계속 대한민국에 거주하지 않는 자`는 임원직을 박탈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일, 외환,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외국인 이사 일부를 규정에 맞게 내국으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제일은행은 이사 16명중 13명이, 외환은행은 9명중 6명이 외국인이다.

추가적으로 '금융업에 종사하지 않는 외국 자본이 지분 10%를 초과해 국내 은행 주식을 취득하려 할 때 감독당국이 '부실금융회사 정리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곤 불허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 개정안은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처럼, 외국자본이 주식보유한도를 초과해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보유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외국계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지 않은 한 국내은행 인수가 어려워진다.

이 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재경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를 얻으면 통과된다. 물론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된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규정은 은행이 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결제, 자금 이체, 공공요금 수납, 금융 위기 시 조절 역할 등의 기능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다.

기간 산업 보호, 투기자본 과세 하겠다.

은행법 개정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도 제출되었다.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들 여야 의원 16명은 국가 기간 산업을 영위하는 방위산업체, 전자, 철강 등의 산업과 관련해서는 지배주주 외국인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외국계 자본의 무차별적인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소버린·SK의 경영권 분쟁의 상황에서 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해 주는 '경영권 보호 장치'의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재경부는 해외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는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와 이중과세 협약 개정을 위한 실무협상을 한 바 있다. 이는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외국계 펀드들에게 과세를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한미은행을 매각한 칼라일 펀드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뒀다는 이유로 6,00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 처럼 외국계 자본들은 과세의 책임을 피해 왔었다. 이에 재경부는 올해도 이러한 협상을 지속해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외국자본 감시, 통제 강화방안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경제자유화 원칙과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 운용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한 법안 실효성에 대한 제기 뿐만 아니라 이런 정부의 행태로 인해 '외국자본들의 투자가 위축 될 것'이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투기자본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규제 방안이, 법안의 성과물로 남을지, 한번의 요식 행위로 끝날지는 정부 의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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