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경찰을 불러라”
전국사회보험노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1박 2일간 중앙 집중농성을 계획하고 지난 6월 1일 지방에서 상경한 지명파업대오를 포함, 40여명의 해고자가 모여 농성에 돌입하려 했다. 그러나 공단 측에서 동원한 150여명의 구사대가 4-5차례나 농성 대오를 침탈하여 여성 조합원 2명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농성 물품이 훼손되는 등 심각한 사태가 빚어졌다.
▲ 결의대회를 시작하자 구사대가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
해복투가 6월 1일 오후 4시 해방광장(건강보험공단 건물 앞마당)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전보 전면분쇄와 단협사수를 위한 전국해고자 투쟁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구사대복’을 갖춰 입은 공단 직원 150여명이 몰려나와 해산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해고자들을 막무가내로 끌어내어 피켓을 부수고 깔개를 걷어내는 등 농성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구사대는 결의대회를 위해 준비한 방송차량의 앞뒤에 다른 차량들을 동원하여 광장 진입을 막은 한편, 혼잡한 틈을 타 몰래 숨어들어 방송시설의 전선을 칼로 자르기까지 했다.
구사대는 상황이 어지러워지면 10분가량 전열을 정비하며 새로운 작전을 짜 다시 침탈하는 식으로 농성 대오를 수차례 덮쳤고, 급기야 계단에서 밀려 떨어져 온몸을 짓밟힌 여성 조합원 2명이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조를 편성한 듯 전후좌우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토끼몰이식 진압에 나서 마치 경찰의 작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공단 이사장 다음의 지위를 가진 김태섭 상무이사는 직접 현장에 나와 구사대를 지휘하는 열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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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회보험노조 해복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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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조합원이 구급대에 실려가는 모습을 구사대들이 지켜보고 있다. [출처: 사회보험노조 해복투] |
함께 근무하거나 심지어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직원들의 이같은 행위에 해고 조합원들은 분노도 하고 사정도 하며 필사적으로 농성장을 지키려 했으나, 수적 열세가 절대적이라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해고자들은 “차라리 경찰을 부르라”며 절규했다.
공단, “해고자 재심 받게 해줄테니 전임자 줄여라”
현 이성재 이사장이 공단에 취임한 후 노동조합 조끼 착용, 노조 내부게시판에 이사장 비난 등의 이유로 원거리 전보, 해임, 직위해제 등 수백 명의 징계자를 배출하며 노조를 탄압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보험노조는 순환파업, 지명파업, 전면파업 등의 전술을 두루 거치며 투쟁했으나 쟁의대책위원회에서 5월 첫째 주부터 성실교섭촉구기간을 정하며 지난 4월 29일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부당한 원거리 전보에 항의하며 지명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114명의 조합원을 비롯한 해복투 등은 이러한 과정의 업무복귀가 여론을 의식해 파업투쟁을 회피하는 수세적인 태도가 아니냐며 비판해 왔다.
당초 2주간의 성실교섭촉구기간을 연장해 단체협상과 부당징계 문제를 사측과 협의해온 사회보험노조에 따르면, 현재 주요하게 남아있는 쟁점은 전임자 수와 해고자 복직의 문제다.
해복투는 이러한 쟁점에 대해 “부당징계 문제의 해결이 재심 등 사측의 자의성을 인정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당징계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파업을 이유로 해고 등의 징계를 가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재심 형태가 아닌 즉각 원상회복되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쟁점인 노조 전임자 수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현안 문제의 해결을 전임자 축소라는 단협의 악화와 맞바꾸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한 사회보험노조의 입장은 “전임자 수를 다소 줄이더라도 해고자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환 사회보험노조 사무처장은 “공기업이다 보니 정부의 간섭이 심한 편인데, 현재 39명의 전임자가 너무 많다는 감사 지적사항이 있었다”며 "직장의료보험노동조합 전임자가 30명이라 한 사업장에 노조 전임자만 70여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공단 측은 해고자 문제를 처리하는 대신 전임자 수에 대해서는 양보를 원하고 있어, 25명 수준으로의 전임자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명환 사무처장은 해고자들에 대해 재심을 통해 복직시키겠다는 합의의 이유를 묻자 “해고된 날짜인 4월 23일에 복직하는 것은 사측에서 거부하고 있고, 편법적으로 재심절차를 밟으면 자동 소급을 통해 해고처분 과정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를 해고 조합원들에게 이미 상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재심 절차를 거치더라도 최소한 경고 수준의 징계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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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9일 사회보험노조 파업결의대회 |
노조, “너희가 알아서 하고 너희가 책임져라”
이같은 협상 과정에 대한 해고 조합원들의 반발에 김명환 사무처장은 “해고자가 157명이나 되어 노조 운영이 힘들다”며 “조합비를 걷어 지급하는 희생자구제기금이 지난 달 4억 8천만원 지출되었다”고 전한 뒤 “해고자들과 현장조직이 해고자 문제도 해결하고 단협도 양보하지 말라는 원칙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 우리 요구대로만 관철하기에 많이 벅차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므로, 내부 갈등이 있더라도 단협을 다소 후퇴해 해고자 문제를 우선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일에 구사대가 해복투를 침탈한 사건에 대한 대응을 묻자, “일단 공단에 항의는 했다”면서도 “노동조합이 (해고자들과 현장조직에게) 자제도 요청하고 지침도 내리고 협상 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해고자들은 ‘어용노조’ ‘투쟁회피’ 운운하면서 ‘자발적으로 투쟁하겠다’고 한다”고 말해 불편한 관계임을 시인했다. 더불어, “위원장이 이미 ‘너희가 알아서 하고 너희가 책임져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이 일을 계기로 투쟁국면으로 전환한다든지 하는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지명파업 해고자들은 ‘재심 없는 원상회복’과 ‘전임자 축소와 노조활동 후퇴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집행부가 ‘이성재 이사장 퇴진 요구’ 등 보다 공세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파업투쟁에 대한 커다란 전술적 오류와, 사측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협상 태도의 오류로 발생한 문제들에 책임지고 집행부가 재편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당분간 내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