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1박 3일 일정으로 방미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납작 엎드린 한국 정부

1박 3일 방미 일정 안팎

  지난해 11월 칠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미 대통령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9일 오후 출국했다.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미일정은 아주 이례적으로 1박 3일 로 결정됐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비행기로 날아가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나는 시간은 식사 시간을 포함해 두 시간 남짓 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 직후 스티븐 해들리 신임 미 안보보좌관을 약 30분 동안 접견 한 후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이런 일정에 대한 곱지 않은 눈길들을 의식이라도 한 듯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진지하고 격의 없는 협의를 위해 의전적인 절차를 생략한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진행된다”고 이번 방문의 성격을 규정하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짧은 일정으로 미국을 실무방문하기도 한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외국의 정상들과 오랜 시간 회담을 하지 않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협의라고 할 수 있다”며 장황하게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는 ‘국빈 방문과 극진한 의전은 우리의 국력과 국제사회에서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고 이번 방미일정에서도 고이즈미 일본 총리나 블레어 영국 총리가 방문했던 크로포드 개인 목장 방문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는 보도들이 흘러나온 바 있다.

협박성 발언하는 미국 관료 VS 역내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라는 한국 관료

이번 회담에서 북핵문제와 6자회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북미, 한미 관계는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신문은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주한 미군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략 기동군으로 삼는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해 최근 현안에 대한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끝났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동맹과 양립할 수 없음으로 동맹을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한편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변명을 내놓았고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은 지난 1일,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ultimate balancer)는 미국"이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9일 오후 1시 용산미군기지 5번게이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롤리스 부차관보를 규탄했다.

최근 북미 간에 ‘뉴욕채널’이 재개통되고 6자회담이 곧 재개될 지도 모른다는 관측들이 중국, 일본 당국자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반면 미국 측에서는 ‘뉴욕채널은 협상이 아니’라는 평가절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핵무기 더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 언론을 통해 ‘자신들은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고 나섰다. 김계관 부상은 방북 취재 중인 미 ABC방송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핵무기를 추가로 제조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구체적 숫자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김계관 부상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채 ‘우리의 미사일은 미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고 나서 향후 6자회담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즉 6자회담의 주된 의제를 북한의 핵보유에서 한반도 주위의 핵 혹은 군사력 자체로 바꿔 ‘군축’ 회담으로 가져가고 이를 통해 ‘주권과 실체’를 인정 받겠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의 최근 논평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신문은 7일자 신문에 실린 논평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려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남한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해야 하며 철수 사실이 검증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며 ‘군축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6월 전쟁 위기’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