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본의 미디어, 공동체의 미디어

6월 26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에 부쳐

6월 25일(토)-26일(일)에 걸쳐 제7회 지역미디어센터네트워크 워크숍이 광주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시기 지역별, 영역별 미디어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디어운동 재구성을 위한 주제토론과 분임토론을 거쳐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였다.

워크숍은 전체토론과 각 영역별 네트워크 토론, 그리고 전국미디어네트워크 출범 등 크게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전체토론은 '미디어 환경 변화와 미디어운동의 재구성'을 주제로 △미디어운동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비판적 평가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지역운동 및 사회운동 차원의 대응 △미디어운동의 재구성을 위한 프레임과 과제 등을 다루었다. 이어서 △미디어교육네트워크 △독립영화배급상영 △공동체라디오운동 △퍼블릭엑세스활동가 △진보적인터넷언론 △지역미디어센터운영협의회 등 미디어운동의 각 영역별, 주제별 네트워크 현황과 계획이 분임토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틀째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조직적 전망 및 활동 계획'에서는 △전국지역미디어센터설립추진협의회 운영 평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전환의 필요성과 조직 구성 및 과제 설정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활동방향으로 2005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관 운동의 결집, 2006-7년 미디어운동의 독자적 영역과 지배적 미디어 구조의 공공적 혁신, 2008년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컨텐츠 생산, 인프라/망, 채널, 그리고 공적 지원구조를 통한 민주적 미디어 생태계 형성을 목표로 내놓았다.

오늘날 미디어시스템은 기술 발전과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력의 통제와 자본의 독점 구조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참여와 다양성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권리 실현과 사회구성원의 자율과 자치에 기반한 미디어 환경 조성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지금 미디어환경을 압도적으로 규정하는 뉴미디어의 출현은 자본의 투자 전략과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 정책과 맞물려 있는 바, 향후 우리 사회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끼칠 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운동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고, 공공영역의 확장과 미디어구조를 개혁하는 일은 민중운동에 있어서도 실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시기 시민언론운동, 언론노조운동 등이 미디어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운동이 과거의 운동을 넘어 앞으로의 운동을 이끌어가야 할 전환의 시기이다. 시민언론운동은 시청료거부운동에서부터 수용자 주권, 언론감시운동을 펼쳐왔지만 사회구성원의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통해서라기 보다 상층 중심의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방송언론노조운동은 공정보도, 편집편성권 독립, 공정인사권, 사회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방송사의 방송민주화투쟁과 산별노조인 언론노조 건설에까지 이르렀지만, 미디어의 공공성과 커뮤니케이션 권리 실현을 위한 활동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편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활동가들은 지난 4-5년간 퍼블릭엑세스 구조의 법제화와 독립영화 및 시민 영상제작 활동 활성화, 미디어교육과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등을 통해 자본 지배적인 미디어구조를 개혁하고 대안적인 미디어운동을 개쳑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26일 출범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지난 시기 미디어활동가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쌓아온 미디어운동의 성과를 집약하고, 향후 미디어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가령 2001년 10월 전국 10여 개 지역 20여 명의 활동가가 모여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을 고민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일곱 차례 워크숍을 개최했고, 주제에 있어서도 미디어교육, 퍼블릭엑세스,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 진보적인터넷언론, 지역공동체라디오 등 영역과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날 워크샵에서도 미디어활동가들은 영역별 분임토론을 통해 네트워크 구성을 결정하거나 준비하기로 하는 등 향후 활동 전망의 구체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에 있어 가장 바탕을 이룬 개념은 역시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사회공공성의 문제였다. 커뮤니케이션 권리는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전파를 통해 알리고, 방송을 통해 공유하고, 언론을 통해 소통하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 정보의 공유, 프라이버시와 통신비밀의 권리를 실현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라 할 수 있다. 또 사회공공성이란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라 사회 각 부문의 공공성의 파괴가 두드러지는만큼 미디어 영역에서 방송과 언론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곧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이해에 부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에 참여한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미디어운동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단일한 조직적 틀을 지향하지 않고 미디어운동과 사회운동 활동가 간의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상호 연계를 지향함으로써, 미디어운동 간 네트워크, 미디어운동과 사회운동의 네트워크, 사회운동 간 네트워크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대표나 운영위원회와 같은 수직적인 의사결정구조 대신 지역별, 영역별 소통 주체와 개별 활동가의 참여를 열어놓는 기획회의를 가동함으로써 실질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조직을 만드는 방식과 관련, 지역별 네트워크의 강화와 미디어교육, 퍼블릭엑세스, 독립영화배급, 공동체라디오, 진보적인터넷언론, 지역미디어센터운영 등 영역별 네트워크와 새로운 주제별 네트워크를 권장함으로써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를 통한 횡적 연계망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구래 상층 위주의 조직 건설 방식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권리 실현과 미디어의 공공성 강화라는 큰 맥락 속에서 미디어활동가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운동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인데, 이 결정은 운동적으로도 자못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미디어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알기 쉬운 실현 전략을 내놓음으로써,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지역, 영역 활동가들만의 고민과 실천을 넘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는 미디어환경을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또한 자본의 이윤 논리에 따른 미디어 구상과 국가의 친자본 미디어정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굽힘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 자본에 의한 자본의 미디어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에 의한 공동체 미디어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이윽고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민주적 미디어 생태계 형성'이라고 스스로 표현한만큼, 이것이 그저 좋은 말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머지 않아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드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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