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끝나지 않은 공포

[인터뷰]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원폭 60년, 그것은 현재의 역사다"

광복 60주년, 끝나지 않은 역사

광복 60주년,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원폭60주년 행사가 있었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밖 강 건너 '한국인원폭피해자 약20,000명의 원혼이 담긴 원폭피해자 위령비'
태평양 전쟁이 끝나기 9일전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의 오타강 위쪽으로 TNT라는 20,000톤의 위력을 가진 U-235가 든 폭탄이 도심 한가운데 떨어졌다. 단 0.6초 후 직경 180m, 온도 3백도의 불덩이는 7km 지역 내의 모든 구조물과 민간인들을 삼켜버렸다. 무려 100,000명이 즉사했으며 도시에서 달아난 사람들 중 50,000명은 방사선 때문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10,000rad의 방사선이 자신의 몸을 관통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삼일에서 사일의 시간을 둔 죽음이었다.

원자 폭탄의 폭발은 100만 분의 1초 내 발생한다. 길이 약 3m, 지름 71cm 무게가 약 4t의 폭탄은 고도 약 550m에서 폭발하며 폭발시의 에너지는 수백만 도의 고열과 함께 방사능 강하물을 내려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지대를 형성하게 된다.

제국주의 전쟁, 그들이 원폭2세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

현재 한국에는 원폭2세환우가 약 2000여명 생존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까다로운 등록절차, 특히 원폭2세들의 경우 피해자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까닭에 이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며 한국원폭2세환우회는 원폭2세환우가 대략 7천~1만 명 정도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복 60년, 제국주의적 핵헤게모니, 침략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폭은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의 역사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제국'은 원폭2세들을 인정할 수 없다.

“원폭2세피해자들은 현재 진행되는 헤게모니 싸움의 정당성에 아주 치명적인 까닭에 그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원폭의 폐해가 당대가 아닌 후대에 까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놈의 전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이나 미국이나 원폭1세들만을 피해자로 인정한 채 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또한 원폭2세들도 자신들이 원폭2세피해자라고 밝히기를 꺼려합니다. 밝히는 순간 결혼이나 취업에서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폭2세들의 문제는 차별과 싸우는 인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은 지난 6일 히로시마에 다녀왔다. 지난 5월 26일 원폭2세피해자 김형률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더욱 바빠진 덕이다. 강주성 대표는 “8월 4일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원폭피해자에관한법률안’을 발의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발의한 이 특별법에 일본이나 미국도 주시하고 있는데 발의되겠는가!”라고 밝혔다.

지난 8월 4일 조승수 의원이 발의한 ‘원폭피해자에관한법률안’에는 원폭2세 뿐만이 아니라 3세까지 피해자로 인정하는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는 무슨 일로 다녀오셨는지요?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원폭60주년 행사가 있었다. 그 행사에서 발언하는 순서가 있어 참가했다.

현재 일본의 배상 또는 지원은 있는가?

10년 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본에서 40억엔을 원폭피해자들을 위해 쓰라고 내놓았다. 한 달에 34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금액은 배상이 아니다. 지원일 뿐이기 때문에 배상이라는 것으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원폭문제에 있어서 후대의 문제를 피해자로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후대의 문제가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은 원폭문제해결은 기만이고, 후대의 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새로운 범죄이다.

건강상태가 불안정한 환우들에 대한 실태파악 및 진상규명, 건강에 대한 치료지원, 역사적 배상 등 당연한 것들이다. 한국, 일본, 미국 삼국이 원폭의 문제를 당대로 끝내려는 모든 시도와 모든 행위는 범죄행위다. 일본은 자국 국민의 원폭2세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도적 차원에서의 건강검진만 할 뿐이다.

일본에서의 원폭피해자 운동은 어떤지요?

일본의 시민활동가와 개별적으로 연결하던 것들을, 일본의 원폭피해자를 위한 시민단체 그밖의 운동단체들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고, 나름대로 일본의 현 원폭피해자에 대한 시민활동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대이하의 수준이더라.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도 한국은 ‘원폭피해자공동대책위’가 구성되어 있다. 총15개 단체로 이루어져 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원폭피해자에관한법률안’이 발의가 됐다. 어떤 내용인가?

‘원폭피해자공동대책위’와 법안을 같이 마련했다. 8.4일에 발의하였고 6월 하순경에 3당 대표주자들 79명의 서명을 받아서 대정부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법안의 내용은 원폭에 관한 피해자를 3세까지 규정한 것과 진상규명 및 지원을 위한 위원회 설치, 원폭피해자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 설립, 생계수당지원, 원폭문제를 후대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기념사업회 설립 등 구체적 내용이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기대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이번 법안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세를 인정하게 되면 일본에서도 그러한 요구가 빗발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별이 전제되어 있다.

원폭1세들이 자신들 이외에 원폭2세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원폭2세들의 경우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폭피해2세라는 것을 굳이 밝히려 하지 않고, 아픈 사람들도 쉬쉬하기 일쑤다. 이유는 자신의 원폭2세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결혼, 취업 등 따가운 눈총과 차별을 받기 때문에 숨긴다. 이것은 일종의 차별이다.
원폭1세들도 이를 조장했고, 이러한 것들이 구조화되어 2세들조차 아프지 않으면 되도록 밝히지 않으려 한다. 종국적으로는 원폭의 문제는 차별과 싸우는 인권의 문제라고 확대해서 봐야한다.

실태조사는 이루어지고 있는가?

원폭피해1세조차 국내 3000명 정도가 살아있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원폭피해자들이 등록을 해야 통계를 낼 수 있는데 등록이 안된 경우가 많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쉬쉬하는 경향도 있고 등록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도 있다. 일본에 가서 피폭자 건강수첩을 발급받아야 등록이 되는데 몸이 허락되지 않거나 해외에 나가있거나 한국에 있어도 일본으로 건너갈 여력이 안되는 등 여타의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등록자체가 어렵다. 우리가 이번에 발의한 특별법 내용에 피폭자건강수첩을 한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그 때문이다. 1세들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데 2세는 더 파악이 안된다. 단지 추정일 뿐이다.

고 김형률 전회장은 어떤 계기로 만나셨으며 사망사유가 무엇인가?

선천성면역글로부린결핍증이다. 태어날 때부터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라 감기가 걸려도 폐렴으로 진행되어 입원이 반복됐었다. 폐기능의 3분의 2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형률 전 회장은 지난 해에 만났다. 나는 원폭피해자는 아니고 백혈병을 앓던 중 글리벡 운동을 했다. 즉 의료운동이었다. 그 때 원폭2세피해자인 김형률씨가 자신이 혼자 싸움을 하고 있는데 외롭다 같이 하자고 제의가 와서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원폭문제가 주력분야는 아니었다. 김형률씨가 사망한 후부터 좀더 진척된 면이 있다.

원폭2세 환우들의 삶은 어떤가? 김형률씨 경우 외에 다른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 밖에도 원폭2세에게는 백혈병, 암, 고혈압 ,피부병 등 각종 질병들이 나타난다. 무혈성괴사증, 다운증후군, 정신지체장애, 골다공증 등 평생 동안 병마에 의해 삶을 유린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병률도 일반인의 수십배에서 백배까지 된다. 원폭2세환우들은 다양한 질병과 장애로 정상적인 인간된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항상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빈곤과 소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원폭피해는 현재적 의미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국주의적 전쟁, 한국도 그 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가?

일본에서 발언한 내용 중에 ‘원폭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역사의 뒤편에 숨어 있는 원폭 투하의 장본인인 미국을 역사의 심판에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전쟁지역이 아니라 민간지역 한가운데 원폭을 투하했다. 승전국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있는 미국을 끌어내야 한다. 원폭의 문제는 반핵, 평화, 반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원폭피해자들이 계속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원폭의 문제를 당대에서 끝낼 수도 없고 끝내지지도 않는다. 핵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있는 원폭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낙진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방사능의 공포라는 것은 계속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소규모적인 핵실험들이 세계 곳곳에서 하고 있고 진행 중이다.

2세에서 3세 환우 등 후대의 문제를 원폭의 피해자로 인정하게 되면 미국이 국지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핵실험, 비인간적인 전쟁행위에 대해 역사적으로 끝까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쟁은 당대의 전쟁이지만 원폭의 문제는 후대까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한국이 원폭2세환우들을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패권주의에 의한 핵헤게모니가 가장 주요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반전 등 슬로건을 걸고 있지만 피해당사자들의 이렇듯 소극적으로 있다면 평화운동이든 반핵운동이 매우 추상적인 운동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지속적으로 원폭2세들의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것, 현재는 그것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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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 원폭피해자 ,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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